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환 바로알기-누공성 크론병] ‘크론병 중의 크론병’

[질환 바로알기-누공성 크론병] ‘크론병 중의 크론병’

기사승인 2018-03-26 00:10:00
#6년 전 크론병 진단을 받았던 직장인 김건욱(32·남, 가명)씨는 3년전 아침에 화장실을 갔다가 항문 주변에 작은 몽우리가 잡히는 것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종기로 여기고 지켜보려고 했지만, 몽우리는 하루 이틀만에 점점 커지더니 통증이 점점 심해졌다.

병원을 찾은 김씨는 크론병의 합병증으로 인해 항문 주변에 생긴 누공에 따른 치루라는 진단을 받았고, 수술까지 했다. 하지만 “좋아지겠지…”라는 김씨의 기대와 달리 치루는 재발에 재발을 거듭했고, 2년 동안 치루 수술만 4번을 경험해야 했다.

수술 부위가 잘 아물지 않아 누공에서 배출되는 고름 등 분비물로 인한 냄새와 불편함은 김씨를 계속 위축시키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치루 수술을 계속하면서 수술부위가 딱딱해지고 직장이 좁아져 심한 변비 증상까지 찾아왔다. 김씨는 진단 결과 ‘누공성 크론병’으로 수술과 함께 약물로 염증치료를 병행했다.

김씨처럼 ‘누공성 크론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된다. 앉아 있어도, 걸어 다녀도 이어지는 통증 때문에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이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거라는 절망감에 기인한 심한 우울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크론병은 소장, 대장 등 소화기관에 생기는 만성 염증성 질환인 염증성 장질환 중 하나다. 대장에만 염증이 나타나는 궤양성 대장염과 달리 크론병은 입에서부터 항문에 이르기까지 소화관 전체에 염증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염증 부위가 연속되지 않고 드문드문 있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는 환자의 약 60%가 소장과 대장 모두에서 증상이 발견되는데, 소장의 끝과 대장이 만나는 부위에 염증이 생기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대한장연구학회에 따르면 크론병의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고 주된 증상은 설사, 심한 복통, 메스꺼움, 발열, 혈변, 체중 감소 등을 들 수 있다.

증상이 조금 좋아진 듯 하다가도 별다른 원인 없이 심해지는 등 악화와 재발이 잦고 완치하기 어려운 난치성 질환이다. 출혈, 농양, 장폐쇄, 협착, 천공 등 다양한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으며, 염증이 누공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누공이란 장관에 생긴 샛길(터널)을 의미한다. 한 장관에서 다른 부위의 장관이나 방광, 질, 피부 등으로 연결된다. 이러한 합병증이 일어나면 점액이나 고름, 대변 등이 누공을 통해 배출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배출된 소화액과 박테리아들이 복막염, 패혈증 등을 일으켜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특히 항문 주위에서 누공이 발생하는 경우가 가장 흔해, 우리나라 크론병 환자의 30~50%가 항문 주위에 치핵이나 치루 등 ‘누공성 크론병’을 동반하고 있다.

누공성 크론병은 일반적인 치루와 달리 염증이 장을 침범해 발생하는 병이기 때문에 환자의 상태에 따라 차이는 있기도 하다. 보통 약물 치료와 함께 고름을 빼는 등 별도의 시술이 필요하다. 또 한 번의 수술로는 잘 치유돼지 않고 재발도 잦은 특성이 있다.

이러한 누공성 크론병은 항문 주위 출혈이나 농양으로 인한 통증 및 불편감과 함께 지속적인 분비물에 의한 오염이 발생한다. 수술 후에도 상처 치유가 느리며 때로는 여러 차례 수술을 요하거나, 배변 조절에 장애를 일으키는 등의 문제로 환자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이에 대해 해운대백병원 소화기내과 김태오 교수는 “누공성 크론병은 수술을 해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고 누공을 닫는 과정에서 적절한 약물 치료가 병행돼야 한다. 최근에는 면역계 이상으로 장 점막에 손상을 일으키는 종양괴사인자(TNF)를 억제하는 생물학적제제를 활용해 누공성 크론병의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태오 교수는 “다만 이러한 생물학적제제의 경우 보험급여 기준의 제약으로 일부 약제는 사용하기가 어렵다. 누공성 크론병 환자 중에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고통을 겪는 환자도 많은 만큼 환자의 상태에 따라 더 다양한 약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보험급여 기준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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