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 대응도 화나는데…“간식 보존식 아냐” 교육감 발언에 ‘분노’

기사승인 2020-06-30 06: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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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경기 안산시 한 사립 유치원에서 집단 식중독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당국의 뒷북 대응에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경기도 안산상록경찰서는 29일 오전 10시쯤부터 안산 A 유치원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경찰은 유치원 내 CCTV 녹화영상과 급식 관련 자료 중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 기준 A 유치원 원생 및 교직원, 원생 가족 등 114명이 식중독 유증상자로 집계됐다. 확진자는 전날에서 1명이 늘어 총 58명이 감염됐다. 확진자는 주로 원생이고 원장 1명과 종사자 1명도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입원자 21명 가운데 16명(원아 14명, 가족 2명)에서 장출혈성 대장균 합병증인 용혈성요독증후군(일명 햄버겨병) 의심 증상이 발생했다. 4명이 투석 치료 중이다. 

전날 A 유치원 학부모들은 원장이 급식 보존식을 일부 보관하지 않은 것에 대해 증거 인멸을 주장하며 그를 경찰에 고소했다.

현행 식품위생법상 보존식이란 조리, 제공한 식품의 매회 1인분 분량을 144시간 이상 의무적으로 보관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유치원은 궁중떡볶이(10일 간식), 우엉채 조림(11일 점심), 찐 감자와 수박(11일 간식), 프렌치토스트(12일 간식), 아욱 된장국(15일 점심), 군만두와 바나나(15일 간식) 6개를 폐기했다.

보건당국은 이번 집단 식중독 원인을 규명하고자 보존식 30여 건과 조리에 이용된 칼, 도마, 문고리 등의 검체를 검사했지만 현재까지 장 출혈성 대장균 원인균이 나오지 않았다. 이에 따라 보관되지 않은 6개 메뉴가 집단 식중독을 유발한 식품으로 의심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메뉴가 폐기되는 바람에 조사가 난관에 봉착했다.

A 유치원 원장은 고의로 보존식을 폐기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지난 27일 학부모들에게 ‘경위보고 및 사죄문’이라는 장문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 “급식의 경우에는 보존식으로 보관했지만 저의 부지(不知·알지 못함)로 방과 후 제공되는 간식의 경우에는 보존식을 보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뒷북 대응도 화나는데…“간식 보존식 아냐” 교육감 발언에 ‘분노’이번 사태로 당국의 관리부실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유치원은 지난 2017년 경기도교육청 감사에서 교비를 부정하게 사용하는 등 3억 9000여만 원의 회계 부정으로 적발됐다. 그러나 이후부터는 경기교육청 감사를 한 차례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안산교육지원청은 지난 2017~2018년 사립유치원에 대한 급식 점검을 했지만 지난해부터는 중복 감사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 당국은 급식 위생관리가 필요하다며 ‘학교급식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ㆍ해썹) 시스템’을 개발해 관리해왔다. 그러나 유치원은 포함되지 않는다. 학교급식법 제4조 학교급식 대상에 유치원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학교급식법 대상에 유치원을 포함시키는 ‘유치원 3법’이 개정됐지만 시행은 내년 1월30일부터다.

정부의 뒤늦은 대처에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사건 발생 10일 만인 지난 26일에서야 관계 부처 회의를 처음 열고 사과했다. 교육부는 유치원 급식 안전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유치원 급식 운영·위생 관리 지침서를 개발하고 집단 급식소가 설치된 유치원 4031곳을 전수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 와중에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원장이 간식은 보존식이 아니라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다. 이 교육감은 발언 4시간 여 만에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이 교육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식품위생법의 규정과 유치원 업무 매뉴얼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저의 큰 잘못”이라며 “사전에 모든 자료를 확실하게 검토하지 못하고 발언한 점에 대해 피해 학부모님과 피해 학생들에게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 교육감은 같은날 오전 한 언론 인터뷰에서 “법률을 보면 간식을 보존해야 한다는 게 없다”면서 “오해가 있지만 유치원이 의도적으로 감춘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이는 보존식 보관 미흡을 이유로 해당 유치원에 과태료 50만원을 부과한 보건당국 판단과 상반돼 논란이 일었다.

A 유치원에 대해 지난 26일 식품위생법 위반 및 업무상 과실치상으로 고발한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은 즉각 반발했다. 정치하는 엄마들은 이날 성명서를 내 이 교육감은 피해 아이들의 편인가, 유치원의 편인가라며 초유의 급식 사태가 일어난 유치원을 적극 옹호하는 등 교육청 수장으로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발언을 내뱉었다. 즉각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장하나 정치하는 엄마들 활동가는 “원장의 자격과 경력을 고려하면 보존식 보관을 몰랐다는 발언은 납득하기 힘들다”면서 “이 교육감은 원장이 하는 말을 그대로 옮기고 있다. 재발 방지나 진상규명 의지가 전혀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 교육감이 해당 유치원의 과거 비리 적발과 이번 논란이 연관이 없다고 선 그은 것에 대해 “원장 개인계좌로 학부모들에게 납부를 받은 심각한 비리 사안이었다. 아주 기본적인 규정도 지키지 않는 유치원이 식자재로 이윤을 남기는 등 다른 부문도 방만하게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장 활동가는 “교육부뿐 아니라 경찰, 검찰도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했을때 충분히 인지수사에 나설 수 있었다”면서 고소고발이 있고 나서야 뒤늦게 수사에 착수했다. 골든타임을 놓친 것에 대한 책임이 수사기관에도 있다”고 꼬집었다.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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