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호의 문화 ON] 대중문화 속 달라진 북한의 모습

기사승인 2020-02-05 17:2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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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김민희 아나운서 ▶ 방송, 영화, 문화계 이슈부터 스타들 소식까지 전해드리는 문화 ON 시작합니다. 오늘도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가 준비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은호 기자 ▷ 네. 안녕하세요. 이은호 기자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오늘은 어떤 내용으로 이야기 나눠볼까요?

이은호 기자 ▷ 최근 대중문화계의 주요한 소재로 북한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북한을 배경으로, 북한 사람이 주인공인 드라마와 영화가 잇따라 나오고, 북한말이 포털 사이트에서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는데요. 동시에 대중문화 속에서 북한을 그리는 모습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평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최근 대중문화 속에서 달라진 모습의 북한 관련 소식 전해드립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뉴스나 다큐멘터리를 통해서만 조명되고 접해왔던 북한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영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을 망라해, 대중문화의 주요한 소재로 떠오른 지 오래 됐어요. 그리고 최근에는 과거에 비해 북한 주민들을 온정적 시선으로 그린 작품이 많아지고 있는데요. 관련 내용, 이은호 기자와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가 화제를 모으고 있죠? 

이은호 기자 ▷ 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인데요. 손예진과 현빈이라는 대스타가 주인공인 데다, 별에서 온 그대의 박지은 작가의 유명세에 이어 드라마 속 배경이 북한이라는 점 때문에 방영 전부터 관심이 쏠렸습니다. '사랑의 불시착'은 2회 만에 시청률 6.8%를 기록해 전작 ‘날 녹여주오’의 최고 시청률 2배를 넘겼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의 주된 스토리는 어떻게 됩니까? 

이은호 기자 ▷ 어느 날 돌풍과 함께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북한에 불시착한 재벌 상속녀 윤세리와 그를 숨기고 지키다 사랑하게 되는 북한 장교 리정혁의 극비 로맨스를 그리고 있습니다. 특히 현실적으로 만날 수 없는 남녀북남의 로맨스라는 생소함이 '사랑의 불시착'의 출발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리고 특히 이 드라마는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준비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어요. 

이은호 기자 ▷ 네. 집필을 맡은 박지은 작가는 2008년 9월 우리나라의 여배우가 인천에서 레저보트를 즐기던 중 방향을 잃고 월북해서 해안가의 북한 남성과 대화까지 나눈 후 북한 경비함의 추격을 받고 도망친 사건 보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합니다. 이후 해상 사고로 월북 또는 월남한 실제 사건들에 대한 자료를 모으며 '사랑의 불시착'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다.

김민희 아나운서 ▶ 작품의 배경이 된 북한에 대한 자료조사는 물론, 검증을 위한 노력도 동반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요. 최근 달라진 북한의 모습을 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고요?

이은호 기자 ▷ 네. 박지은 작가는 북한 전방부대 장교, 전방부대 사택마을에 거주했던 군관의 아내, 보위사령부 간부, 장마당 상인 등 수십 명에 이르는 다양한 직업군의 탈북인들을 지속적으로 취재해 북한의 생활상에 대한 조사에 주력했고요. 특히, 탈북인인 곽문안 작가가 보조 작가로서 참여해, 북한 관련 아이디어와 씬 구성 작업은 물론 세밀한 최종 검증 작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손예진과 현빈의 로맨스 자체만으로 관심을 모았고, 또 검증 작업도 이루어지고 있지만, 일각에서 우려했던 대로 북한을 코미디의 장소로 활용한 것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고요? 

이은호 기자 ▷ 네. 톱스타 현빈과 손예진의 달콤한 멜로연기가 높은 지지를 얻고 있지만, 극 중 북한 총정치국장 아들이자 민경대대 대위인 리정혁이 정의롭고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지는 것에 대한 불만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호평과 불편함 사이에 서 있는데요. 내용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 또한 있는 거죠?

이은호 기자 ▷ 네. 무엇보다 배경으로 나오는 북한 마을은 판타지에 가깝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북한 군인들이 평화롭게 고기를 구워 먹고, 주민들이 맥주를 마시며 생일을 축하하는 장면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인데요. 뿐만 아니라 북한 주민들이 한국 화장품과 전기밥솥을 사용하는 장면을 두고 ‘간접 광고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 부분이 과거와 달라진 점 같아요. 드라마 속 북한의 모습이 바뀌었잖아요. 보다 평화롭고 안정적인 모습으로 그리고 있는데요. 그에 대해 시청자 반응은 어떻습니까? 

이은호 기자 ▷ 앞서 말한 것처럼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지만, 북한말이나 북한 주민들의 생활에 호기심을 갖는 시청자도 있습니다. 실제로 ‘귀때기’처럼 '사랑의 불시착'에 나온 북한말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고요. ‘김치움’, ‘살까기’, ‘손전화’ 등 북한말을 정리한 글들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사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니까요. 많은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그냥 편하게 보는 시청자들이 많아졌나 봐요. 

이은호 기자 ▷ 네. 그래서 제작진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북한말이나 북한 생활상을 소개하는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는데요. 일례로 한국 화장품이나 속옷, 전기 밥솥 등이 실제 북한 장마당에서 몰래 팔리고 있다면서 “PPL은 오해”라고 해명한 바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제작진 역시 그 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봐달라는 당부를 남기기도 했다고 하죠?

이은호 기자 ▷ 네. '사랑의 불시착'의 이정효 감독은 제작 발표회에서 북한 소재가 거부감이 들 수도 있지만, 북한의 생활상은 로맨스와 함께 어우러지는 재미의 요소로 봐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연출자가 직접 드라마를 불편한 시선으로 보지 말아 달라는 당부를 남기기도 했는데요. 드라마에 이어 북한을 소재로 한 영화도 개봉했죠? 

이은호 기자 ▷ 네. 영화 ‘백두산’입니다. 백두산 화산이 폭발해 우리 군이 북측에 침투한다는 상상에서 출발한 작품인데요. 남북한 인물들이 힘을 합쳐 백두산 폭발에 따른 한반도의 재난 피해를 막는 내용인데요. 주인공인 북한 무력부 소속 일급 자원 리준평 역을 배우 이병헌이, 남한 특전사 대위 조인창 역을 하정우가 맡아 열연했습니다. 백두산의 추가 폭발 등에 대처하는 작전을 펼치기 때문에, 영화의 주 무대가 백두산이 있는 북한으로 그려집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주 배경이 북한이고 주인공 중 한 명도 북한군으로 등장하는데, 영화 백두산에서는 특별한 점이 등장한다고 해요. 바로 한류를 보여준다고요?

이은호 기자 ▷ 네. 드라마 ‘다모’를 언급한 장면이 등장하는 건데요. 극 중 이병헌이 하정우를 납치하다시피 데려가면서 “네래 ‘다모’ 봤어? 남조선 드라마 ‘다모’. 내래 마지막회를 못 봤어”라고 말하는 장면인데요. 배우들도 이 ‘다모’ 언급신을 촬영하면서 많이 웃었다고 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북한 주민들이 우리 문화를 접하고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 거군요. 

이은호 기자 ▷ 네. 앞서 살펴본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도 비슷한 묘사가 나오는데요. 첫 회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하다 북측 비무장지대에 불시착한 손예진이 도주할 때 초소 경계를 서던 북한 병사는 드라마 ‘천국의 계단’을 보며 눈물짓느라 그녀를 놓치게 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렇게 영화와 드라마에서 표현하는 것처럼, 실제로 북한에서 우리 대중문화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어떻습니까? 

이은호 기자 ▷ 네. 다수의 탈북민들 증언에 따르면, 적지 않은 민간인과 군인들이 한국 드라마와 영화, 음악에 빠져있다고 합니다. 2017년 공동경비구역을 통해 귀순하다가 총상을 입은 북한 군인도 회복 단계에서 걸그룹 소녀시대의 노래 ‘지’를 즐겨들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기도 하죠.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최근에는 영화와 드라마에서 북한의 한류 열풍 이야기가 등장하고 있는데요. 과거에는 그렇게 표현되지 않았었죠?

이은호 기자 ▷ 네. 20년 전 개봉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만 봐도 다른데요. 극 중 남한 군인으로 나온 김태우가 “애인 사진”이라며 지갑에서 배우 고소영 사진을 꺼내 보여주지만, 북한군 역할을 맡은 송강호와 신하균은 알아보지 못한 채 감탄하는 장면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북한 군인들이 당대 톱스타 고소영을 몰라볼 정도로, 한국 상황을 잘 몰랐다는 설정이군요. 그러고 보면 과거에는 남북의 분단 상황을 오히려 극적 장치로 표현하는 경우도 많았어요. 

이은호 기자 ▷ 네. 한석규와 최민식 주연의 ‘쉬리’는 남북 갈등을 영화로 옮기는 데 있어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바 있고요. 그 흐름에서 나온 ‘공동경비구역 JSA’의 경우, 영상물등급심의 때 원래 청소년 관람 불가 판정을 받았습니다. 당시 반공 교육 관점에서 남북관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이유였는데요. 다행히 이의 신청이 받아 들여져 재심 때 15세 관람가를 받았지만, 그 당시는 남한과 북한 모두 서로에 대해 알기를 꺼리고, 또 대중문화를 통해 좋은 관계로 비치는 것을 꺼렸다는 사실을 방증합니다. 

[이은호의 문화 ON] 대중문화 속 달라진 북한의 모습김민희 아나운서 ▶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많이 달라진 건데요. 어떤 점에서 변화의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을까요?

이은호 기자 ▷ 영화 ‘공조’의 현빈이나 ‘강철비’의 정우성처럼 잘생긴 배우들이 북한 캐릭터를 맡는 것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전에는 2013년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김수현이 북한 간첩을 맡았고, 같은 해 개봉한 ‘용의자’에서는 공유가 북한 정예요원을 연기했는데요. 이렇게 몇 년 사이 이미지가 좋고 잘생긴 배우들이 북한군을 맡으면서, 북한군에 대한 고정된 이미지를 깨뜨리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물론 기본적으로는 흥행을 위한 선택이겠지만, 스포트라이트가 어디로 향하는지는 확인할 수 있어요. 

이은호 기자 ▷ 네. 1960~70년대 반공 영화를 보면 북한군을 흉악하거나 비열한 이미지로 정형화되곤 했는데요. 특히 반공 애니메이션의 시초로 꼽히는 ‘똘이장군’에서는 북한 군인들이 동물로 묘사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현빈이나 정우성처럼 잘생긴 배우들이 북한 군인을 연기하는데, 고정된 이미지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과거 북한군을 흉악하거나 비열한 이미지로 정형화했다면, 최근에는 이를 반대로 활용해, 고정된 이미지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시도가 꾸준하게 이루어지고 있어요. 또 영화 뿐 아니라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북한을 그 전과 다르게 그리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고요?

이은호 기자 ▷ 네. 지난 10월 SBS에서 방송된 ‘샘 해밍턴의 페이스北’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샘 해밍턴을 비롯해 캐나다, 프랑스, 브라질, 독일 국적의 외국인 다섯 명이 북한을 방문하는 여행기를 그린 프로그램인데요. 출연자들은 밤에 택시 타고 노래방을 가거나 거리 노점에서 야식을 사 먹는 일 등의 재미를 경험하며 북한을 보다 친근한 모습으로 묘사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비록 그들이 한국인은 아니지만 간접경험을 통해서 북한에 대한 남한 사람들의 이해를 높이고자 의도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이은호 기자 ▷ 네. SBS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가능한 한 출연자들이 북한 일반시민들의 다양한 일상을 경험할 수 있도록 여행사와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시청자 반응은 어땠습니까? 

이은호 기자 ▷ 1부 ‘웰컴 투 평양’에서는 북한 항공기 기내식부터 미용실과 고속도로 휴게소까지 낯설지만 친숙한 북한을 담아내며 평균 시청률 6.5%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북한의 미용실이 나오는 장면은 최고 시청률 9.6%까지 치솟으며 높은 관심을 보여주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영화와 드라마, 방송 프로그램까지 북한을 그 전과 다르게 보여주려 노력하고 있고, 시청자들의 반응도 좋은 편인데요. 하지만 관련 논란도 꾸준히 나오고 있는 것 같아요. 어떻습니까? 

이은호 기자 ▷ 네. 영화 백두산에서는 북한 측 요원이 한반도를 구하기 위해 애쓰는 반면, 미군은 우리나라를 위협하는 존재로 그려지면서 네티즌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포털사이트 관람객 영화 평점에는, “왜 미군이 악, 북한이 선인 건가?” 또 “친북 반일 반미가 요즘 한국 영화의 트렌드인가?” 같은 반응도 올라왔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네. 호불호가 갈리고 있는 와중에, 2020년 올해에도 북한을 배경으로 하거나 북한인이 등장하는 영화 여러 편이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는데, 어떤 영화들이 준비 중인지 소개해주세요. 

이은호 기자 ▷ 영화 ‘강철비’의 양우석 감독은 곽도원, 정우성과 다시 한 번 손잡고 ‘정상회담’을 선보입니다. 남북미 정상회담 중 북한의 쿠데타로 세 정상이 북의 핵잠수함에 납치된 후 벌어지는 이야기로, 이번에는 곽도원이 북측, 정우성이 남측 정상을 연기합니다. 또 영화 ‘베를린’에서 남북한 요원 이야기를 다뤘던 류승완 감독은 1990년대 소말리아 내전 때 고립된 남북 대사관 공관원들의 이야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탈출’이라는 작품을 준비 중인데요. 조인성, 김윤석, 허준호 등이 캐스팅돼 모로코에서 촬영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최근 북한을 소재로 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과 영화 ‘백두산’이 잇따라 제작되며, 대중문화 속 북한의 모습이 달라졌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그와 동시에 평도 엇갈리고 있는데요. 대중문화 속 달라진 북한의 모습. 앞으로 또 어떻게 묘사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문화 ON 마칩니다. 지금까지 이은호 기자였습니다. 

이은호 기자 ▷ 네. 감사합니다.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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