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핀, 어디까지 왔나]① 제휴카드 넘어 제휴통장까지

[테크핀, 어디까지 왔나]① 제휴카드 넘어 제휴통장까지

통장까지 내놓는 IT 기업들... '소액의 미끼상품' 비판도

기사승인 2020-06-11 04:15:00


[쿠키뉴스] 구현화 기자 = 지금껏 삼성전자·LG전자 가전이나 휴대폰 등 IT기기를 사면서 제휴카드 할인을 받는 건 흔했다. 노트북이나 패드 등도 마찬가지였다. 고가의 전자제품을 살 때는 항상 사용금액에 따른 카드 할인이 하나의 옵션으로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통장은 다르다. 지금까지 제휴통장이 있었던 적은 드물다. 이제는 테크기업이 은행이나 증권과 직접 제휴해 통장을 개설하고, 자사의 고객에게 할인이나 멤버십 혜택을 직접적으로 주고 있다. IT기업이 내놓는 금융서비스인 테크핀(TechFin) 시대가 성큼 다가온 셈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KDB산업은행과, 네이버파이낸셜은 미래에셋대우와 함께한 수시입출금 통장을 출시했다. 시중은행 금리가 0%대로 떨어진 가운데 상대적인 고금리를 내세웠다.

SK텔레콤과 핀크가 KDB산업은행과 손잡고 국내 1금융권 중 최고 수준의 금리를 제공하는 자유입출금 금융상품인 'T이득통장'을 오는 15일 출시한다. 

T이득통장은 최대 2%의 금리를 복리로 제공한다. SK텔레콤과 핀크는 제로금리 시대에 접어들며 시중 금융상품의 금리가 지속 낮아지는 추세에서 2% 금리는 국내 1금융권이 운영하는 자유입출금 예금 상품 중 최고 수준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T이득통장은 만 17세 이상,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은 SK텔레콤 이용 고객이면 핀크앱을 통해 가입할 수 있다. 핀크앱 실행 후 T이득통장 상품을 선택한 뒤 주민등록증 또는 운전면허증으로 비대면 인증을 마치면 가입된다. 가입 이후에도 별도 은행앱 설치 필요없이 핀크앱을 통해 자유롭게 입출금 관리를 할 수 있다.

T이득통장은 고객이 필요할 때 언제든 입출금이 가능한 자유입출금 통장임에도 불구하고 연 2%(기본금리 1% + 우대금리 1%)의 고금리를 적용한다. T이득통장에 예치금 200만원까지 연 2%의 금리를 적용받으며 200만원을 초과한 예치금에 대해서는 0.5%의 금리가 적용되며, 최대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도 된다. 

특히 월급통장으로 활용하며 200만원의 예치금을 유지할 경우 월 3333원의 이자 혜택을 매달 받을 수 있다. 단, SK텔레콤 이동전화 회선을 해지하거나 명의를 변경할 경우 금리는 예치금액과 관계없이 0.1%로 조정된다.  

앞서 SK텔레콤과 핀크는 지난해 DGB대구은행과 협업해 최대 5%의 고금리 혜택을 제공하는 ‘T high5 적금’을 선보인 바 있다. 출시 1주일만에 5만여명의 가입자를 모으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후 KDB산업은행과 협력한 ‘KDB x T high5 적금’ 역시 지금까지 약 10만명의 가입자를 유치했다.

예치금 수익과 포인트 적립까지 주는 네이버통장도 8일 출시됐다. 네이버파이낸셜이 내놓은 네이버통장은 포인트 적립과 예치금 수익의 더블 혜택을 제공한다. 이용자들은 네이버앱 내에서 신분증만으로 쉽고 빠르게 통장 가입을 진행할 수 있다.

‘네이버통장’은 네이버의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이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출시하는 수시입출금 CMA 통장이다. 예치금 보관에 따른 3% 수익뿐 아니라 통장과 연결된 네이버페이로 충전∙결제 시 3%의 포인트 적립 혜택도 함께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네이버통장 가입자들은 네이버페이 전월 결제 금액을 기준으로 100만원까지 세전 연 3%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출시를 맞아 8월 31일까지는 전월 실적 조건 없이 100만원 내 연 3% 수익률을 제공한다. 9월 1일부터는 전월 결제 금액이 월 10만원 이상이면 연 3%, 월 10만원 미만이면 연 1%의 수익률이 적용된다. 

또한 네이버통장은 네이버페이와 함께 금융∙쇼핑∙결제 간 상호 연결 경험을 제공한다. 네이버통장으로 충전한 페이 포인트를 네이버 쇼핑∙예약 등 다양한 네이버페이 이용처에서 결제할 경우, 결제금액의 3%를 포인트로 적립해준다.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네이버파이낸셜은 그동안 금융 이력이 부족해 사각지대에 머물러야 했던 사회초년생, 소상공인, 전업주부 등 금융 소외 계층을 아우를 수 있는 서비스로 금융 시장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카카오페이가 출시한 카카오페이증권도 지난달까지 연 5% 금리를 주는 이벤트에 힘입어 출시한 지 두 달 만에 계좌 개설자가 총 125만 명에 달한다. 펀드 투자 계좌는 약 100일 만에 전체의 16%인 20만 계좌를 넘어섰다.

특히 카카오페이증권은 카카오페이 결제 후 남은 잔돈으로 펀드에 투자하는 ‘동전 모으기’와 결제 후 받은 리워드로 부담 없이 펀드에 투자하는 ‘알 모으기’ 도입 후, 하루 평균 5만 건 이상의 펀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달 1일부터 시작한 ‘알 모으기’는 일주일 만에 10만 명이 신청해 일상에서 소액으로 시작하는 투자 문화를 만들었다는 자체 평가다. 알 모으기 신청 시 첫 결제 후 투자 지원금 2000원이 지정한 펀드 상품에 투자되며, 오는 7월까지 카카오페이 결제 시 받은 리워드의 두 배 금액이 펀드 상품에 자동 투자된다. 

리워드는 온·오프라인 결제 모두 제공되며, 월 30회까지 100% 지급된다. ‘동전 모으기’는 카카오페이로 온·오프라인에서 결제를 하면 1000원 미만으로 남은 동전을 알아서 계산하여 미리 지정한 펀드에 자동 투자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테크 기업들의 금융 진출은 큰 수익을 가져옴과 동시에 자사의 고객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고, 앞으로도 자사 플랫폼에서 활동하게 하는 락인(Lock-In) 효과를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실제로 SK텔레콤은 통신시장에서 40%대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1위 강자다. 여기에 네이버는 국내 1위 포털이자 1위 쇼핑플랫폼, 카카오는 한국인이 가장 많이 쓰는 메신저 1위인 카카오톡을 갖고 있다. 충성 고객이 많은 플랫폼을 바탕으로 다른 사업을 크게 늘릴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이 같은 테크 공룡들의 금융업 진출에 시중 은행사들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고금리를 주는 통장 원금이 너무 적은 점, 일부는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점 등을 들며 서비스를 '미끼 상품'이라고 꼬집기도 한다. 

실제로 T통장의 경우 2% 혜택을 주는 금액은 200만원까지로 한정되고, 네이버의 CMA 통장은 100만원까지만 예치할 수 있고 이자소득세 15.4%도 떼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받는 혜택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 네이버의 CMA 통장이나 카카오페이증권의 증권통장은 원금이 보호되지 않는데, 여기에 대한 고지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도 지적한다. 실제로 CMA통장은 5000만원까지 보장되는 예금자보호법 대상도 아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고금리의 미끼 상품은 혜택과 함께 한계점도 분명히 알도록 소비자에게 고지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소비자가 많이 찾는 IT기업들이 공격적인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어 업계에 적잖은 위협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kuh@kukinews.com

구현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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