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상반기 게임결산] '코로나 쇼크'서 재조명받은 게임산업… 핵심 이슈는?

기사승인 2020-07-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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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 2020년 상반기는 게이머와 게임업계 모두에게 유독 다사다난한 시기였다. 

우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게임업계에 큰 변화가 생겼다. 오프라인 행사는 모두 온라인 형태로 대체됐고, 굵직한 글로벌 게임행사도 개최가 취소됐다. 코로나 여파로 정부가 재택근무가 장려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면서 자택에서 닌텐도 스위치와 같은 콘솔을 즐기는 사람도 증가했다.  

이같은 상황속에서도 올드 IP(지적재산권)을 활용한 국내 주요게임사 신작의 성적표는 나쁘지 않았다.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뮤 아크엔젤', 'A3:스틸얼라이브' 등 '뉴트로(New+Retro)' 콘셉트를 앞세운 신작은 현재까지도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게임업계의 해묵은 '스팀규제 이슈'가 재점화되면서 게이머의 분노를 야기한 경우도 있었다. 해당 이슈는 결국 등급 분류 절차 자체의 개정 여부까지 이어졌다. 

여느 때보다 다사다난했던 2020년 상반기 게임업계에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되짚어봤다.



▶ '코로나'가 바꾼 게임업계…'우디르급 태세전환' WHO부터 스위치 품귀현상까지

모든 산업군이 그랬던 것처럼 게임업계도 '코로나 쇼크'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게임업계가 주최하는 오프라인 행사는 모두 온라인 형태로 대체됐다. E3(Electronic Entertainment Expo), 타이베이 게임쇼(TGS), 블리즈컨과 같은 굵직한 글로벌 게임쇼도 모두 취소됐다. 매년 11월 열리는 지스타와 함께 국내 양대게임쇼로 분류되는 플레이엑스포도 12년만에 처음으로 취소가 결정됐다.

하지만 코로나19는 공교롭게도 게임산업이 가진 잠재력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가장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언택트(비대면) 서비스'를 가장 유연하게 접목할 수 있는 것이 게임산업이라는 점이 주효했다. 게임산업의 경제적 가치가 부각되자 부정적인 인식을 보여온 특정 단체에서도 게임의 긍정적 측면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마찬가지였다. 

라이엇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LoL)'에는 '우디르'라는 챔피언이 있다. 우디르는 자신의 형상을 다양하게 바꿔가며 전투를 이어가야 하기에 상황에 따라 태도를 바꾸는 이들을 비꼴 때 '우디르급 태세전환'이란 말을 쓴다.

WHO의 게임산업에 대한 인식 변화는 '우디르급 태세전환' 그 자체였다. 지난해 5월 WHO는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지정하는 안을 포함한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 11차 개정안(ICD-11)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국내를 비롯한 해외 게임업계 모두 WHO의 결정이 성급했다며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자 WHO는 1년도 안 돼 게임이용을 권장하며 태도를 바꿨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지난 3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집에서 음악 감상, 독서, 게임 플레이를 하자"며 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한 것이다. 이에 맞춰 WHO도 게임 플레이를 통해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한다는 내용을 담은 플레이어파트투게더(#PlayApartTogether) 캠페인을 진행했다. WHO의 인식전환에 게임업계는 한숨을 돌렸지만, 동시에 "WHO의 게임중독 질병 코드부여 판단이 얼마나 비합리적인 판단이었는지 보여주는 모습"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콘솔시장은 뜻밖의 호재를 누리기도 했다. 코로나19 감염이 급속도로 확산하자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도입했다. 시민들은 외부활동을 최대한 자제하는 대신 집안에서 할 수 있는 여가활동을 찾기 시작했고, 게임에 대한 관심도도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특히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기업이 증가함에 따라 출퇴근 시간을 절약하게 된 직장인들이 닌텐도 스위치, 플레이스테이션4(PS4) 등 콘솔 구매에 관심을 보이는 경우도 많았다.

여기에 지난 3월 닌텐도가 '모여봐요 동물의 숲'을 출시되면서 '스위치 붐'이 가속화됐다. 닌텐도 스위치로 발매된 '동물의 숲' IP 기반 신작인 '모여봐요 동물의 숲'은 출시 6주 만에 1341만장을 출하해 시리즈 역대 최고 판매량을 갱신했다. 

하지만 닌텐도 스위치의 제조 라인이 있는 중국이 '코로나 직격탄'을 맞으면서 물량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공급이 압도적인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스위치 품귀현상'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30만~40만 원가량 하는 닌텐도 스위치 ‘동물의 숲 에디션’은 80만 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국내에선 이마트 등 닌텐도 스위치 판매처에서 닌텐도 스위치를 사기 위해 긴 줄을 서는 현상도 일어났다. 중고나라와 당근마켓과 같은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도 닌텐도 스위치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대박!… 뉴트로 내세운 올드IP의 화려한 귀환

코로나19로 오프라인 행사가 대거 취소되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졌지만, 대박 신작도 다수 출시됐다. 넥슨, 넷마블, 웹젠 등 국내 주요 게임사는 과거 자사의 대표 IP를 리메이크 혹은 리뉴얼한 신작을 선보였다. IP가 가진 인지도와 뉴트로 콘셉트를 통해 올드 유저들의 향수를 자극한 게임사의 전략은 주효했다.

넥슨의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는 IP 재활용의 모범적인 사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원작의 감성을 살리면서 모바일 최적화에 성공한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는 출시 17일만에 1000만 이용자를 돌파했다. 또한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는 다양한 연령대의 유저에게 고루 사랑받으며 집토끼와 산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뮤 온라인' IP를 활용한 웹젠의 모바일 신작 '뮤 아크엔젤'도 IP 영향력을 재증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이 게임은 구글플레이 매출순위 4위를 기록중이다. 모바일 최적화에 힘쓴 '뮤 오리진'과 달리 '뮤 아크엔젤'은 그래픽부터 원작 고증에 초점을 맞췄다. 

넷마블의 'A3:스틸얼라이브'는 장기흥행 모드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A3: 스틸얼라이브'는 넷마블이 2002년 출시한 PC 온라인 게임 'A3' IP 기반 MMORPG다. 최후의 1인이 남을 때까지 대결하는 '30인 배틀로얄'을 핵심 콘텐츠로 내세워 차별화를 꾀했다. 현재 가장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두 장르를 한 게임에서 플레이할 수 있도록 만든 셈이다. 이날 기준 'A3:스틸얼라이브'는 구글 플레이 매출순위 10위를 지키고 있다.

마찬가지로 PC MMORPG '스톤에이지' 리메이크한 넷마블의 '스톤에이지 월드'도 초반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스톤에이지 월드'는 구글 플레이 매출순위 12위, 애플 앱스토어 매출 7위를 기록중이다. '스톤에이지 월드'는 공룡을 포획해 함께 싸운다는 콘셉트를 충실하게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언급된 네 종의 작품은 올드 유저의 추억을 자극하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반기 출시 예정인 '바람의 나라:연', '마구마구2020', '라그나로크 오리진' 역시 뉴트로 콘셉트를 내세운 만큼 올드IP의 약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얻는다. 

[2020 상반기 게임결산] '코로나 쇼크'서 재조명받은 게임산업… 핵심 이슈는?

▶ '스팀 규제' 논란에 뿔난 게이머… 게임위 "강제차단·지역락 논의 없다"

상반기의 마지막 달에는 게임물관리위원회가 글로벌 PC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유통 중인 미 심의 게임물에 대한 등급 분류를 권고한 것이 알려지면서 국내 게이머의 분노를 샀다.

게임위는 지난달 4일 최근 스팀과 등급분류를 받지 않고서 스팀을 통해 유통하는 게임사들에 '등급분류를 받으라'고 안내했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내에 유통되는 모든 게임물은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 등급 분류를 받지 않고 서비스하는 것이 한국 현행 게임산업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게임산업법 제32조에 따르면 등급분류를 받지 않고 서비스되는 게임은 '불법게임물'로 규정된다.

게임위의 입장발표 이후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게임위가 해외 게임까지 단속·규제에 나섰다", "이제 스팀으로 게임을 하지 못하는 것이냐"는 등의 목소리가 나왔고 게임위를 향한 비난 여론이 거세졌다.

하지만 게임위가 스팀을 돌연 규제하려는 게 아니라 해외 게임사들에 국내법을 따를 방법을 새로 안내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논란은 잦아들었다. 게임위는 스팀을 통해 국내에 유통되는 게임도 법에 따라 등급 분류를 받을 수 있도록 밸브와 논의했을 뿐, 게임 유통을 차단하려고 한 게 아니라고 해명했다.

게임위의 해명 이후 게이머들과 업계의 관심은 등급 분류 절차 자체의 개정 여부로 바뀌었다. 21대 국회의원 중에서는 해당 이슈를 주목하는 의원도 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은 게임위 질의를 통해 게임위로부터 "향후 밸브가 '자체등급분류사업자'로 지정받을 수 있도록 협의하고, 또한 자체등급분류사업자 지정 요건 완화 및 지정 확대 방안 등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답변을 끌어내 관심을 모았다. 이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게임 정책 전문가의 면모를 보인 이도경 비서관(前 이동섭 의원실 소속)을 영입하기도 했다.

1991년생인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스팀 규제 논란은) 오해에서 비롯됐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법적 규제에서 기반했다"며 "사전 심의 규제는 위헌인데 게임 등급 분류제는 (사전 심의 성격이 있어) 위헌성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게임산업법을 개정해 게임의 법정 사전 심의 의무를 삭제하고, 심의 과정에 있던 정부 역할 또한 폐지하겠다"며 "게임 사전 심의의 새로운 모델을 고민하겠다"고 강조했다.

20대 국회에서 대표적 친게임 행보를 보여준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스팀 규제 논란'과 관련해 "이제는 민간자율규제시대로 전환돼야 한다"고 밝혔다. 하 의원은 "전 세계 게이머들이 자유롭게 게임을 만들고 소비할 수 있는 상태계 속에서, 한국에 유통되는 모든 게임물을 국가가 검사하고 등급을 매겨야 하는 법 때문에 국민이 피해를 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규제기관들이 완전한 자율규제지원기관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국회 차원의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sh04kh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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