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교수가 바라본 조주빈 ‘온라인서 악마, 현실은 패배자’

한성주 / 기사승인 : 2020-07-13 05: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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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연대기]③ 디지털 성범죄 뿌리 여성혐오, 교육 통해 근절해야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를 인터뷰 중인 게이즈 닥스(Gaze Docs) 팀원들/사진=게이즈 닥스 제공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n번방을 비롯해 많은 성범죄가 여성혐오에서 시작되고 있어요. 모든 세대와 문화권에 여성혐오가 존재하는 만큼, 디지털 성범죄도 계속해서 발생하죠. 우리는 이 혐오를 몰아내는 확실한 방법이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이즈 닥스(Gaze Docs)는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모인 다큐멘터리 제작팀이다. 기획을 맡은 이바(Ieva·라트비아)·올리비아(Olivia·영국)·아니사(Anissa·미국), 촬영을 맡은 리론(Liron·그리스), 통역과 편집을 맡은 태이(가명·한국) 등 5명으로 구성됐다.

지난해 12월 한국 취재를 시작한 이바, 올리비아, 리론, 태이는 지난달 1차 촬영을 마쳤다. 6개월간 이들은 디지털 성범죄의 시작과 끝을 쫓았다. 범죄의 최신 유형 'n번방'부터 ‘소라넷’과 ‘웹하드’를 거쳐 1990년대 '빨간비디오'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다른 플랫폼에서 같은 범죄가 재발하고 있었다.

문제 해결은 원인 찾기에서 시작 된다. 디지털 성범죄가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팀원들은 여성 대상 범죄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온 이수정 경기대학교 대학원 범죄심리학과 교수의 의견을 듣기로 했다. 

이 교수는 n번방 범죄자들의 기저심리에 여성혐오가 깔려있다고 분석했다. 또 여성을 상품화하는 잘못된 인식이 팽배해 있다고 지적했는데 피해 여성을 인격체로 인식하고 존중하지 않기 때문에 디지털 성범죄가 만연했다는 것이다.

“여성의 성을 대상화, 상품화 하는 현상은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됩니다.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불법 영상물의 주인공이 모욕감을 느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드물어요. 피해자는 불특정다수에게 공격당하거나, 누군가 나를 알아차릴 수 있다는 공포감에 시달립니다. 그러나 피해 영상을 소비하는 사람은 그런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을 하지 않아요.”

디지털 성범죄만의 치명적인 특징도 언급됐다. 불법 영상을 제작한 가해자와 유포자를 잡아도, 영상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소라넷 서버 운영자는 검거했지만, 남겨둔 불법 영상물은 온라인 세상에 계속 살아 있어요. 여러 데이터 베이스로 공유되고 있죠. 삭제를 해도 눈에 띄는 게시물만 일시적으로 사라질 뿐입니다. 사건이 잠잠해지면 영상을 개인 기기에 저장해뒀던 사람이 재차 유포합니다. 수사가 끝나도 피해는 끝나지 않습니다. 결국 디지털 성범죄는 종결이 없는 사건인 거죠” 라고 말했다.

성범죄는 피해자의 삶에 강력한 타격을 준다. 그러나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범죄의 유형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 이교수의 말이다.

그는 “디지털 성범죄와 현실의 물리적 성범죄는 모두 피해자에게 고통스러운 경험입니다. 두 범죄 모두 피해자가 오랜 기간 트라우마를 겪게 만듭니다. 하지만 직접적인 신체적 접촉이 발생한 성범죄의 처벌이 더 무겁습니다. 실제 강간범은 엄벌하지만, 온라인 공간에서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는 강간범에 준하는 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두 범죄의 죄질이나, 피해자가 받은 고통의 경중을 따질 수 없는데 말이죠. 유일한 차이는 직접적인 신체 접촉이 발생했는지 여부뿐입니다”라며 디지털 성범죄의 처벌이 가볍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n번방 가해자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자신들의 꿈을 이뤘다고 분석했다. 현실에서는 누릴 수 없는 권력을 n번방에서 얻었다는 것이다. 

그는 “텔레그램에서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사용한 닉네임을 보세요. ‘박사장’, ‘갓갓’, ‘와치맨’등 권력에 대한 욕구가 드러나 있습니다. 사장이나 감시자는 남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타인을 조종할 수 있는 위치입니다. 하지만 실제 검거된 범죄자들은 오히려 사회적 ‘루저’(패배자)가 많았습니다“라며 “조주빈은 스스로 악마라고 칭했지만, 실제로는 전지전능한 사람이 아니었어요. 초라한 미취업자였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게이즈 닥스 팀원들은 이 교수와 인터뷰를 통해 ‘무엇이 중요한지’ 확신을 얻었다. 여성혐오는 디지털 성범죄가 계속해서 재발하도록 동력을 제공했다. 디지털 성범죄가 문화권에 관계없이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범죄를 종식하기 위한 첫 걸음은 여성혐오를 몰아내는 것이었다. 

빨간비디오부터 n번방까지 여성혐오는 세대를 거듭해 전해졌다. 여성혐오를 지우는 일은 어렵지만 간단명료했다. 교육을 통해 혐오가 다음 세대로 전달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것이다. 팀원들은 여성혐오를 몰아내기 위해 활동하는 이들을 만났다.-④에 계속.

*쿠키뉴스는 게이즈 닥스와 함께 모금을 시작합니다. 텀블벅 <한국 디지털 성범죄와 게임체인저 : Gaze Docs>으로 모인 소중한 후원금은 다큐멘터리 ‘Molka’(가제)의 촬영·편집·번역 작업에 쓰입니다.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