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제 예능'이란 함정

'시즌제 예능'이란 함정

기사승인 2019-06-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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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제 예능'이란 함정

지난 1일 첫 방송된 tvN ‘아스달 연대기’는 시청률이나 작품성과 별개로 시청자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CG와 의상, 언어, 배우들의 연기 등 이야기할 주제도 다양했다. 그럼에도 ‘아스달 연대기’는 한 주간 대중의 관심과 화제성을 반영하는 콘텐츠영향력평가지수(CPI)에서 3위에 그쳤다. 1, 2위를 차지한 건 Mnet ‘프로듀스 X 101’과 tvN ‘강식당2’이었다. ‘프로듀스 X 101’은 5주 연속 1위 자리를 지켰고, ‘강식당2’는 분식집 오픈 과정을 보여준 첫 방송으로 단번에 2위에 올랐다. 540억 원을 들인 블록버스터 드라마도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예능 프로그램의 벽을 넘지 못했다.

‘프로듀스 X 101’과 ‘강식당2’의 흥행은 이전 시즌이 쌓아온 신뢰 덕분에 가능했다. ‘프로듀스 X 101’은 2016년부터 시작한 ‘프로듀스 101’ 시리즈의 네 번째 시즌이다. ‘프로듀스 101’은 그룹 아이오아이, 워너원, 아이즈원까지 데뷔 순간부터 콘서트가 가능한 대형 신인 아이돌을 탄생시키는 등 끝난 줄 알았던 오디션 프로그램의 부활을 알린 프로그램이다. 비슷한 콘셉트의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이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강식당2’는 2015년부터 여섯 시즌을 방송한 ‘신서유기’의 스핀오프 예능이다. ‘신서유기’ 멤버들과 tvN ‘윤식당’의 식당 운영 콘셉트를 결합해 의외의 성공을 거뒀다.

최근 시즌제 예능 프로그램이 많아진 이유다. 프로그램의 첫 시즌이 받은 좋은 평가는 곧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흥행 가능성을 높인다. 매번 불안정한 새로운 아이템을 기획해야 하는 방송사 입장에선 성공한 예능 프로그램의 시즌제는 버릴 이유가 없는 매력적인 카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시즌제 예능 프로그램의 숫자는 많지 않았다. MBC ‘무한도전’, SBS ‘런닝맨’,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매주 한 편씩 방송하는 고정 프로그램들이 대세였다. ‘무한도전’이 멤버 교체에 반발을 불렀듯, KBS2 ‘1박 2일’ 식 멤버 교체는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예능은 박수받으면서 끝나기 어렵다는 것이 시즌제를 어렵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시청률이 떨어지고 인기가 없어지면 소리소문없이 종영하는 것이 예능 프로그램의 운명이었다.

시즌제 예능의 활로를 뚫은 건 tvN, JTBC 등 케이블, 종편 방송사였다. 10~15회 정도의 회차를 정해놓고 방송을 시작하는 것이 일반화됐다. 일정 분량의 첫 시즌을 방송한 후 시청자 반응을 평가해 다음 시즌 제작에 들어가는 방식이다. 덕분에 현재 방송 중인 tvN ‘풀 뜯어먹는 소리’, ‘현지에서 먹힐까’, ‘대탈출’ 등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이 시즌제를 차용하기 시작했다. 케이블, 종편의 성과를 지켜본 지상파도 시즌제 예능을 적극 도입했다. SBS ‘동상이몽 2 – 너는 내 운명’, KBS2 ‘살림하는 남자 시즌2’,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 KBS2 ‘대화의 희열 2’ 등 다수의 예능이 두 번째 시즌을 방송 중이다.

비슷한 포맷과 반복되는 장면들은 시즌제 예능의 약점이다. 높은 화제성을 모은 ‘프로듀스 X 101’과 ‘강식당2’ 모두 이 같은 비판에 직면했다. ‘프로듀스 X 101’은 미지수 ‘X’를 콘셉트로 변화를 시도했지만, 결국 프로그램의 재미와 감동은 이전 시즌에서 본 것 같은 장면들에서 나왔다. ‘강식당2’도 경양식 돈까스 식당에서 분식집으로 음식 종류와 콘셉트를 바꿨지만, 요리 과정과 멤버들의 대화, 손님의 반응을 반복해서 보여주는 프로그램의 구성은 이전과 같았다. 이를 두고 질린다거나 식상하다는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함정을 피해간 예능도 있다. ‘대화의 희열 2’나 ‘대탈출 2’는 기본적인 콘셉트와 구성, 멤버는 첫 시즌과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시즌1을 반복하면서도 새로운 요소들을 추가한 것이 주효했다. ‘대화의 희열’은 여성 패널을 투입해 인터뷰 자체의 분위기와 흐름을 바꿨다. ‘대탈출’은 탈출 실패의 가능성을 도입하고 시즌1과 적극적인 연계해 새로운 재미를 선보였다. 작은 변화로도 두 번째 시즌이 필요했던 이유를 입증하며 신선한 매력을 보여준 것이다.

첫 시즌에서 성공을 거둔 예능 프로그램의 다음 시즌은 성공 가능성이 높다. 제작진과 출연자, 시청자 모두 첫 시즌을 경험하며 프로그램의 콘셉트를 이해하고 학습하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어느 지점을 강조해야 더 재미있는지, 어떤 점이 약점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 시청자들은 이전보다 빠르게 적응하며 프로그램을 즐길 준비를 마친 상태다. 높아진 시청자의 기대감을 충족시켜야 하는 건 제작진의 숙제다. 첫 시즌이 아무리 재미있었다고 해도 이전과 똑같은 느낌을 주면 시청자들은 지루해한다. 중요한 건 시청자들이 시즌제 예능 자체를 학습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시즌제 예능을 준비하는 제작진의 깊은 고민과 치밀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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