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봤습니다] 목소리 금융거래 아직은 걸음마…음성본인확인서비스 체험기

[해봤습니다] 목소리 금융거래 아직은 걸음마…음성본인확인서비스 체험기

기사승인 2020-06-11 06:00:00


[쿠키뉴스] 송금종 기자 = 시중은행들이 코로나19 확산을 막으려고 언택트(비대면)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기업은행 음성본인확인(보이스ID)도 최근 등장한 언택트 서비스다. 음성본인확인은 목소리에 담긴 고유한 특징을 잡아내 개인을 식별하고 상담과 금융거래에 활용하는 기술이다. 

사칭이 어렵고 기존 대비 통화시간을 줄인 점은 내세울 만하다. 하지만 이용이 까다로운 건 흠이다. 서비스 시행 초기여서인지 홍보가 덜 됐고 대응이 서툰 점, 그리고 목소리가 바뀌면 인식이 어렵다는 점 등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기자는 지난 9일 오전 서울 을지로 본점 영업부에 들러 서비스를 체험했다. 서비스 이용 시 영업점이나 디지털 키오스크(무인 창구)에서 목소리 수집과 일련의 동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주민등록증을 제출하고 태블릿PC로 ‘바이오정보등록’란에 서명했다. 

그러자 직원이 통합단말기를 이용해 고객센터로 연결해줬다. 음성정보를 등록하기 위해서다. 등록하는데 3분 정도가 소요된다. 수화기 너머로 묻는 몇 가지 질문에 성의껏 대답하면 된다. 이때 단답형 보다는 가급적 문장으로 답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정답을 요구하는 건 아니다. 곤란한 질문이면 답하지 않아도 된다. 녹음파일은 인증 용도로만 쓰이고 곧바로 폐기된다. 

기자는 목소리 전달이 잘 되도록 쓰고 있던 마스크도 벗었다. 질문은 6가지였다. 예를 들어 ‘서비스를 신청하러 간 지점은 어디인가’ ‘어떤 업무를 보러 왔나’ ‘기업은행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인가’ 등이었다. 평소 말투로 자연스러운 대화가 이뤄지도록 ‘좋아하는 야구팀’이 어디인가도 물었다. 

모든 게 순조로웠는데 예상치 못한 일이 터졌다. 전산 오류가 생긴 것. 오류를 잡는 동안 기자는 단말기와 스마트폰을 번갈아가며 통화를 2~3번 더 했다. 그 사이에 다른 업무를 보러 온 시민들과 겹치면서 문제 해결은 계속 지연됐다. 서비스 신청부터 등록을 마치기까지 1시간이 넘게 걸렸다.

문제는 다음이었다. 등록이 잘 됐는지 확인하려고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주민번호 입력 절차를 건너뛰었더니 상대방이 계좌번호를 요구했다. 계좌번호 없이는 본인 확인이 어렵다는 것. 통화시간은 기대했던 15초를 훨씬 지나고 있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재등록이 필요하다는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나중에 알고 보니 단말기 방화벽에 막혀 서비스 등록이 원활하지 못했던 것. 기자는 결국 인근 종로지점에서 서비스를 재등록했다. 동의서 수기 작성과 통화 한 번으로 작업을 마칠 수 있었다. 

남은 건 ‘성능체크’ 인데 역시나 기대에 못 미쳤다.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서 주민번호 앞 6자리를 누른 다음 상담원과 연결이 됐을 때에야 비로소 등록한 목소리와 주민번호가 일치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일치 여부를 알기까지 30~40초 이상이 걸렸다. 같은 시도를 4~5번 이상 해봤는데 ‘15초 컷’은 불가능해보였다. 

고객센터에 이런 점을 문의하자 서비스 방침이 ‘주민번호를 입력하고 영업점을 통해 음성정보 등록이 완료됐다고 가정했을 때, 통화연결 시 저장한 음성과 대략 15초 정도를 비교해서 음성이 일치한다면 본인이라고 확인하는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게다가 목소리만을 가지고 본인 인증을 하는 것도 조회 업무에서만 가능하고 계약을 해지하거나 만기 시 재 예치 등 수신업무를 보려면 계좌번호 입력과 본인인증을 따로 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행 계좌를 가지고 있지 않는 고객에게 음성본인확인은 쓸모가치가 없어 보인다. 

고객센터는 “전화를 주자마자 바로 확인이 되는 건 아니고 목소리를 수집한 다음에 확인하는 거라 인증시간이 필요하다”라며 “서비스 시행 초기고 활성화 단계가 아니어서 그렇다”라고 해명했다. 

기업은행 음성본인확인은 이전에 없던 혁신에 가까운 서비스지만 시장에 안착하려면 오래 두고 볼 일이다. 홍보가 잘 안 된 부분도 아쉽다. 이날 영업점에서 서비스를 신청한 경우도 기자가 처음이었다. 

이밖에 혹시라도 목이 쉬어서 미리 녹음한 것과 목소리가 다르다면 다이얼을 누르는 기존 방식을 권한다. 인위적인 변조는 방어할 수 있어도 목소리가 쉬거나 감기에 걸릴 경우에는 인식이 안 될 수도 있다는 게 고객센터 측 설명이다. 

song@kukinews.com

송금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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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금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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