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죽음을 두고 묘한 긴장감이 정치권에 흐르고 있다.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공세 수위는 다소 낮추면서도,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언급하며 범여권을 은근히 압박하는 모양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박 시장 추모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하태경 통합당 의원은 10일 밤 자신의 SNS에 “서울특별시 주관의 장례는 그 자체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며 “또 우리 아이들에겐 국민세금으로 장례식 치르는 것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하 의원은 “일반적으로 국가장은 그 법의 취지에 따라 국민적 추앙을 받는 사람이 서거했을 때 치러진다”면서 “(성추행) 의혹에 대한 명확한 진실 규명이 안 된 상태에서 온 국민의 슬픔이라 할 수 있는 국가장으로 장례를 치른다면 피해자가 느낄 압박감과 중압감은 누가 보상하나”라고 지적했다.
하 의원은 문 대통령을 겨냥하는 발언도 이어갔다. “서울시는 서울특별시장(葬)의 법적 근거를 '정부의전편람'이라고 설명했다”며 “행정자치부 장관 등 관계기관의 협의를 거친 다음, 서울시가 요청해서 대통령의 허락을 받아야만 가능하다고 돼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논란을 충분히 잘 알고 있는 대통령께서 이 장례를 허가해 해주셨다는 뜻인가, 아니면 국무회의에서 논의한 바 없는데도 서울시가 절차를 건너 띄우고 장례 절차를 추진하려 했던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0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고인은 저와 함께 유신 시대부터 민주화운동을 함께해온 오랜 친구”라며 “성품이 온화하고 강단을 갖춘 외유내강한 친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80년대 이후 시민운동의 씨앗을 뿌리고 키워온 시민운동계 탁월한 인권변호사”라며 “서울시장에 당선된 후에는 시민을 위해 모든 힘을 쏟아 일했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 성추행 의혹에 대해선 언급을 삼갔다. 이 대표는 전날 박 시장 성추행 의혹을 묻는 질문에 “그건 예의가 아니”라며 “그런 것을 이 자리에서 얘기라고 하나. 최소한 가릴 게 있다”며 불쾌함을 숨기지 않았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도 같은 날 “평생 시민운동에 헌신하고 서울시 발전에 업적을 남긴 박 시장의 명복을 빈다”며 고인을 추모했고 박홍근 민주당 의원 역시 취재진에게 “부디 무책임한 행위를 멈춰달라”며 “지금 SNS상 악의적인 출처 불명의 글이 퍼져 고인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유족들이 더욱 큰 고통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