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서 대통령 뜻 반한 ‘기부금법’ 통과

/ 기사승인 : 2020-06-30 14: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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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회의서 대통령 뜻 반한 ‘기부금법’ 통과… 공개 의무조항, 개정안서 삭제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의원과 관련 정의기억연대(정의연) 기부금 회계문제로 사회적 논란이 된 시민사회단체의 기부금 관리문제가 문재인 대통령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역행’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30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행정안전부가 제출한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기부금품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에 따라 모집자는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 정보를 홈페이지에 30일 이상 게시해야한다. 당초 14일에서 16일이 늘어났다.

행안부나 광역자치단체 등 기부금품 모집 등록청도 기부금품 모집등록·사용승인 등의 내용을 분기별로 공개해야한다. 여기에 기부금품 모집 관련 서식이 표준화 등의 변화도 있었다. 다만 기부자의 알 권리 측면에서 초안에 명시됐던 사용명세 세부정보 의무공개조항은 빠졌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개정안 원안에는 ‘기부자가 자신의 기부금품을 접수한 모집자에게 기부금품 모집·사용 내용의 공개를 요청할 수 있고, 모집자는 요청을 받은 날부터 7일 안에 관련 내용을 제공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하지만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개정안에는 의무조항이 ‘기부자는 모집자에게 기부금품 모집·사용 등 장부 공개요청이 가능하고, 모집자는 요청에 따르도록 노력한다’는 권고수준으로 둔갑했다. 기부자가 요청해도 모집자는 여전히 이를 거부할 수 있게 됐다.

2018년 ‘어금니 아빠’ 이영학의 후원금 유용과 엉터리 시민단체 ‘새희망씨앗’ 사건 등을 계기로 2년간 끌어온 기부금 투명성 확보노력이 ‘권고’로 마무리된 셈이다. 이에 “후원금 모금의 투명성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의 취지에 미치지 못했다는 말이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정의연이 기부금 용처를 제대로 밝히지 않고 회계장부 공개를 거부하는 상황과 같은 문제가 재현되면 막을 수 있겠냐”면서 “달라진 게 없다. 기부자들은 앞으로도 자신의 정성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모르고 악덕 모집자의 주머니를 채워줄지 모른다”고 했다.

이와 관련 행안부는 “‘기부자 요청 시 정보 의무공개’ 부분은 시행령 위반으로 법률상의 벌칙조항을 적용하는 것이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되는 것이어서 마지막에 제외됐다”거나 “원안보다는 완화된 것이 맞지만 기부자의 알 권리를 처음 규정했다는 의미가 있다. 추가 제도개선 과제를 발굴하면서 필요 시 법률 개정도 추진할 방침” 등 해명을 연합뉴스를 통해 내놨다.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