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아파트 부실시공 소동...문 안 닫히는 승강기에 1m 복도까지

“감리업체와 시공사 간 상호견제 필요”

기사승인 2020-01-09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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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 연초부터 아파트 시공 문제로 시끌하다. 최근 입주를 시작한 한 초고층 아파트에선 강풍 때문에 승강기 문이 닫히지 않는가 하면, 또다른 아파트에서는 양 옆에 세대 간 거리가 1m밖에 되지 않아 동시에 현관문을 열면 부딪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매년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이같은 부실시공과 관련해 시공사와 이들을 관리·감독하는 감리업체 간 명확한 역할분담을 통한 견제활동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승강기 문이 안 닫혀.=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해운대 엘시티 아파트 승강기 건’이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입주 예정자라고 밝힌 청원인은 최근 입주하기 전 아파트를 방문했다가 승강기 문이 닫히지 않아 현장 직원이 직접 문을 닫아줬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승강기 앞에 다가서면 바람이 너무 강해서 문이 스스로 안 닫혔고, 직원들이 문을 닫아줘야만 승강기가 정상 작동했다”며 “기술적인 결함인지, 구조적인 결함인지 모르지만, 승강기를 기다릴 때도 굉장한 바람소리가 났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입주민들은 매번 승강기를 탈 때마다 극심한 공포와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라며 “하지만 시행사 측은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고 대응도 하지 않는다”라고 호소했다.

시공사인 P건설은 입주철이라 아파트 문을 열어두면서 생긴 해프닝일 뿐이라며 큰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P건설 관계자는 “최근 입주기간이라 계속 문을 열어놓고 큰 짐이 왔다갔다해서 바람이 많이 불어들어와 발생한 일”이라며 “사전 점검도 다 했는데 문제는 전혀 없다. 입주시기가 끝나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에서 잘못된 시공과 허술한 관리·감독으로 인한 문제는 또 있다. 지원건설이 시공한 부산 동구 초량동의 한 아파트 입주자들은 좁은 복도로 인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앞서 동구청은 입주 예정인 해당 아파트 복도 폭이 건축법상 최소 규정(편복도 1.2m)에 못 미치는 1.12m인 것을 발견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지원건설는 급히 재시공에 착수해 작업을 완료했지만, 시정 후에도 두 집이 동시에 문을 열면 문이 부딪칠 정도로 복도가 좁아 입주예정자와 시공사 측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부산 아파트 부실시공 소동...문 안 닫히는 승강기에 1m 복도까지◇문제 근본 원인은.=이같은 부실시공 문제는 매년 지속적으로 발생해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감리업체와 시공사 간에 명확한 역할 분담으로 인한 상호견제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우리나라는 건축물을 지을 때 설계 따로, 시공 따로 진행한다. 감리를 하는 업체와 함께 협업이 되어야 하는데 제각각 이뤄지다 보니까 설계를 잘해서 시공하더라도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감리 업체의 경우 시공사에 종속되지 않고 상호견제를 통해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는 ‘을’의 입장이라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창식 건축공학과 교수(한양대)는 “감리는 시공사를 견제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들은 상호간 실수를 제어할 수 있는 존재다”라며 “공생의 관계이지만 역할분담이 명확할 필요가 있다. 크로스체크를 통해 이같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건 문화적 개념을 바꾸는 일이다. 우리나라 건설사의 시공능력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데 유독 국내에서만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일례로 돈으로 연결되는 공사기간 압박 등과 같은 부분을 고쳐나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건설사는 오히려 감리업체가 사업의 주도권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통상 시행사가 감리업체를 결정하고, 시공사는 해당 업체와 건축을 진행한다”며 “감리가 감독을 하고 있다 보니 시공사 입장에서는 그들의 규정에 맞게 시공을 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우리가 을의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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