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딜라이브 간 거세지는 프로그램 사용료 갈등, 속내는?

구현화 / 기사승인 : 2020-07-08 03: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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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의 지상파 수준 성장과 자체 플랫폼 진출 등 시장격동 반영 

CJ ENM과 딜라이브 로고. /제공=각사 


[쿠키뉴스] 구현화 기자 = 콘텐츠의 힘이 커지면서 전통적인 콘텐츠와 플랫폼 간 역학관계에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 그동안 플랫폼사(SO, System Operator)에 콘텐츠사(PP, Program Provider)가 일방적 을인 관계였다면, 이제는 콘텐츠사가 플랫폼사에 높은 대가를 요구하고 나섰다. 

tvN과 엠넷 등 인기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CJ ENM은 통신3사가 운영하는 IPTV뿐 아니라 케이블TV에도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을 적극 요구하고 나섰다. 세부적으로는 지난 3월 IPTV 사업자에게는 30%를,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에는 20%를, 개별SO에는 15% 인상을 요구한 바 있다. 

그중에서도 딜라이브와의 줄다리기가 심상치 않다. 업계에서 독특하게 '정률제' 방식을 택하는 딜라이브의 경우 협상테이블에 나서지 않고 자사 매출액 대비 협의한 퍼센트만을 지급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어 CJ ENM 측의 불만이 높아진 상황이다. 

딜라이브 측은 기존의 관행대로 하지 않고 '블랙아웃'을 거론하고 있는 ENM 측이 시청자들을 볼모로 잡고 무리한 인상안을 들이밀고 있다는 입장이다. 가입자 수가 줄고 이익이 줄고 있는 케이블 TV의 업황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볼멘소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오는 9일 양측을 중재하는 자리를 만들어 서로간 파국으로 치닫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 SO 우위의 오랜 관행.CJ ENM 반기 들다 

그동안 플랫폼 사업자들은 콘텐츠 제작사에 완전한 갑의 위치에 있었다고 CJ ENM 측은 주장한다. 대표적인 관행이 재계약 기간이 지난 후에 협상하는 '사후계약' 관행이다. 이미 재계약이 된 것처럼 방송이 송출되고 있는 와중에 협상을 하는 것은 사용료 산정에 있어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는 것이다.

사후계약이란 매년 초에 해야 하는 계약을 미루었다가 그해 말이나 다음해 초에 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계약이 1년이나 늦어지는 것이다. 여기에 PP들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그대로 프로그램 사용료는 동결된다. 

CJ ENM 측은 이 같은 관행을 시정하고 사용료를 인상해 달라는 뜻을 다른 방송사업자에게도 전달하고 있으며, 사용료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딜라이브의 경우 프로그램 사용료를 정액제 방식이 아니라 매출에 연동하는 정률제 방식을 택해 왔다. 매출액 대비해 협의한 퍼센트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취지는 매출이 떨어지면 협력사들과 책임과 고통을 나누자는 것이지만, 업체 입장에서는 공정한 계약이 아니니 다른 곳과 같은 정액제로 바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어 왔다. 

또 PP들의 경우 오랜 기간 지상파와의 '차별 대우'를 받아왔다는 데 대한 불만이 있다. SO들이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은 3년마다 한 번씩 있는 계약기간마다 약 20~30% 인상을 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PP들은 4~5년간 동결돼 있어 차별대우라는 주장이다. 이미 지상파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CJ ENM의 채널 영향력은 높아지고 광고단가도 상승했는데도 PP에 대한 프로그램 사용료는 그대로였다. 

CJ ENM 측은 "매년 인상안을 올려달라고 공문을 보냈지만 SO측에서는 항상 무시하거나 코멘트를 하지 않았고, 그러면 자동연장되는 패턴이 계속됐다"며 "방통위도 이런 방식의 재계약 관행이 맞지 않다고 권고를 해왔었고, 올해는 예전보다 강하게 나간 것은 맞다"고 말했다. 

이 와중에 CJ오쇼핑과의 송출수수료 문제도 불거졌다. CJ오쇼핑은 SO들에게 송출수수료를 내는 입장이라 이를 줄여달라고 요구했는데 모두 거절당했다. CJ오쇼핑은 2019년 하반기부터 임의로 20% 인하된 금액을 지급했다. 하반기 10% 인하된 금액에 상반기에 낸 10%를 제한 금액이라는 것이다. 딜라이브 측은 법원에 지급명령 소송을 걸어 둔 상태다. 

CJ ENM은 "현재는 플랫폼 과잉인 세상"이라며 "콘텐츠가 더 중요한 세상이 왔고, 시청자들도 콘텐츠를 따라서 소비하는데 공평하게 대우해달라는 것, 지상파와 비슷하게만 대우해 달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딜라이브 "PP 사용료 중 25%를 ENM에 지급 중.과도한 인상안 요구"

딜라이브 측은 전체 PP 프로그램 사용료 중 25%를 CJ ENM에 주고 있어 다른 PP사와의 형평성과 케이블TV 상황상 더 올려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딜라이브 측은 "CJ ENM 측이 6월 17일 공문을 통해 자사의 채널 13개를 한꺼번에 공급 중단하고 수신장비를 회수하겠다고 통보한 상황"이라며 "통상적인 인상률과 비교해 20%라는 과도한 인상요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또 CJ ENM 측이 케이블TV 가입자의 감소로 인한 매출 감소로 인한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일방적인 처사라는 점을 들고 있다. 케이블TV의 처한 현실을 고려해 합리적인 수준의 인상안을 합의해야지 자기 이익만을 고수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딜라이브 관계자는 "지금껏 딜라이브는 협상을 회피하지 않고, 빼지도 않고 해 왔다"며 "정률제 방식은 딜라이브뿐 아니라 CMB도 채택하고 있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특히 딜라이브에 따르면 CJ ENM은 지난 17일 13개 채널의 송출 중단 통보와 함께 딜라이브 가입자에게 채널공급 종료에 대한 안내공지를 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는 '블랙아웃'을 기정 사실화한다는 이야기다. 

정부 및 관련기관이 중재를 모색하고 송출 중단에 따른 시청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요청은 너무 앞서나간 것이라고 딜라이브 측은 지적했다. 오히려 콘텐츠사가 '갑'의 위치에서 인상안을 들이밀고 있다는 것이다.

딜라이브 관계자는 "채널 송출 중단에 따른 시청자 피해를 볼모로 하는 벼랑끝 전술은 미디어 관련업계가 절대 취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콘텐츠의 합리적 대가 산정을 위해 노력하고 시청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것을 논의할 자세가 되어 있다"며 "자기 기업만의 이익 추구보다도 미디어 산업 전체가 상생할 수 있는 조치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 업계 "터질 게 터졌다".콘텐츠사가 플랫폼도 가지며 협상력 높이는 격동의 시기 

업계는 이 같은 갈등에 대해 오래 묵은 지상파 및 종합편성채널와의 차별대우, 콘텐츠업계의 성장과 이에 따른 자체 플랫폼 개설이 맞물린 결과라고 보고 있다. 

특히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등 보도채널을 가진 업체가 협상력을 가지고, 그렇지 않은 PP들은 상대적으로 협상력이 낮았다. 그러나 지상파 중심인 콘텐츠 판도가 바뀌면서 시장이 변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CJ ENM이 지상파의 광고단가를 추월했음에도 PP의 한계 때문에 지상파만큼의 사용료를 받지 못한 것에 큰 불만을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여기에 최근들어 CJ ENM의 커진 목소리에는 오는 8월 1일 출범을 앞둔 CJ ENM의 OTT 티빙(Tving)(가칭)의 새로운 법인 출범을 앞둔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기존의 CJ ENM 콘텐츠를 제공한 티빙에 JTBC의 콘텐츠, 다른 OTT 접근성까지 갖춘 플랫폼이 될 거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새로운 법인 티빙은 CJ ENM이 1대주주, JTBC가 2대 주주다. 대표이사에는 양지을 미국 로제타스톤 부사장이 내정됐다. 여기에 KT와 LG유플러스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 통신사 OTT와의 콘텐츠 제휴 등도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CJ ENM 입장에서는 자사의 콘텐츠를 송출할 수 있는 탄탄한 플랫폼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 케이블TV나 IPTV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질 수 있다. 

따라서 자사가 만족할 만한 인상안을 내밀만한 배짱이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다. 즉 케이블TV나 IPTV와의 계약이 파기되더라도 자사가 가진 플랫폼이 있기 때문에 플랫폼에 없어지는 데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었다는 말이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막강한 콘텐츠 사업자인 CJ ENM이 JTBC와 손잡은 플랫폼을 곧 가지게 되면서 협상력이 높아졌다"며 "지금껏 가져온 불만을 표출하고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ku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