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전미옥 기자] “대장암은 국내 발병률이 세계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최근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증가한 암입니다. 대장암의 주요 원인은 운동량 부족, 과식, 술·담배 등입니다. 현대화된 생활습관에 우리나라 환자들이 가진 유전자가 적응하지 못해 증가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난해 6월 대한암학회 이사장에 선출된 김열홍 고려대안암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는 최근 폭발적으로 늘어난 국내 대장암 발병의 원인을 ‘현대화된 생활습관’으로 진단한다. 김 교수는 자신이 전공의로 재직할 당시 대장암 환자들이 드문 편이었지만 최근에는 대장암 환자들이 눈이 띄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대장암은 작은 용종부터 시작해 서서히 자라나는 암으로 대장 내시경을 통해 조기발견한다면 수술만으로 완치가 가능하다. 김 교수는 “대장암 수술 이후 완치율은 1기 환자의 경우 95%, 2기는 80∼85%, 3기에서는 65%로 높다”며 “나머지 재발·전이 환자들과 4기 이후 수술이 어려운 환자들은 항암치료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장암은 재발률이 높은 편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전체 대장암 환자의 약 40%가 재발환자로, 이들의 의료비 부담도 적지 않다. 김 교수는 “장기간 치료받는 재발·전이 환자들은 의료비용이 계속해서 누적되기 때문에 부담이 비교적 크다”고 말했다.
최근 주목되는 항암 표적치료제의 경우 현재 1,2차 치료제 두 가지만 보험급여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김 교수는 “3차 이후에 접어들면 경제적 부담으로 치료를 중단하는 환자들이 많고 몇몇 환자들은 임상실험 참여해 치료 기회를 잡기도 한다”며 “의료진의 입장에서는 전신상태가 좋은데도 치료방법이 없어 지켜볼 수 밖에 없을 때는 무척 안타깝다”고 말했다.
환자들 사이에서는 의료비 보장성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지만 건강보험 재정의 한계로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한 개선책으로 건강보험급여 시스템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교수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약의 효과나 가치, 경제적 부담 정도에 따라 본인부담을 차등화하는 본인부담 차등적용제를 주장하고 있다”며 “여기서 더 나아가 환자의 일생을 기준으로 부담액을 차등 적용하는 방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환자의 일생동안 의료비용을 누적 계산한 것을 기준으로 어느 시기까지는 본인부담 비율을 높게 잡고, 이후에는 의료비 본인부담액을 대폭 경감시키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본다”고 제안했다.
또한 김 교수는 “현재 1∼2기 암 진단을 받고 한차례 수술 이후 회복되는 환자들의 경우 본인부담금 5%만 부담하면 되므로 경제적 부담이 크지 않다. 반면 재발·전이 환자들은 치료비 부담이 계속해서 증가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령이 될수록 경제적 능력이 떨어지고 병기가 높은 경우가 많다. 앞으로 고령사회를 대비해 개인의 일생동안 경제적 능력에 따라 부담률을 차등적용하는 보험급여 시스템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열홍 교수는 치료를 받고 있는 암 환자들에게 ‘모든 암 치료 과정에서 전문의와 긴밀하게 상의할 것’을 주문했다. 김 교수는 “암 환자들이 치료 중 민간요법과 같이 효과가 입증되지 않는 치료법에 매달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실제로 부작용을 일으키거나 증세가 악화되는 일이 적지 않으므로 꼭 담당 의료진에게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치료 중에는 체력 유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대장암의 원인이 비만, 육식, 과식 등으로 지목되다보니 환자들이 치료 중에 육식을 자제한다든지 식단조절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그러나 치료 중에는 체력유지를 위해 골고루 잘 먹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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