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외치던 은행권, 정작 사모펀드에 발목 잡혔다

조계원 / 기사승인 : 2020-07-14 06:00:50
- + 인쇄

신한·하나·우리·기업, 2분기 실적 10% 이상 하락 전망

실적 향상을 위해 사모펀드를 무분별하게 판매하던 은행권의 실적이 사모펀드 배상금에 하락할 위기에 놓였다.

[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은행들이 실적 우선주의에 빠져 무분별하게 판매하던 사모펀드가 되레 은행들의 실적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연일 불완전판매 정황이 드러나며 배상금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영향이다. 이에 은행권에서는 ‘정도 경영을 강화해야 한다’며 자성의 목소리까지 나왔다.

1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국내 4대 은행 금융지주의 2분기 지배주주순익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2조675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분기(2조8371억) 대비 5.69% 하락한 수준이다.

은행 금융지주의 2분기 순익 감소는 저성장․ 저금리와 코로나 여파 속에서 라임 무역금융, 이탈리아 헬스케어, 독일 헤리티지 DLS 등 각종 금융상품의 불완전판매가 드러나며 투자자들에게 지급해야할 배상금이 순익을 갉아 먹고 있기 때문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2분기 은행 금융지주의 주요 실적 이슈 중 하나로 ‘각종 금융상품의 배상금’을 지목했다. 박 연구원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에서 계약 취소와 함께 100% 배상을 권고한 라임 무역금융펀드 관련 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의 배상금 규모는 1880억원에 달한다. 신한금융 830억원, 우리금융 690억원, 하나금융 360억원 순이다.

여기에 추가로 하나금융은 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 판매액 1100억원 중 550억원의 가지급을 결정했고, 신한금융은 독일 헤리티지 DLS 판매액 3799억원의 절반을 내년까지 선지급하기로 했다. 이를 종합하면 금융지주 별로 360억원~1600억원의 배상금 및 충당금 부담이 발생한다는 분석이다.

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의 경우 이러한 배상금 영향으로 2분기 실적이 10% 이상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신한금융의 경우 1분기 9324억원이던 순익이 2분기 8372억원으로 10.21%, 우리금융(7295→8479억)은 19.66%, 하나금융(6570→5742억)은 12.60%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대형 사모펀드 이슈를 모두 빗겨나간 KB금융의 경우 순익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KB금융의 2분기 순익 전망치는 8479억원으로 1분기 순익보다 16.23% 높은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KB금융의 윤종규 회장은 ‘정도 경영’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지난 10일 열린 하반기 그룹 경영진 워크숍에서 “무엇보다도 정도 영업과 금융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며 은행 및 금융사의 기본은 고객 만족에서 시작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한편 디스커버리 펀드를 팔아 대규모 투자자 피해가 발생한 기업은행 역시 2분기 실적이 크게 하락할 전망이다. 기업은행의 2분기 순익 전망치는 3609억원으로, 이는 1분기(5000억) 보다 27.82% 감소한 수준이다.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