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단축·수학여행 취소·소통부재…코로나19 여파에 혼란 겪는 학교

기사승인 2020-03-13 06: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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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일선 학교들이 학사일정과 관련해 혼란을 겪고 있다. 교육부가 콘트롤타워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에 따르면 초·중·고등학교는 오는 23일부터 신학기를 시작한다. 기존보다 3주 늦은 개학이다. 방학 기간 단축이 불가피하다. 법에 따라 수업일수는 초·중·고 모두 190일로 정해져 있다. 각 학교는 사정에 맞게 학사일정을 조정해야 한다. 일부 학교들은 여름방학 1주 축소, 겨울방학 2주 축소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선 학교들은 방학 축소와 관련해 어려움을 호소했다. 방학은 더위나 추위 등을 피하기 위해 수업을 하지 않고 쉬는 기간이다. 여름에는 폭염, 겨울에는 추위와 독감 등에 학생들이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방학 축소 관련 우려를 표하는 학부모들의 문의가 빗발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름방학 기간 예정된 학내 공사 일정을 조정하는 것도 문제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교육부 지침이 명확하지 않고 계속 변화하고 있어 방학 일정을 짜지 못하고 대기 중”이라며 “신학기 시작을 앞두고 학교에서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학여행과 현장 체험학습 등 상반기 일정도 대다수 취소됐다. 초등학교에서 필수적으로 진행되는 ‘생존수영’ 수업도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인해 진행이 불투명해졌다. 충남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다음 달과 오는 5월 중에 계획됐던 현장 체험학습을 모두 취소했다. 수학여행도 취소하거나 일정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논의 중”이라며 “생존수영 수업도 수영장 내 감염 우려로 인해 취소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욱 큰 문제는 개학이 재차 연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확산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9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게재된 개학 연기 청원에는 12일 오후 3시30분 기준 5만152명이 동의했다. 이외에도 개학을 연기해달라는 학부모들의 청원이 잇달아 게재되고 있다. 

개학 추가 연기에 대한 교육부의 대책은 어떨까. 앞서 교육부는 개학이 추가 연기될 경우, 법정 수업일수를 10% 범위에서 단축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법정 수업시수 관련 대책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 수업시수는 학년당 이수해야 하는 수업시간의 수를 뜻한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3학년의 경우, 한 주에 6시간(1시간당 40분 기준)씩 국어 수업을 이수해야 한다. 수업시수는 수업일수와 달리 학교장 권한으로 줄일 수 없다. 초등학교 6학년의 경우, 일반적으로 최대 6교시까지 수업이 이뤄진다. 그러나 수업시수가 단축되지 않는다면 7·8교시까지 진행될 수 있다. 고등학생의 경우 8·9교시까지 수업을 받아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큰 부담이 된다. 

방학단축·수학여행 취소·소통부재…코로나19 여파에 혼란 겪는 학교교사들은 교육부의 소통 부재를 지적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 대변인은 “코로나19 사태는 학교나 교육청 모두 처음 겪는 일이다.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면서 “긴박한 상황인 것은 알지만 교육부가 조금 더 현장실태를 살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난 7일 저녁 “오는 9일부터 유치원·초등학교 등의 돌봄 시간을 오후 7시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일선 교사들은 금요일 저녁부터 주말을 반납, 도시락 수급과 추가수요 조사 해결을 위해 뛰어야 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교사는 “개학연기와 긴급돌봄 확충 등을 모두 뉴스를 통해 처음 접했다”며 “교육부는 일선 교사들과 이에 대해 대화를 나누거나 의견을 청취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질타했다. 이어 “교육 공백에 대한 논의도 없이 항상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교사들은 따라가는 구조”라며 “긴급한 상황이니 이해하지만 최소한 이후 상황이라도 청취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감협의회나 부교육감 회의 등을 통해서 의견을 수렴해왔다”며 “시도교육청 등과 유기적으로 연계해 코로나19 관련 대책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soyeon@kukinews.com / 사진=박효상, 박태현 기자 tina@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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