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형병원 간호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서울 빅5 병원의 6년차 남자 간호사 A씨는 지난해 10월 한강대교에 투신해 사망했다. 최근 유사한 간호사 사망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또 다른 사망 사건이 나와 안타까움을 더한다.
앞서 지난 5일 서울의료원의 5년차 故서지윤 간호사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바 있다. 서 간호사의 유족은 사망 원인을 태움 및 직장 내 괴롭힘으로 지목하고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이번에 알려진 6년차 간호사 사망사건에 대해도 태움 및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이 제기됐다.
일반적으로 '태움'이란 선배 간호사가 후임 간호사를 지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가혹행위나 괴롭힘 등을 일컫는다. 그런데 앞선 사례와 같이 경력 간호사들의 극단적 선택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태움'의 의미를 넓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규간호사 뿐만 아니라 경력 간호사들이 겪는 고충도 '태움'의 연장선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행동하는간호사회 최원영 간호사는 "태움을 선배간호사가 후배간호사를 괴롭히는 것만 생각하는데, 사실 간호사들이 생각하는 태움의 범위는 좀 더 광범위하다"며 "의사가 간호사를 닦달하기도 하고, 보호자들이 간호사를 위협하기도 한다. 그리고 아무도 피해갈 수 없는 게 환자에게 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환자 생명이 달려있기 때문에 병원에서 간호사들이 바빠서 실수를 하더라도 이해해주지 않는다. 문제는 환자가 나빠지거나 응급상황이 너무 자주 발생한다는 점"이라며 "결국 절대적인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선의 간호사들은 식사나 화장실에 가는 것같은 기본적인 것들도 포기하고 일할 때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실수에 대해 관대할 수 있는 사람이 몇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의 '2018년 의료기관 내 인권유린 실태조사' 결과, 의료기관 종사자 19.2%가 상급자나 동료 등으로부터 괴롭힘을 경험했으며, 근무 중 욕설 등 폭언을 경험한 간호사는 79.1%에 달했다. 폭언 가해자로는 상급자(11.1%), 의사(20.8%), 동료(4.4%), 환자(33.3%), 보호자(30.1%) 등 다양하게 나타났다.
이와 관련 간호계에서는 간호사의 적정 인력기준을 제시하고 관련 법안을 손볼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곽월희 대한간호협회 제1부회장은 최근 간호사 인권 관련 국회 토론회에서 "간호사의 인권침해 문제는 열악한 근로환경과 낮은 처우에서 불거진다"며 "법안 재개정을 통해 근로환경에 대한 기준을 정비하고 적절한 처우에 대한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6년차 간호사 사망사건에 대해 병원 측은 괴롭힘 의혹과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병원 관계자는 "내부 조사 결과 태움과는 상관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직원은 6년차 간호사로 한 부서에 오래 근무했기 때문에 따돌림이나 보직 승진 문제는 관련이 없었다"며 "개인적인 사유로 일어난 일이라 유족이 원치 않아 알리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