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유빈 “행복하게, 자유롭게, 자연스럽게”

이은호 / 기사승인 : 2020-05-21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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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빈 “행복하게, 자유롭게, 자연스럽게”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신곡을 소개하는 자리가 아니라 회사를 홍보하는 인터뷰 같네요.” 가수 유빈이 멋쩍은 듯 웃었다. 그가 건넨 명함 속 ‘ARTIST|CEO’라는 직함이 선명했다. 유빈은 올해 초 13년간 몸담았던 JYP엔터테인먼트를 떠나 기획사 르(rrr)엔터테인먼트를 차렸다. 지난 3월엔 그룹 원더걸스로 함께 활동하던 혜림을 영업하기도 했다. 걸그룹 멤버로 활동하던 이가 소속사에서 나와 1인 기획사를 차린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유빈처럼 다른 아티스트를 영입해 활동을 지원하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

“홀로서기는 내 성장을 위한 결정”

익숙한 둥지 밖에서, 무엇을 찾고 싶었기에. 20일 서울 논현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빈은 “(회사 설립은) 나 자신의 성장을 위한 결정이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같은 자리에서 안주하게 될 것을 걱정했다. “나를 이해해주고 걱정해주는 집 같은 곳”을 떠난다는 게 한편으론 두렵기도 했지만, ‘행복한 길은 가장 어려운 길’이라는 박진영 프로듀서의 말에 용기를 얻었다. “회사를 꾸리는 데 해야 할 일이 이렇게 많다는 걸 그땐 몰랐어요. 몰라서 저지를 수 있었죠. 지금은 새로운 걸 배우는 과정을 즐기고 있어요.” 

21일 공개하는 신곡 ‘넵넵’(ME TIME)은 유빈이 JYP엔터테인먼트를 떠나 홀로서기를 하는 과정에서 느낀 감정을 유쾌하게 풀어낸 노래다. 한 회사의 대표가 되면서, 그도 여느 직장인처럼 ‘넵’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게 됐다. “소속 가수일 땐 ‘넹’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했는데, 이젠 ‘넵’이란 말이 더 좋아요. 의욕적이고 능력 있어 보이잖아요. 하하.” 소속 연예인이자 10년지기 친구인 혜림은 ‘넵넵’을 듣고 “딱 유빈 언니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유쾌하고 자유분방한 분위기에서 자연인 김유빈이 보인다는 의미다. 

“꾸미지 않은 것이 진짜라고 믿는다”

울타리를 벗어난 그에겐 “괴로워라 외로워라” 하는 푸념마저 경쾌한 노래가 된다. ‘넵넵’에서 유빈은 ‘난 미친 듯이 행복해’(I’m freaky freakin’ happy)라고 거듭 외친다. 스스로를 가두던 틀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하는 이의 즐거움이다. 유빈은 자연스러움을 추구한다. “꾸미지 않은 것이 진짜”라고 생각해서다. 회사 이름 ‘르엔터테인먼트’도 ‘진짜는 진짜를 알아본다’(Real Recognize Real)라는 문장에서 따왔다.

“예전엔 생각이 많고 두려운 것도 많았어요. ‘나는 이것 때문에 못 해’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여기까지야’라며, 저 스스로 한계를 만들었죠. 그런데 솔로 활동을 하며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재미를 느꼈어요. 특히 원더걸스 음반을 위해 드럼을 익히면서 배움의 즐거움에 눈을 떴어요. 이젠 여러 규칙 속에 얽매이지 않고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쪽을 찾게 돼요. 그러면서 자유로움을 느끼고요.”

원더걸스 활동 당시 랩을 맡았던 그가 솔로 음반에선 힙합은 물론 시티팝과 레트로팝 등 다양한 장르로 영역을 뻗친 것도 ‘얽매이고 싶지 않다’는 다짐이 작용한 결과다. 유빈은 “판에 박히지 않고, 그때그때 내가 빠져 있는 것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요즘 그의 관심사는 만화책 그리고 그룹 오마이걸이다. “예쁘고 상큼한 데다가 꾸미지 않아 털털한 모습”에 빠져들었다나. 후배 가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냐는 질문엔 “정답은 없는 것 같다. 자신이 즐겁고 행복한, 확신이 드는 길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유빈이 새로 꾸는 꿈

신곡 작업으로 바쁜 와중에도, 유빈은 소속 가수를 ‘키우는 맛’을 알아가고 있다. 혜림을 영입한 뒤부턴 그를 서포트하는 재미가 쏠쏠하단다. 혜림이 출연하는 MBC ‘부러우면 지는 거다’를 꼼꼼히 모니터하는 것은 물론, 유빈이 직접 혜림을 스케줄 장소에 데려다주기도 한다. 그는 “예전엔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경험하고 있어 무척 재밌다”라며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시는 분들과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계를 모르는 꿈은 사방으로 팽창한다. 그는 연기와 예능, 음반 제작에도 관심이 많다. 지난달부턴 그룹 오소녀로 함께 데뷔할뻔했던 전효성과 듀엣 프로젝트도 논의 중이다. 그는 “내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일을 해야 결과물도 좋다”고 믿는다. 엄마를 졸라 기획사 오디션을 보러 처음 서울 땅을 밟았던 열다섯 살 소녀는 이제 ‘카르페디엠’의 마법을 이뤄낸 가수이자 제작자, 그리고 멋진 어른이 됐다.

“20대 땐 원더걸스로 지내며 많은 경험을 했어요. 그땐 멋져 보이고 싶었고 완벽해지고 싶었죠. 30대가 되면서 느낀 건, 즐기면서 살자는 거예요. 행복한 하루하루는 보내는 게 지금 저의 목표에요. 20대 때 제가 지금의 저를 본다면요? 멋지다고 말할 것 같아요. 자연스럽고 자기 소신이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랐는데, 생각한 대로 열심히 잘 흘러왔네요.”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