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속 드러나는 가습기살균제 위해성

속속 드러나는 가습기살균제 위해성

양현종 교수, “판매중지 후 간질성폐질환 발생률 81.6% 감소”

기사승인 2017-10-26 00:10:00

2011년 11월11일, 가습기살균제 판매조치가 내려진지 6년이 다됐다. 하지만 아직 사건은 진행형이다. 

최근에는 박근혜 정부시절인 2013년 청와대에서 국회의 가습기살균제 특별법 제정을 막으려했다는 정황과 직접개입 여부가 드러난 문건이 공개되며 여론을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다.

가습기살균제와 판매회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피해의 진실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하나로 결합돼 파장 또한 커져가는 모습이다.

이 가운데 가습기살균제와 피해에 대한 인과관계를 알 수 있는 연구결과들이 최근 부산에서 개최된 대한예방의학회 학술대회장에서 공개됐다.

양현종 순천향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학교실 교수(사진)는 ‘가습기 건강피해의 새로운 역할적 근거’를 주제로 진행된 강연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보유한 보건의료빅데이터를 분석해 가습기살균제와 소아천식, 간질성폐질환 간의 관련성을 밝혔다.

연구는 가습기살균제 판매중지가 이뤄진 시점을 전후해 2007년까지를 노출집단으로, 2012년부터 2016년을 비노출집단으로 나눠 소아 천식과 간질성폐질환으로 분류된 건강보험 청구데이터를 비교분석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그 결과, 가습기 살균제 판매중지 이후 천식유병률과 발생률, 천식의 중증도와 악화정도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간질성폐질환의 경우 급격한 감소세를 보였다. 

구체적으로 천식의 누적발생률과 조기일과성 천식의 누적발생률은 판매중지 이후 각각 4.7%와 0.4% 감소했다. 문제는 조기 지속성 천식 누적발생률로, 판매중지 이후 29.4%가 줄었다. 

특히, 가습기의 사용량이 많은 겨울철 출생아동의 경우 판매가 이뤄졌을 때보다 중지 이후 조기 지속성 천식이 36.6%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간질성 폐질환 발생률은 판매 중지 이후 81.6%나 줄어들어 차이가 확연했다.

이와 관련 양 교수는 “간질성폐질환 발생의 선행요인들을 배제한 건강한 소아에서의 확연한 감소를 관찰할 수 있었다”며 “다른 정책효과나 위험요인에 의한 교란가능성이 적어 6세 미만 소아 간질성폐질환과의 인과관계가 강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천식의 감소경향에 대해서는 “집먼지진드기, 곰팡이, DUR, 공공장소 금연법, 진료환경변화 등 다양한 천식 영향요인들이 존재해 개인 수준에서의 인과관계 추정이 불가능하다”며 “가습기 살균제 판매중지 효과로 보이나 개인수준의 후속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경무 방송통신대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피해자와 일반인을 비교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수행해 가습기살균제의 사용 특성과 피해규모를 추정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할 경우 약 13.9%가 건강상의 이상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새롭게 증상이 발생하거나 기존의 질병이 악화돼 병원치료를 받은 경우가 10.1%였고, 주로 비염과 천식, 폐렴, 아토피 등 피부질환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구나 하루 평균 노출시간(양)과 반응(질환) 간 관계도 뚜렷한 관련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이 교수는 “연령이나 성별에 따른 추가적인 층화분석이 필요하지만 자료상 일반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에게 가습기살균제 노출과 다양한 건강피해 간의 연관성이 강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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