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소외된 이웃부터 때렸다

감염병 확산에 취약계층 대상 의료봉사 전면 중단...대면진료 못해 의약품만 겨우 전달

기사승인 2020-05-28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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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소외된 이웃부터 때렸다[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장애인과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어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의료소외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행동하는 의사회가 서울, 인천, 부산 지역 쪽방상담소와 장애인 관련 단체 12개소를 대상으로 취약계층 현황을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확산 이후 의료봉사 등 민간단체의 진료지원 활동이 전면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취약계층 과반수가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혼자 이동이 어렵거나 감염 위험 때문에 병의원을 찾기도 어려운 처지였다. 응답자 60%가 '감염위험 때문에 병원가기가 꺼려진다'고 답했으며, 30%는 '혼자 이동이 어려운데 함께 동행할 사람이 없다'고 응답했다.

정부 및 지자체의 지원도 충분치 못한 상황이었다. 전체 12개 단체 중 2곳은 지자체 등의 지원을 전혀 받지 못했으며, 나머지 단체도 부족한 물품은 단체 예산이나 별도 후원을 통해 충당했다고 전했다. 가장 필요한 물품으로는 마스크가 66.5%로 가장 높고, 식료품이 16.7%, 비접촉식 체온계 등 의료용품도 8.3%가량 차지했다. 마스크 부족사태에서 정부가 발빠르게 마련했던 '마스크 5부제'도  장애인, 저소득층 등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감염병 사태에서 취약계층의 어려움은 예견됐던 일이다.장애인 협동조합 무의의 홍윤희 이사장은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는 자가격리 중이던 장애인이 생명을 위협받는 단계에 이르는 등 다양한 문제가 드러났다"며 "앞서 메르스 때에도 장애인들이 의료 사각지대에 처한 바 있다. 메르스 이후 감염병 사태에서 장애인 지원에 대한 지침 마련 요구를 외면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의료현장에서는 이들 취약계층의 의료소외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민간 의료봉사를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일 뿐만 아니라 취약계층의 경우 병의원을 찾기 어려움이 많아서다. 채현욱 행동하는 의사회 대표(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기존 2~4주마다 정기적으로 의료봉사를 진행해왔지만 코로나19로 각지자체마다 집합 자제 권고가 내려지면서 의료봉사도 중단됐다"며 "취약계층 지원을 담당하는 보건소도 공공의료기관의 경우 행정업무와 지도업무로 벅찬 상황이라 실질적인 어려움이 클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면진료는 못하는 상황이고, 원격진료도 취약계층 환자들에게는 적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기적으로 봉사를 나갔던 쪽방촌에 대해서만 고육지책으로 예전 환자 리스트를 검토해 만성질환자들에게 치료제를 겨우 전달하고 있다"며 "초유의 코로나19 사태에서 국민 모두가 힘을 모으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더욱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런 때일수록 소외된 이웃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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