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행위 계속되는 체육계, 매번 뒤늦은 다짐만

문대찬 / 기사승인 : 2020-07-02 17:4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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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해양스포츠제전 참가한 최숙현 선수 - 국가대표와 청소년 대표로 뛴 23세의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선수 고(故) 최숙현 씨가 2013년 전국 해양스포츠제전에 참가해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 2020.7.2 고 최숙현 선수 유족 제공=연합뉴스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국가대표 출신 故 최숙현이 소속팀 지도자 등의 가혹행위에 못 이겨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다. 지난해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의 폭로로 체육계 성폭력·폭력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을 때 재발 방지를 약속했던 체육회지만, 여전히 대책 마련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숙현은 지난달 26일 어머니에게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문자메시지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최숙현의 전 소속팀이었던 경주시청 선수 및 관계자들은 최숙현에게 “운동을 두 탕하고 밥 한 끼도 안 먹었는데 살이 쪘다”, “잘못했으니 3일 굶어라” 등 폭언을 했고, “이빨을 깨물라”라고 말한 뒤 폭행을 하기도 했다.

최숙현은 가혹 행위와 관련해 대한체육회에 진정하고 경찰에 고소했지만 대한체육회, 대한철인3종경기협회, 경북체육회는 문제 해결에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의 주장에 의하면 경북체육회는 최숙현의 부친에게 합의를 종용하고 사건을 무마시키려고 했다. 경주시청 역시 부친이 제기한 민원에 ‘그냥 고소하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이 의원은 “철저한 수사와 가해자들의 엄중 처벌을 촉구한다. 고인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은 자들이 있다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체육계 내 구타 등 가혹행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당장 지난해 1월만 해도 심석희가 조재범 전 코치에게 폭행 및 성폭행을 당한 사실이 알려져 체육계가 뒤집혔다.

당시 체육회는 사과문을 내고 “정부와 협조하여 선수촌 전 종목에 걸쳐 현장 조사를 실시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아울러 스포츠인권 관련 시스템을 백지부터 전면적으로 재검토 및 개선하고자 한다”며 “대한체육회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선수들이 다시는 상처받고 희생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및 대책 마련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2년도 채 안 돼 공개적인 피해자가 나오면서 체육회의 진정성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피해자의 계속된 호소에도 깨지지 않는 ‘체육계 카르텔’에 답답함을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한국 체육계에 만연한 성적지상주의 등 본질적이고도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속출할 것이라고 보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한편 대한체육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가 지난 4월8일 최숙현 선수로부터 폭력 신고를 접수했고 피해자의 연령과 성별을 감안, 여성 조사관을 배정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사건은 경주경찰서의 조사가 마무리돼 대구지검 경주지청으로 송치됐다. 지난달 1일 대구지검으로 사건이 이첩돼 현재는 대구지검에서 조사 중”이라며 “체육회는 검찰 조사에 적극 협조하여 사건 조사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9일 예정된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를 통해 관련자들에 대해서도 엄중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