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민속학자 천진기, 조선선비정신을 잇다

/ 기사승인 : 2020-03-24 12: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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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천진기 국립전주박물관장 제공

[전주=쿠키뉴스] 홍재희 기자 = 민속학자 천진기(58) 국립전주박물관장은 조선의 선비문화와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선비정신이야 말로 겸손·배려·나눔을 실천하는 인간의 기본 덕목이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국립전주박물관서 만난 천 관장에게서는 선비문화를 연구하고 있다는 자긍심이 느껴졌다. 그는 “선비정신은 이웃과 함께 하고자 하는 겸손·배려·나눔의 정신이다”며 “전주를 중심으로 선비문화와 정신을 확산시키겠다”고 소신을 밝혔다.

천 관장은 “선비정신은 나를 낮추고 상대를 배려하며, 이웃과 함께하고자 하는 인간의 덕목이다”면서 “선비정신을 불러내 새로운 가치와 생활지침이 될 수 있도록 현대에 접목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어 “선비정신이라고 하면 쇄국정책, 당파싸움 등 부정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그보다는 긍정적 측면이 더 많다”며 “서양은 기사, 일본은 사무라이 등 각 나라에 따라 사회와 문화를 이끄는 지도자가 있었지만 한국의 선비정신이야 말로 인류 보편의 정신적 자산이다”고 강조했다.

천 관장의 선비정신에 대한 확고한 신념은 그가 연구한 민속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는 부친의 권유로 민속학을 연구하게 됐다. 천 관장은 “인생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민속학은 현장의 학문으로 어른들의 경험과 기억을 통해 전수되고 가르침을 얻는다”며 “전통사회의 노인은 오랜 경험으로 축적한 깊은 지혜를 후대에게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천진기 국립전주박물관장 제공

선비문화 역시 그러하다. 천 관장은 선비문화가 종가의 가정교육에서부터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통사회에서 예의와 도덕의 가르침은 밥상머리 교육에서 시작됐다”며 “할아버지와 손주가 함께 밥을 먹으면서 숟가락질, 젓가락질을 익히고 밥 먹는 예절을 가르치고 배웠다”고 전했다.

그는 밥상머리 교육은 자연스레 상대와 보조를 맞추고 자신을 낮추는 자세를 익히게 되는 마법의 교육방식이라 불렀다. 이러한 “선비문화는 성공한 사람이 아닌 좋은 사람을 만드는데 중점을 둔다”며 “오늘날의 새로운 가치관과 자신의 생활지침으로 삼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선비문화와 정신을 바탕으로 국립전주박물관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천 관장이 취임한 이래 여름엔 물총놀이, 가을엔 짚풀 놀이터가 된 박물관은 놀러가는 곳, 재미있는 곳이 되고 있다.

천 관장은 재미있는 박물관에 선비문화와 정신을 더해 국립전주박물관을 인성교육의 본산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국립전주박물관은 지난 2018년부터 조선선비문화를 특성화사업으로 추진해 오고 있다. 지난해는 선비특별전과 서예가 이정직 선생의 전시를 펼치기도 했다. 올해도 오는 6월 ‘서원書院, 우리 곁에 오다’전과 하반기 조선선비문화 유물 등 상설전시도 기획하고 있다.

천 관장은 “'상두야 학교가자'라는 드라마와 같이 누구나 선비문화와 정신을 공감하고 선비문화가 전주 문화콘텐츠의 핵심이 될 수 있도록 전통을 이어가겠다”면서 “박물관을 조선선비문화의 중심으로 특성화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선선비문화를 대표하는 시(詩)·서(書)·화(畵) 중 서예를 주축으로 동아시아를 아우를 수 있는 서예관을 만들고 싶다”며 “끊임없이 시대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어 선비문화가 전주문화 콘텐츠의 핵심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그는 경북 안동출생으로 안동대학교 민속학과를 졸업하고 영남대학교 대학원 석사,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과(민속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립중앙박물관과 문화재관리국, 국립민속박물관 등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국립전주박물관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obliviat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