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vs 책] ‘왜요, 그 말이 어때서요?’ vs ‘위험한 사전’

기사승인 2020-03-0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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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vs 책] ‘왜요, 그 말이 어때서요?’ vs ‘위험한 사전’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망설임은 징후다. 친한 친구에게 짧은 모바일 메시지를 보낼 때 맞춤법에 자신이 없어 망설이는 순간이 찾아온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다가 ‘이 말을 해도 되나’라고 망설이는 순간도 있다. 이 경우는 좀 낫다. 자기도 모르게 ‘이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위험하다. 아슬아슬 선을 넘나드는 대화를 지켜보면 광대의 줄타기를 보듯 언제 떨어질지 몰라 불안하다. 더 나쁜 경우도 있다. 문제가 될 만한 발언을 하고도 ‘왜요, 그 말이 어때서요’라고 반문하는 상황이다.

다음 소개하는 두 권의 책은 우리의 일상 언어 습관을 되돌아보는 예방주사다. ‘왜요, 그 말이 어때서요?’는 일상에 숨어 있는 차별 언어를 하나씩 점검해본다. ‘흑형’, ‘다문화’, ‘지잡대’ 등 한번쯤 누군가에게 들어봤을 말이 어떤 이유로 문제가 될 수 있는지 들여다본다. ‘위험한 사전’은 우리가 사용하는 문장에 들어가는 부사에 집중했다. ‘당연히’, ‘반드시’, ‘절대로’와 같은 당위의 말들이 삶과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준다. 매일 똑같은 일상에서 똑같은 언어를 사용한다. 하지만 우리를 둘러싼 사회와 관계가 변하며 언어의 맥락도 달라진다. 이제 일상 언어의 남은 잔재를 한 번 점검해볼 때다.


△ ‘왜요, 그 말이 어때서요?’ 

교육 매체의 취재 기자로 일했던 저자에겐 잊히지 않는 순간들이 있다. 누군가에게 출신 대학교와 학번을 물어봤다가 어색해진 상황에서 시작해 나이, 장애·인종, 경제 조건·지역, 학력·학벌·직업, 성별 등 다양한 경우에 사용되는 차별의 표현들을 기록해왔다. 표현을 곱씹으며 어디에서 시작된 말이고 무엇이 문제인지를 하나씩 짚어나갔다.

‘인기 많아 보이는데 남자 친구 있어요?’처럼 칭찬처럼 넘어갈 수 있는 문제적 표현들도 담았다. 예민하다는 이야기를 들을까 걸고넘어지지 못하는 작은 표현들을 하나씩 언급하며 정리했다. 매 소제목이 시작될 때마다 실제 있을 법한 상황을 코피루왁 그림 작가가 네 컷 만화로 그려 쉽게 전달하는 점도 눈에 띈다. 단순히 잘못된 표현을 제지하는 대신, 문제적 표현을 쓰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입장을 모두 생각해보는 접근 방식이 인상적이다.


△ ‘위험한 사전’

‘위험한 사전’은 25년간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업계에서 일한 저자가 자신도 인지하지 못했던 말버릇을 되돌아보며 시작한다. 저자는 우리가 무심코 내뱉는 말에 우리의 삶과 관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위험한 말버릇이 있음을 깨닫는다. 스스로도 ‘아니 아니’라는 말버릇이 있다는 걸 깨닫고 자신과 주변의 말을 작정하고 지켜보았다. 그중 우리가 흔히 쓰는 말버릇을 골라 말이 우리 일상과 관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

저자는 마땅하고 당연하고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반대로 절대로 그래서는 안 된다는 당위에 사로잡힌 부사들을 슈디즘(shouldism)에 갇힌 위험한 말버릇으로 본다. 사소한 말투 속에 스며든 슈디즘이 우리 삶에 어떤 모습으로 등장하는지 123개의 에피소드로 풀어낸다. 익숙한 부사들을 저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새롭게 정의할 수 있는 기회다.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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