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전립선암에 주로 적용되고 있는 방사선 치료 ‘브라키테라피(brachytherapy, 근접치료)’가 중기 자궁경부암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높은 유지비용 대비 턱없는 치료 수가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는 이를 시행할 수 있는 병원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술이 어려운 전이암에서 적극적으로 권고되는 치료법은 방사선 치료다. 크게 ‘외부조사방사선치료’와 ‘브라키테라피’로 나뉘지만, 국내에서 주로 시행되고 있는 방법은 외부조사방사선치료이다. X-ray, 전자선, 입자선, 감마선 등을 이용해 신체표면을 투과하여 몸속 깊은 곳에 있는 암을 치료한다.
최대 단점은 방사선이 암에 도달하기까지 그 길목에 있는 정상 조직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특히 자궁경부암의 경우 자궁 주변에 소장과 대장이 있기 때문에 장 협착, 장 출혈, 장 궤양, 심하게는 장 천공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림프절 전이 또는 암이 자궁경부를 벗어나 있는 2기 후반부터는 생존율이 50% 이하로 떨어지기 때문에 방사선 치료는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다.
다행히 ‘브라키테라피’를 시행하면 기존 외부조사방사선치료 대비 부작용 위험이 크게 줄어든다. 브라키테라피는 치료할 암에 직접 기구나 바늘을 삽입하고, 그 내강(內腔)에 원하는 시간만큼 동위원소를 거치시키는 방법이다. 삽입한 기구나 바늘에 동위원소를 거치시키기 때문에 주변 정상조직에 전달되는 불필요한 방사선량이 기존 치료 대비 매우 낮다. 또 동위원소가 암 안에 삽입된 상태로 치료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변 장기의 변화에 따라 암의 위치가 바뀌더라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브라키테라피는 자궁경부암 외에도 두경부암, 전립선암, 자궁내막암 수술 후 질 치료 등에 시행된다.
지난 2013년 발표된 미국 암등록 자료를 보면, 자궁경부암 환자 7369명 중 브라키테라피를 받지 않은 환자의 4년 생존율은 이를 받은 환자 대비 12% 낮았다. 국립암센터가 2008년부터 2013년 사이에 MRI 기반 3차원 브라키테라피로 치료받은 128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이들의 5년 국소제어율은 94%, 생존율은 89%로 높았다.
김연주 국립암센터 양성자치료센터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는 “특히 브라키테라피 기법 중 MRI 기반 3차원 브라키테라피로 치료받은 환자는 2차원 브라키테라피로 치료받은 환자들에 비해 부작용이 5분의 1로 감소했다”며 “이 방법은 현재 유럽에서 표준치료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제는 브라키테라피가 의료진 업무량 및 사고 위험도 대비 치료 수가가 낮아 일부 지역에는 이를 시행할 수 있는 병원이 없다”고 지적했다.
2016년 대한방사선종양학회 부인암 분과에서 전국 브라키테라피 시행병원을 조사한 결과, 1997년 방사선종양학과가 있는 42개 병원 중 30개 병원에서 이를 시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14년에는 방사선종양학과가 있는 병원이 86개로 늘어난 반면 이를 할 수 있는 병원은 28곳으로 줄어들었다. 특히 조사 당시 충북, 충남, 제주도에는 브라키테라피를 시행할 수 있는 병원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문의는 “2014년 기준이지만 현실적으로 브라키테라피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시행 가능한 병원 수가 더 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이를 하려면 의사, 의학물리학자, 방사선사, 간호사 등 최소 4명의 의료 인력이 필요하고, 기존 치료 대비 소요 시간은 세배 이상 더 걸린다”고 호소했다.
자궁경부암의 브라키테라피 치료는 환자 치료 소독(20분)-기구 삽입(30분)-2차원 영상 확인(10분)-차트 확인(10분)-치료(30분)-치료실 정리(35분) 등의 과정을 거친다. 반면 외부조사방사선치료법 중 하나인 세기조절방사선치료로 진행하면 환자당 방사선사 2명이 수행하며, 치료(30분) 과정만 거치면 된다.
그는 “자궁경부암의 브라키테라피는 치료 때마다 기구를 자궁강내와 질에 넣어야 하기 때문에 출혈, 감염의 위험이 있다”며 “동위원소 직접 취급과 관련된 사고 위험도 있어 이를 예방하기 위한 관리도 엄격하게 이뤄진다. 그런데 치료 수가는 외부조사방사선치료 대비 4분의 1수준이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자궁경부암에서 브라키테라피는 절대 생략될 수 없는 핵심적인 치료이다. 하지만 지역불균형이 있다 보니 안내를 하더라도 환자 자의로 한참을 쉬었다가 받으러 가거나, 아예 받으러 가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이렇게 쉬었다가 치료를 받으면 효과는 매우 떨어진다. 환자들의 완치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병원에 적자를 가져오는 브라키테라피의 수가를 개선하고, 환자들이 적시에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