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가요계에는 노래 실력이 뛰어난 쌍둥이 듀오가 유독 많았다. 노래 ‘마포종점’ ‘신라의 달밤’ ‘이별의 부산정거장’ 등 숱한 히트 곡을 남긴 ‘은방울 자매’, ‘커피 한 잔’으로 유명한 ‘펄 시스터스’, ‘하필이면 그 사람’의 ‘바니 걸스’, 개그우먼 출신 강주희와 동생 강승희가 뭉친 트로트 그룹 ‘윙크’까지. ‘쌍둥이 여성듀오’는 꾸준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그에 비하면 쌍둥이 남성듀오는 빈약했다. 그나마 열네 살 때 노래 ‘학교에 안 갔어’로 데뷔한 량현량하 정도다. ‘남자 쌍둥이 파워’가 건재함을 보여주기 위해 ‘J2’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18분 먼저 태어난 형 간종우(28)와 동생 간종욱으로 구성된 J2는 이름 중간에 이니셜 ‘J’를 따서 만든 그룹이다.
쌍둥이인 탓에 웃지 못 할 해프닝도 많았다. 이름과 얼굴을 헛갈리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미국 유학 중이었을 때에는 전산 오류가 발생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함께 지낼 때 동생이 차를 몰다가 속도위반을 한 적이 있었나 봐요. 면허증 갱신을 하러 갔는데 범칙금이랑 위반 기록이 제 앞으로 적혀있더라고요. ‘이게 무슨 일이냐’고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생년월일이 같고 얼굴이 비슷해서 컴퓨터에서 동일 인물로 착각한 것 같다고 웃으며 말하더라고요.”
J2는 비슷한 외모만큼이나 노래를 향한 열정 또한 우위를 가릴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데뷔 싱글이 바로 그 증거다. 김명민·박주미 주연의 영화 ‘파괴된 사나이’ O.S.T 곡으로 먼저 선보인 노래 ‘행방불명’과 지난 2004년 하정호 작곡가의 소개로 친분을 쌓아온 ‘플라이 투 더 스카이’의 브라이언이 작곡과 코러스에 참여한 ‘전화기만 보고’를 발표했다.
독특한 점이 있다면 간종욱이 ‘드라마 O.S.T의 황태자’로 불리는 베테랑 가수라는 것이다. 2004년 댄스그룹 ‘알엔비’(R.envy)로 데뷔한 간종욱은 노래 ‘깊은 한숨’ ‘다신 너를’ ‘검은 눈물’(MBC ‘분홍립스틱’), ‘보석 같은 너’(MBC ‘보석비빔밥’) ‘진실’ (OCN ‘조선추리활극 정약용’), ‘정 때문에’(MBC ‘밥줘’) ‘못난 사랑’ (KBS ‘행복한 여자’) 등 수많은 O.S.T 히트곡을 남겼다. 형 간종우는 미국 뉴욕주 브룩클린에 위치한 명문대인 프랫 인스티튜트(Pratt Institute)에서 실내건축학을 전공 중이다. 장학생으로 선정될 만큼 재원이다.
노래하는 동생과 공부하는 형이라, 선뜻 조화로운 그림이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얼굴을 마주대고 앉아 이야기를 들어보니 눈빛만 봐도 호흡이 척척 통할 정도로 음악에 대한 교감도가 높았다.
“형은 그동안 노래를 부르지 않았지만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작가사로 틈틈이 활동했어요. 지난해 제가 발표한 디지털 싱글 ‘이별 남녀’도 형이랑 같이 작사했고요. 드라마 ‘보석비빔밥’ ‘분홍립스틱’ 등에 수록된 O.S.T도 함께 만들었죠. 어렸을 때부터 형이랑 노래를 부르고 싶었는데 이제야 소원이 이뤄졌네요.”(간종욱)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 바이올린 등 악기 다루는 걸 좋아했어요. 악기와 친해지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노래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죠. 하지만 노래를 부를 여건이 되지 않았고 아쉬운 마음은 가사를 만들면서 달랬죠. 제 목소리로 노래를 들려드릴 수 있게 돼 정말 기뻐요.”(간종우)
간종욱은 자신이 좀 더 유명세해져서 여러 가지 환경이 개선됐을 때 형과 호흡을 맞추고 싶었단다. 형과 듀엣을 결성했다는 사실이 기쁘면서도 자신이 열악한 환경에서 노래를 부르게 만든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고 털어놨다.
“드라마 O.S.T로 목소리와 얼굴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아직 모르는 분들도 많거든요. 전 6년 동안 갖은 고생을 했지만 형만큼은 좋은 환경에서 노래를 불렀으면 했거든요. 못난 동생 때문에 고생하는 것 같아 속상합니다.”
평소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동생이 진심어린 마음을 보이자 간종우는 고마운 듯 웃음을 지었다. 6년 전 동생이 가수가 되겠다고 했을 때 어린 마음에 응원보다는 질투심이 앞섰던 못난 형이었다. 막상 가요계에 도전해 보니 예상했던 것만큼 녹록지 않다며 오랜 세월을 묵묵히 이겨낸 동생이 대견스럽다고 추켜세웠다.
“먼저 데뷔한 동생을 보면서 ‘아 저 자리는 내껀데’ 생각했거든요(웃음). 저도 노래에 관심이 많았기에 마냥 부럽기만 했죠. 그런데 의욕적으로 시작한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노래 부르는 게 쉬울 것 같았는데 막상 녹음을 하고 메이크업을 받고 의상을 챙기며 인터뷰를 하고 무대에 서고 나니까 정말 힘들더라고요. 동생에 대한 존경심이 생겼어요.”
형의 말대로 간종욱은 무명 시절을 오래 겪었다. 2004년 데뷔한 댄스그룹도 뜻대로 풀리지 않았고, 2년 뒤 솔로로 전향한 후에도 이렇다할 결과를 내지 못했다. 먼저 질문을 꺼내기도 전에 “앨범 몇 개 말아 먹었죠”라고 체념한 듯 헛헛한 웃음을 지어보인다.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전 좌절하거나 우울해하지 않았어요. 그럴 때 일수록 더욱 정신을 차리고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4년 전 야심 차게 발표한 앨범 ‘약한 남자’를 내놓자마자 회사 자금난으로 부랴부랴 활동을 접으면서 불안하고 힘들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형이 많이 응원해줬어요. 가족과 팬들의 응원 덕분에 힘든 시간을 무사히 이겨냈네요.”
간종욱은 솔로 가수로서 보여주지 못한 ‘하모니’를 들려줄 수 있다는 점에서 ‘J2’ 탄생의 의의를 뒀다. 이야기는 봇물 터지듯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형의 장점은 음색이 굉장히 특이하다는 거예요. 제가 가수로 활동하면서 가녀리면서도 호소력 짙은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거든요. 전 주로 주부나 직장 팬이 많았는데 형과 노래를 부른 뒤로는 젊은 팬들이 많이 생겼어요. 고운 외모와 독특한 음색이 한몫한 거죠.”
갓 데뷔한 간종우는 자신을 알아봐주는 팬들이 신기하면서도 고맙다고 털어놨다. “페이스 북이나 미니홈피를 방문한 팬들이 좋은 얘기를 많이 남겨주시더라고요. 외국에 계신 분들까지도 관심을 가져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요. 저희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위해 라이브로 노래를 부를 거예요. 무대에 서다 보면 라이브로 부르기 어려운 상황이 있을 테지만 팬들에게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드리는 게 저희의 임무라고 생각해요.”
간종욱과 간종우는 쌍둥이로 구성된 그룹인 만큼 장수가수로 활동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요즘 해체다 뭐다 해서 가요계에 흉흉한 소식이 많은데 저희는 피를 나눈 사이라 팀이 깨질 일은 평생 없을 겁니다(웃음). 지금처럼 서로를 아끼고 격려하면서 활동하려고요.”
미국 유학 중인 간종우는 가수로 데뷔했지만 학업도 소홀히 하지 않을 계획이다. 조만간 공부를 위해 다시 미국으로 떠난다. 그렇다고 가수 활동을 쉬는 것은 아니다. 내달 말쯤 발표되는 동생의 솔로 앨범에 실릴 노래를 작사하고 있다. 가수와 작사가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실력파 그룹 ‘J2’. 어떤 그룹으로 성장하고 싶을까.
“‘쌍둥이 가수’라는 별명보다는 ‘제2의 플라이 투 더 스카이’로 불리고 싶어요. ‘플라이 투 더 스카이’ 이후 남성듀오의 활약이 두드러지지 않았는데 저희가 다시 붐을 일으키고 싶거든요. 우리의 속내를 솔직한 이야기로 풀어내는 친근한 남성듀오로 활동하겠습니다.”
한편, ‘J2’는 오는 16일 오후 5시50분 방송되는 KBS 2TV 음악 프로그램 ‘뮤직뱅크’에 출연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