국가유공자의 고귀한 희생 잊지 말자

국가유공자의 고귀한 희생 잊지 말자

기사승인 2020-06-08 05:00:00

고귀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한다.

6월은 제65회 현충일과 6.25전쟁 70주년이 되는 호국보훈(護國報勳)의 달이다. 호국보훈의 달은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행복을 위해 목숨 바쳐 나라를 지키고 희생한 호국영령을 추모하고, 국가유공자의 희생을 위로하기 위한 달이다.

또한 고귀한 희생을 바탕으로 이뤄진 대한민국이 더욱 위대하도록 무거운 책무를 가져야하는 달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늘날 보훈의 현실은 어떠한가? 정부는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고, 대한민국 국가유공자의 명예는 추락하고 있다.

전쟁은 참혹하고, 전쟁의 상흔은 깊다. 그 깊은 상흔의 가장 밑바닥에 상이군경 국가유공자들의 고통이 있다. 국가는 유공자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갚고자 유공자를 크게 전쟁에 나섰던 참전유공자와 부상을 입은 상이군경 국가유공자 두 부류로 나눠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참전유공자는 참전명예수당 월 32만원을 받는다. 상이군경은 등급에 따라 보상금이 상이하지만 일상생활에 다소 불편을 느끼는 6급2항 참전 상이군경 유공자의 경우 보훈보상금 월 144만3000원과 전상수당 월 2만3000원이 지급된다.

국가유공자 본인이 사망해 유족들이 받는 유족보상금은 월 138만1000원에서 189만3000원이다. 4인 가구 최저생계비가 284만9504원, 4인기준 중위소득이 474만9000원임을 감안하면 국가를 위한 희생의 대가치고는 가혹하다.

총탄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전우를 지키지 못한 죄책감으로 평생을 살아온 국가유공자가 이제는 고령의 생활고로 폐지를 줍고 계시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할 것인가? 국가유공자는 특권을 누리고자 하는 것이 아니며 희생에 대한 예우를 바라고 있다.

문제는 더 있다. 우리나라 보훈예산비율은 전체예산의 1.6%다. 이는 서울시 복지예산 12조원보다 적은 5조4000억원에 불과하다. 보훈예산 중 보훈보상금 예산비율이 80%를 차지하는 기형적인 구조이기도 하다.

미국의 보훈예산비율이 3%, 보훈보상금 외 재활 등 의료지원 예산비율이 그보다 많다는 점을 비교하면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일까. 적어도 평균 나이 75세 이상의 고령에 접어든 국가유공자에게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쟁의 상흔과 함께 각종 노인성 질환, 고엽제질환으로 더욱 더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전국 5개 보훈병원과 지역별 320여 위탁병원으로 한정된 의료지원 제도로는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기대하기 힘들다.

보훈병원에서는 비급여 진료를 최대한 억제하고 있으며 진료예약을 하려면 수개월을 기다려야 하며 대학병원급의 외부 전문위탁을 받는 것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중증질환의 경우는 재활의학과 등 연관된 진료과도 같이 전문위탁을 줘야 함에도 보훈병원과 전문위탁병원을 힘들게 오가게 하는 것이 대한민국 국가유공자 의료지원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예산타령만 하고 있다. 하루빨리 전국 모든 병의원에서 국가유공자 의료지원제도를 실시해야 한다. 지금도 부상 후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치료시기를 놓쳐 장애를 입는 장병들이 있다. 60만 현역 국군장병들을 위한 의료체계는 아직도 열악하며 개선돼야 한다. 건강히 병역을 마치고 부모 곁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다.

정부는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국가를 위해 희생한 이들의 명예를 지키고 그 희생의 가치를 국민들에게 알리며 그에 맞는 보상과 예우를 해야 한다. 이제는 명분과 사회적 공감대를 방패삼는 비겁함에서 벗어나 과감하고 획기적인 보훈정책을 펼쳐야 한다. 국가유공자에 대한 명예회복과 지원정책은 정교하고 친절하고 획기적이어야 한다.

모든 정책은 수요자 중심이어야 한다. 아울러 국가를 위한 희생은 존귀한 것이며 반드시 그에 대한 예우를 국가가 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알려줘야 한다. 호국보훈은 나라의 근간이 되는 것이며 영원히 지속돼야 한다. 

호국(護國)이 있기에 국가가 존재하는 것이며 제대로 된 보훈(報勳)을 실천해야 비로소 국민들에게 나라사랑(愛國)을 외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6일 현충일,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유공자와 유가족들의 명예로운 삶과 의료지원을 강화하는 등 유공자와 유가족들의 희생과 헌신에 국가가 보답해주는 날이 오길 바란다.

노용환 국가유공자를사랑하는모임 대표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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