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그들이 사는 세상

기사승인 2020-06-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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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그들이 사는 세상[쿠키뉴스] 민수미 기자 =그가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 4월16일, 제21대 국회의원선거 결과 부산 사상구 국회의원으로 장제원 미래통합당 의원이 당선되자 들었던 생각입니다. 쿡기자가 생각한 ‘그’는 장 의원이 아닙니다. 장 의원의 아들이자 음주 교통사고를 내고 운전자를 바꿔치기한 혐의를 받는 장용준(20·예명 노엘)씨입니다. 

장씨는 오디션 프로그램 ‘고등래퍼’에 출연해 얼굴을 알렸습니다. 당시 화제의 인물이었죠. 유력 정치인의 아들이 티비쇼에 나왔으니 시끄러울 만도 합니다. 그러나 그가 본격적으로 눈길을 끈 건 데뷔 이후의 행보였습니다. 첫 번째 논란은 장씨가 과거 SNS에서 성매매를 시도한 정황이 밝혀지면서 일었습니다. 여론의 비난은 거셌고, 당시 바른정당 소속이었던 장 의원은 대변인과 부산시당위원장직에서 사퇴했습니다. ‘성매매 시도 논란을 일으킨 자가 다시 카메라 앞에 설 수 있을까’ 모두 고개를 저을 질문이지만, 장씨의 대답은 달랐습니다. 그렇게 ‘쇼미더머니6’에 출연, 재기에 성공한 장씨를 보며 실소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두 번째 논란까지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9월 장씨는 서울 마포구 지하철 6호선 광흥창역 인근 도로에서 만취한 상태로 차를 몰다가 오토바이와 충돌하는 사고를 냈습니다. 그는 사고 직후 지인에게 연락해 운전자 바꿔치기를 시도하고, 보험사에는 ‘지인이 운전하다 사고를 냈다’며 허위로 교통사고 신고를 하기도 했습니다. 또 장씨는 이후 피해자에게 “아버지가 국회의원이다. 1000만원을 줄 테니 합의하자”며 회유를 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음주운전도 모자라 사건을 덮기 위해 운전자 바꿔치기를 시도한 장씨는 어떤 법의 심판을 받았을까요. 재판부는 2일 장씨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물론 그가 국회의원의 아들이기 때문에 집행유예를 받은 것은 아닙니다. 피해자와 합의하고 사건 당일 수사기관에 자수한 점, 형사처벌을 받은 이력이 없는 점 등이 고려됐습니다.

아들이 저지른 죄 때문에 아버지가 벌을 받아서는 안 됩니다. 도덕성이 우선시 되어야 할 정치인 같은 직업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 대한민국 헌법은 연좌제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정말 궁금합니다. 성매매 시도 논란 이후에도 다시 대중 앞에 설 수 있었던 장씨에게 기회란 어느 정도의 값어치였을까요. “불특정 다수의 생명을 위협하는 범죄행위인 음주운전이 근절돼야 한다”는 아버지의 말을 장씨는 어떻게 생각할까요. 이해하거나 용서할 수 없는 자신의 사고에도 불구하고 3선에 성공한 아버지를 장씨는 어떤 눈으로 바라볼까요. 장씨에게 그가 사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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