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운 유망주를 누가 죽음으로 내몰았나

꽃다운 유망주를 누가 죽음으로 내몰았나

기사승인 2020-07-03 13:38:37
▲ 국가대표와 청소년 대표로 뛴 23세의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선수 고(故) 최숙현 씨가 2013년 전국 해양스포츠제전에 참가해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 사진=2020.7.2 [고 최숙현 선수 유족 제공. 연합뉴스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지난달 26일 23살의 꽃다운 유망주가 스스로 세상을 떴다.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짧은 문자가 그의 생애 마지막 기록이었다.

어린 유망주를 죽음으로 내몬 이들은 누구였을까.

▲ ‘간판 스타’ 선배와 감독, 그리고 팀 닥터

故 최숙현에게 상습적으로 구타‧가혹행위를 한 의혹을 받는 이들은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소속 선수 및 관계자들이다. 녹취록과 동료의 증언을 통해 드러난 폭력 수위는 경악스럽다. 이들은 최숙현에게 “운동을 두 탕하고 밥 한 끼도 안 먹었는데 살이 쪘다”, “잘못했으니 3일 굶어라” 등 폭언을 했고, “이빨을 깨물라”라고 말한 뒤 폭행을 하기도 했다. 복숭아 1개를 먹은 걸 감독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뺨을 때렸고, 식사 자리에서 탄산음료를 시켰다는 이유로 20만원어치 빵을 먹게 하는 등 고문에 가까운 행위도 벌였다. 

고인과 중학교 때부터 연을 맺은 감독은 일련의 상황이 벌어지는 동안 곁에서 “죽을래”, “푸닥거리할래” 등의 말로 고인을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한국 트라이애슬론을 대표하는 선수이자 팀의 핵심인 베테랑 선수가 고인을 괴롭히는 걸 알고도 방조하고, 오히려 고인의 뺨을 때렸다는 의혹도 받는다. 그는 현재 혐의를 강하게 부인 중이다. 

이들의 꼭대기에서 폭행을 주도하고 지시한 이는 팀 닥터다. 

호칭은 팀 닥터지만 그는 경주시 철인 3종 팀이 임시로 고용한 물리치료사다. 하지만 권한은 감독 이상이었다. 감독이 보는 앞에서 선수를 폭행했고, 감독은 깍듯한 존칭까지 쓰며 그를 떠받들었다. 또 진정서에 따르면 팀 닥터는 최숙현에게 물리 치료비나 심리 치료비 명목으로 수차례 금품을 요구했고, 고인이 지급한 돈은 약 15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팀 닥터는 물리치료사 자격도 없는 비전문가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철인3종 팀에서 팀 닥터를 두는 것 자체가 매우 드문 일이라 유착관계 등이 의심되고 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선수단 소속이 아니라 이번 체육계의 조사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여준기 경주시체육회 회장은 “팀 닥터에 대해서 선수들이 구타를 당했다는 증언이 계속 나오고 있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더 정확히 파악 후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 유망주 호소 외면한 대한체육회‧경북체육회 등도 공범

대한체육회와 경북체육회 등 체육단체도 최숙현으로 죽음으로 내몬 공범으로 지적된다.

최숙현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 여리 기관에 자신이 처한 억울한 상황을 호소했다. 하지만 대한체육회, 경북체육회를 비롯한 기관들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고인과 가족들은 2월 인권위 진정 뒤에도 3월 경찰 형사고소, 4월 초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 등에 징계신청서를 넣는 등 지옥에서 벗어나려 애썼다. 고인은 심지어 목숨을 끊기 나흘 전인 지난달 22일에도 소속 협회인 대한철인3종협회에 진정을 넣었다. 고인은 사건 당일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가해자들의 뻔뻔한 태도에 큰 절망감을 느꼈다고 전해진다.

지난해 1월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가 조재범 코치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사실이 알려져 국민적 공분이 일었을 때,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지도자들이 선수들의 미래를 좌지우지하며 이를 무기로 부당한 행위를 자행하는 것을 뿌리 뽑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더 이상 스포츠 강국이란 미명 하에 선수들이 고통 받는 일이 없도록 정부가 앞장서 노력하겠습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또 다시 안타까운 피해자가 나오면서 국민들에게 깊은 실망감을 안겼다.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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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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