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재개발조합장 해임…누가 바로잡나

각종 비리 얽히자 사업지연 속출

기사승인 2020-07-06 06: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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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안세진 기자 =재건축·재개발사업 조합장들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각종 비리는 물론, 사업지연으로 인해 조합원 분담금이 쌓이고 ‘낮은 분양가 책정’으로 애초 목표한 수익성이 크게 줄자 조합원들이 이들 해임에 나섰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조합 내부에서 서로를 감시할 견제장치와 전문성 갖춘 조합장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며,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각 지자체의 개입을 통한 투명한 관리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여전한 비리 문제.“빠른 사업진행, 사업비 절감, 투명한 조합 운영 및 조합원들과 소통. 바라는 건 이게 전부예요. 어려워 보이지만 또 되게 간단한 문제거든요” (신당8구역 재개발 조합원)

신당8구역 재개발조합은 최근 ‘조합장 등 임원 해임 및 직무정지의 건’을 주제로 총회를 진행했다. 지난 4월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재개발·재건축 조합 합동점검 결과 발표에 따른 조치다. 두 기관은 지난해 서울 내 도시정비사업장을 대상으로 운영실태 조사를 한 바 있다. 해당 결과에 따르면 신당8구역에서는 총 31건의 위반(또는 의심)사항이 적발됐다. 각각 수사의뢰 5건, 행정지도 17건, 시정명령 9건 등이다.

일례로 해당 조합 집행부는 지난 2017년 5월 총회에 ‘설계자 선정 및 계약체결 위임의 건’을 상정하면서 입찰에 참여한 7개 업체 중 A건축사사무소와 B건축사사무소 2업체만을 올려 이중 A건축사사무소를 선정했다. 일부 업체만을 골라 경쟁을 시킨 것.

한 조합원은 “집행부는 총회에서 추진하려는 계약의 목적과 내용, 그로 인해 조합원들이 부담하게 될 정도를 밝히고 그에 관해 총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비판했다.

조합장의 비리 문제는 줄곧 이어져 왔다. 최근 시공사 선정이 완료된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조합장 등 일부 임원은 서울지방법원으로부터 조합 총회 없이 조합원에 부담이 갈 수 있는 사업을 임의로 계약한 데에 따라 벌금 230만원 이상의 약식명령을 받은 바 있다.

 또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에서는 조합장의 과한 급여와 호화사무실 이전 등으로 조합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동작구 노량진6구역 재개발 일부 조합원은 현재 서울시와 동작구에 집행부에 대한 관리감독의 필요성에 대한 민원을 넣은 상태다. 서울시로부터 11개 용역 업무에 대해 총회를 거치지 않고 사업을 진행해 시정요구를 받았지만 이후에도 같은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정부규제發 해임 사례도.“조합 내부분열은 정부의 분양가 규제가 원인이에요. 시장에서 수용 가능한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분양해야 한다고 하니 조합원들 사이에서 갈등이 붉어진 거죠” (대형건설사 관계자)

비리로 인한 해임이 있다면, 반대로 정부의 정비사업 규제 강화 기조에 따른 해임 사례도 있다. 앞서 흑석3구역과 서초구 서초동 신동아는 지난 5월 조합장을 해임했다. 해임 사유는 낮은 분양가 책정과 사업지연에 따른 조합원의 금전적 손해 때문이다.

또 송파 신천동 미성·크로바는 지난 3월 조합장을 해임하고, 현재 직무대행 체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해임사유는 조합원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무시하고 대의원회의 결정만으로 특화설계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도 최근 현 조합장을 비롯한 집행부 전원해임 발의에 나선다. 일부 조합원들은 최근 서울 동부지방법원에 ‘총회 안건 상정·의결 금지가처분 소송’을 신청했다. 선분양과 후분양을 놓고 조합 내부 이견이 이어진 데에 따른 것이다. 이들은 조합장 및 임원진들의 전원 해임안을 함께 발의했다.

조합 집행부 측도 비대위 측과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들의 반론을 종합해보면 비대위의 이같은 주장은 모두 “일부 조합원들의 음해”라는 것이다. 실제 둔촌주공 조합 집행부는 최근 “집행부 해임 동의 홍보 등 이권 개입을 노리는 배후가 있다고 판단하고 이에 대한 조사 및 법적 대응 검토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견제장치의 필요성.“자체적으로 견제 기능을 갖춰야 합니다. 그게 안 된다면 각 지자체에서 개입해 사업을 투명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

전문가들은 조합장 스스로가 도덕성과 함께 재건축사업에 대한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조합장의 권력을 분산시킬 수 있는 견제장치 마련에 대한 필요성도 강조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상당수의 조합원들은 정비사업 절차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상황하며 조합장의 지나친 권력이 정비사업을 원활하게 하지 못하는 원인으로 발생하기도 한다”며 “조합장의 권력이 시공사 선정과정에서 금품이 오고가는 경우로도 발생할 수 있기에 교차 감시와 견제의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진형 회장도 “당초 재개발·재건축사업은 민간사업인 만큼 자체적으로 견제 기능을 갖춰야 한다”면서도 “만일 자율 기능을 갖추지 못할 경우 지자체에서 개입해 투명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sj0525@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