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 ‘리치’ 이재원 “상대가 못하는 게 아녜요, 우리가 잘하는 거죠”

문대찬 / 기사승인 : 2020-06-27 12:2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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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두 차례의 인터뷰 만에 기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선수가 있다. 팀 다이나믹스의 탑라이너 ‘리치’ 이재원이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이재원은 솔직함이 매력적인 선수다. 상대의 기량이나 아군의 기량을 평가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26일 한화생명e스포츠와의 경기에서 2대 0으로 승리한 뒤 만난 이재원은 승리 소감을 묻자 대뜸 “한화생명이 요즘 잘 못해서 신인 상체 3인방이 나올 줄 알았다. 편하게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도 “‘큐베’ 형이 나와서 많이 무서웠다. 잘 풀려서 다행이다”라며 쉽지 않은 승부였다고 털어놨다. 

이재원은 앞선 인터뷰에서도 설해원을 ‘약팀’이라고 규정했다. 2대 0으로 이기지 못해 아쉽다고도 말했다. 프로라면 꼭 필요한 자신감이지만 후폭풍이 염려됐다. 기자가 ‘한 번 고꾸라지면 악성 팬들의 무분별한 비난이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자 이재원은 “욕은 평소에 많이 먹어서 부담스럽진 않다. 프로는 실력으로 말해야 한다. 다른 선수들을 자극하려고 하는 말은 아니다. 전적에 따른 사실을 말하는 것 뿐이다”라고 자신의 가치관을 드러냈다.

이날 경기 1세트에서 다이나믹스는 고전했다. 한화생명의 원거리 딜러 ‘바이퍼’ 박도현의 카이사가 무럭무럭 성장했다. 하지만 중후반 한타에서 대승하며 역전승을 거뒀다. 

이재원은 “카이사라는 챔피언 자체가 좋지 않다. 이즈리얼이 3코어 아이템만 뜨면 카이사가 어떤 아이템이 나오든 한타가 편하다. 킨드레드가 딜을 넣는 건 모데카이저가 막을 수 있다. 힘들 거라고 생각 안 했고,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재원은 그러면서도 2세트 상대의 집요한 갱킹을 절묘하게 회피한 것에 대해서는 자신을 낮췄다. “초반에는 의식을 많이 했었는데, 중반을 넘어간 타이밍부터 집중력을 살짝 잃었다. 예상 외의 장소에서 볼리베어, 신드라가 나와 아슬아슬했던 장면이 많았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순간적으로 아드레날린 분비가 되면서 어떻게 살아나왔다”

그간 이재원은 ‘아트록스 권위자’로 불렸지만, ‘아트록스만 잘한다’는 일각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앞선 경기에서 ‘볼리베어’로, 이날엔 ‘모데카이저’와 ‘제이스’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리그오브레전드(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주름잡는 탑라이너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플레이 오브 더 게임(POG)’ 순위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재원은 “아트록스가 좋은 챔피언이 아니라서 상대방이 밴을 해주니 좋다고 생각한다. 아트록스는 정말 연습 때도 잘 안 쓰는 편이다. 다른 챔피언으로 캐리를 해서 되게 기분이 좋다. ‘나는 이런 선수다’라는 걸 팬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올 시즌 LCK에 입성한 다이나믹스는 3승(1패)째를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기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팬들이 다이나믹스를 최하위로 예상했다. ‘롤알못’인 기자에게 한 마디 해달라고 요청하자 이재원은 “챌린저스 코리아에 있을 때부터 우리가 LCK 팀들을 상대로 스크림 성적이 나쁘지 않았다”며 “잘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다. 저희한테 질 때마다 상대가 못한다는 얘기가 나왔는데, 이제는 우리가 잘한다는 걸 인정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이재원은 다이나믹스의 색깔을 ‘교전 중심’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오브젝트 싸움 위주로 경기를 운영한다. 우리가 아이템 상황이 열악한 게 아니고서야 웬만하면 싸우는 편이다. 상대방이 애매하게 하려고 하면 한타를 걸어서 크게 이득을 취하는 팀이라고 생각한다”며 “미드‧탑은 전체적으로 라인전이 괜찮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바텀은 (서)대길이가 신입이라서 불안 불안하다. 챔피언 폭만 극복하면 어떤 팀을 상대로도 해볼 만하다”고 평가했다. 

이재원은 다음 상대인 드래곤X(DRX)전은 힘든 승부가 될 거라고 내다봤다. 

그는 “도란 선수는 뭐라 말하기 애매하다(웃음)”며 “도란 선수가 견제되기 보다는 ‘쵸비’, ‘표식’ 선수의 활약으로 시야 싸움에서 밀려 탑에 갇히는 게 많이 힘들 것 같다”고 우려를 내비쳤다. 그러면서 “DRX가 탑-정글이 약하다는 소리를 듣지만 약한 라인을 파는 것보단 강한 라인이 힘을 못 쓰게 하는 편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쵸비’ 선수가 돌아다니지 못하게끔 막을 수 있는 플레이를 하면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재원은 “DRX전부터 이제는 주르륵 강팀만 만나는 대진이 펼쳐진다. 그래도 기죽지 않고 하다보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패배 할 때도 있겠지만 기죽지 않는 모습으로 좋은 성적 내도록 하겠다”고 각오했다.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