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MBC ‘유산슬’의 KBS ‘아침마당’ 출연

기사승인 2019-11-20 12:4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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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MBC ‘유산슬’의 KBS ‘아침마당’ 출연

9개월의 공백을 딛고 KBS2 ‘1박 2일’이 다음달 시즌4로 돌아옵니다. ‘1박 2일’은 KBS의 간판 프로그램으로 많은 고정 시청자를 보유했던 전통의 강자입니다. 첫 방송된 지 12년 넘는 긴 시간 동안 제목과 포맷을 바꾸지 않고 일요일 황금 시간대에서 꾸준히 버틴 건 쉽지 않은 일이죠. 하지만 이름값만큼 화려한 복귀는 아닙니다. 오히려 조심스럽습니다. 올해 초 시즌3 고정멤버들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충격을 줬던 상처가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1박 2일’은 여성 연출자인 방글이 PD를 중심으로 신중하게 새 멤버를 선정했다고 합니다. 포맷과 형식은 그대로지만 새로운 제작진과 출연진으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각오입니다.

과거 ‘1박 2일’에 비교됐던 예능 프로그램이 지난해 종영한 MBC ‘무한도전’입니다. 두 예능 프로그램은 2000년대 후반부터 리얼 버라이어티 장르를 정착시키며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죠. ‘1박 2일’ 시즌1을 이끌었던 나영석 PD는 2015년 7월 OSEN과의 인터뷰에서 ‘무한도전’과의 협업을 진행한 적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무한도전 특집’을 기획해 김태호 PD와 처음 통화하며 의견을 나눴지만 결국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다른 방송국 프로그램과의 협업을 회사 측에서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죠.

당시엔 예능 프로그램에서 타 방송사의 이름이나 프로그램을 언급하는 것이 금기시 됐습니다. KBS를 ‘케이(K)모 방송국’이라 부르거나, ‘해피투게더’를 ‘목요일에 방송하는 프로그램’으로 돌려 말하는 식이었죠. 토크쇼에 출연한 게스트도 “이런 얘기해도 되나”하며 다른 방송사 프로그램을 언급해도 되는지 눈치를 보곤 했습니다. 과거엔 그 정도로 방송사 간의 장벽이 높았습니다. 어느 방송사의 공채, 오디션 출신인 가수, 개그맨, 배우는 타 방송사 출연이 어려운 게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일정 기간 출연 금지를 당하거나, 사회적 논란으로 번져 활동이 어려워지는 일이 있었을 정도로 금기의 칼날은 매서웠습니다.

18일 오전 방송된 KBS1 ‘아침마당’에는 방송인 유재석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유재석은 ‘국민 MC’가 아닌 MBC ‘놀면 뭐하니’에서 탄생한 트로트 가수 유산슬로 자신을 소개하고 노래를 눌렀습니다. MBC가 만들어낸 캐릭터가 KBS 오전 방송에서 다른 신인 트로트 가수들과 경쟁하는 모습은 과거엔 상상하기 힘들었던 이색적인 풍경이었습니다. EBS에서 탄생한 캐릭터 펭수가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에 출연해 EBS 사장 이름을 언급하거나, JTBC 공채 출신 아나운서인 장성규가 KBS2 새 예능 ‘슬기로운 어른이 생활’에 MC로 출연한 것도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방송사 간의 장벽이 무너진 현장을 실시간으로 목격하는 기분입니다.

매체 환경의 변화가 방송사 간의 경계를 무너뜨렸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경쟁의 상대가 바뀐 것이죠. 지상파 방송국의 영향력이 컸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넷플릭스 같은 OTT서비스나 유튜브를 더 의식하고 있습니다. 종편·케이블 방송사들이 자사 콘텐츠를 넷플릭스에 다수 판매하는 것과 달리, 지상파 방송국은 1년에 두 편씩만 판매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방송 클립도 유튜브가 아닌 네이버와 계약을 맺어 제공하고 있고요. 대신 방송사들끼리는 이전처럼 경쟁하기보다 협업하며 상생을 노립니다.

방송사들의 사정은 더 복잡해졌고, 생존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시청자의 요구를 얼마나 고려하는지는 의문입니다. MBC에서 KBS를 KBS라 부르지 못하고, ‘1박 2일’과 ‘무한도전’의 협업이 실패한 건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요. 펭수의 지상파 진출과 유산슬의 ‘아침마당’ 출연에 시청자들이 열광하는 이유를 되새겨봐야 하지 않을까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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