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효과 빠진 ‘이낙연’ vs 지사효과 누린 ‘이재명’

범여 차기대권 경쟁, 장·단점 뚜렷한 ‘2강 구도화’… 전당대회·대법판결 변수

기사승인 2020-07-08 12: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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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효과 빠진 ‘이낙연’ vs 지사효과 누린 ‘이재명’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7일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출전을 공식 선언했다. 사진=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뒤를 이을 20대 대통령을 뽑는 투표가 20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범여권 내 차기 대선주자 경쟁구도가 이낙연 의원 장기 ‘독주’체제에서 이낙연·이재명의 ‘2강’구도로 바뀌며 혼전이 예상된다.

쿠키뉴스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가 지난 4일과 6일, 7일 사흘간 전국 만18세 이상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범여권 차기대선주자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이낙연 전 총리가 여전히 선두를 지켰다.

하지만 이 전 총리의 지지율은 지난달 11일 공표된 직전조사(6월2주차, 33.3%)보다 4.5%p가 하락한 28.8%를, 2위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지지율은 14.5%에서 5.5%p가 상승한 20.0%를 기록해 격차가 8.8%p차로 좁혀졌다. 오차범위(± 3.1%p)를 감안하면 큰 격차는 아니다. 

더구나 4·15총선 직후 이 의원의 지지율이 40.4%까지 치솟은 후 2개월여 만에 10% 이상 지지율이 떨어진 반면 이 지사의 지지율은 2월 코로나19 확산사태 초반인 2월부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어, 추세가 이어진다면 격차는 더욱 좁혀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한길리서치 홍형식 소장은 “과거부터 이재명 지사는 2030세대의 지지가 높았다. 지난 대선에서도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보다 2030계층에서는 2배가량 이 지사가 앞섰다”면서 “2030세대가 자연적으로 늘어나는 인구변화 속에서 이 지사의 지지층 또한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덧붙여 홍 소장은 “이 지사가 경기도지사로 지사직을 최대한 활용하며 경기도가 진행하는 사업이나 재난지원금 등 코로나19에 대한 강경대응이 많이 부각되고 있어 지지율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총리효과 빠진 ‘이낙연’ vs 지사효과 누린 ‘이재명’
그래픽디자이너=이희정


반대로 이낙연 의원에 대해서는 “주요 지지층이 5060세대의 소위 부드러운 계층, 정치 이념적으로는 중도보수까지 포괄하고 있지만 이들의 지지가 공고하지 않다. 특히 총선 이후 전국단위에서 뚜렷하게 부각되는 것이 없었다”며 지지율 하락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총리도 아니고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진행되는 상황도 아닌데다 (당 내에서 당 대표로)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도 아니다. 대표에 선출되도 (민주당 내) 당권과 대권 분리규정 등 넘어야 할 상황이 많다”며 지지율 상승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일련의 지지율 변화가 아직은 초기단계인데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여전히 40%대 이상으로 높은 상황에서 대선까지 시간도 많이 남아 ‘추세’로 보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견해도 내비쳤다.

총리효과 빠진 ‘이낙연’ vs 지사효과 누린 ‘이재명’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최근 기본소득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진=박태현 기자

한편 이낙연 의원과 이재명 지사 간 지지율 격차가 급격히 좁혀지고 있는 상황을 두고 정치평론가들의 첫마디는 모두 “재미있다”였다. 이어 이 지사의 지지율이 20%대에 이른 것에 대해서는 놀랍지만 범여권 내 경쟁구도가 복잡해지는 것에 대해서는 예상 가능한 상황이었다고 평가했다.

국무총리로 장시간 활동하며 전국단위 지지율을 끌어올린 이 의원의 지지율이 ‘후광효과’를 잃으며 일정 수준 하락하는 것이나 중도·보수진영의 지지철회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이미 예견됐던 상황이었다는 관측이다.

정치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유용화 박사는 “이낙연 전 총리는 총리로서의 역할을 하며 대중적 지지를 올렸지만 이제 중앙 정치권으로 오며 정치력을 재검증 받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면서 “국민들도 전 총리가 아닌 정치인으로 대통령이 될 만한 지도력과 정치력을 갖추고 민주당을 장악하고 아울러 끌어갈 수 있느냐를 검증하는 눈으로 볼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지사의 지지율 상승에 대해서는 “자기 목소리와 돌파력이 강한 인물로 코로나19 국면에서 국가적 상황이 녹록치 않았음에도 강한 지도력을 보였던 점들이나, 자신감 있는 모습이 국민들의 기대를 얻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기본소득 등 최근 이 지사의 발언들이 국민정서에 호응한 것이 여론조사결과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차기대권을 향한 경쟁구도나 대선주자가 뚜렷해지는데까지는 여전히 많은 변수들이 남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박상철 경기대 교수는 “이 의원의 지지기반의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많았고, 본인의 세력이 부족한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이 지사는 국민정서를 관통하는 사이다 발언이 영향을 미쳤지만 그 또한 한계가 있다고 평가된다”면서 “이 의원 입장에서는 전당대회의 결과가, 이 지사 입장에서는 대법원에서의 판결이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꼽았다.

이어 “만약 이 의원이 당내 조직의 열악함이나 분위기를 쇄신하고 당 대표로 선출되고, 대법원이 이 지사를 묶고 있는 족쇄를 자유롭게 풀어준다면 둘 모두 안정적인 후보권에 들어서며 이후 이재명과 이낙연이라는 칼과 방패의 개인전 구도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고 풀이했다. 이에 대해 유용화 박사도 비슷한 견해를 전했다. 

이밖에 여론조사결과에 대한 보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한길리서치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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