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 '갈팡질팡' T1, 체질 개선 쉽지 않네

기사승인 2020-07-14 06: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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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K] '갈팡질팡' T1, 체질 개선 쉽지 않네
사진=라이엇 게임즈 제공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리그오브레전드(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시즌 우승팀 T1이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다이나믹스와의 경기에서 T1이 보여준 모습은 LoL e스포츠의 최근 흐름을 역행하는 것이면서, 그들만의 색깔마저 잃어버린 것이라 우려를 자아냈다. 

T1은 12일 서울 종로 롤파크에서 열린 LCK 서머 스플릿 팀 다이나믹스와의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1대 2로 패했다. 3패(5승) 째를 기록한 T1은 4위로 내려앉았다.

이날 전반적으로 후반 지향적인 밴픽을 시도한 T1은 1대 1로 맞선 3세트에도 미드 ‘룰루’ 등의 픽으로 안정성에 힘을 실었다. 시작은 좋았다. 아군 쪽 정글에서 선취점을 뽑았고, 상단에선 ‘칸나’ 김창동(케넨)이 ‘리치’ 이재원의 사일러스를 솔로킬 내며 추가점을 뽑았다. 

하지만 13분께 하단에서 사고가 난 뒤 T1의 플레이가 급격히 위축됐다.

오브젝트 전투를 피하더니 22분 여 만에 드래곤 3스택을 내줬다. 심지어 33분 드래곤 영혼을 두고 대치한 상황에선 싸움을 포기하고 후퇴하는 쪽을 선택했다. 경기를 지켜보던 중계진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할 정도로 소극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앞서 과감한 판단으로 내셔 남작을 버스트 해 깜짝 버프를 챙긴 다이나믹스의 결단과 대조되는 행보였다. T1은 경기 후반 장로 드래곤 교전에서 승리하며 승리를 거머쥘 뻔도 했지만, 디테일에서도 아쉬움을 보이면서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T1 패배 후 게임단 공식 SNS에는 “올 시즌 최악의 경기”, “눈을 뜨고 보기 힘든 경기력”, “답답한 경기” 등 T1의 경기력에 잔뜩 실망한 팬들의 반응이 이어졌다. 

직전까지 3연패에 빠져있던 팀에게 무릎을 꿇어서가 아니었다. 상대방의 실수만 기다리면서 소극적인 플레이로 일관하다 무기력하게 경기를 내준 것이 문제였다. 이날 T1이 보인 경기력은 최근 체질 개선을 부르짖는 리그의 전반적인 기조와 분명 상반되는 것이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등 주요 국제무대를 석권한 LCK는 2018년 이후 국제무대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난 5월 열린 ‘미드시즌컵(MSC)’에 출전한 LCK 4팀(T1, 드래곤X, 담원 게이밍, 젠지e스포츠) 모두 중국팀에게 밀려 결승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거듭된 실패 속에 ‘이제는 정말 변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LCK 내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졸음을 유발하는 기존의 안정적이고 느린 템포의 경기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경기 운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드래곤X(DRX), 담원, 젠지는 MSC에서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교전 지향적이고 공격적인 팀 컬러를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 열린 DRX와 담원의 불꽃 튀는 맞대결은 LCK의 변화 노선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이들은 현재 나란히 리그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다. 공격성이 곧 성적으로 귀결된다는 것을 방증하는 지표라고도 볼 수 있다.

이들과 함께 4강으로 분류되는 T1 역시 체질 개선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다. 지난 시즌부터 T1의 새 사령탑으로 부임한 김정수 감독은 줄곧 선수들에게 ‘과감한 경기 운영’을 주문하고 있다. 최근에도 매체 오센과의 인터뷰에서 “상황에 따라서는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며 선수들의 변화를 촉구했다.

하지만 고착화 된 팀컬러를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쉽지 않은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T1은 그동안 리스크를 최소화 하는 안정적이고 단단한 운영, 중후반 한타로 여러 차례 국제무대 정상에 올랐다. LCK 9회 우승을 거머쥔 지난해엔 ‘미드시즌인비테이셔널(MSI)’ 4강, 롤드컵 4강에 오르는 등 한국팀으로는 여전한 경쟁력을 과시했다. 팀의 주축인 ‘페이커’ 이상혁은 이러한 T1과 발자취를 함께 한 선수다. 우승 공식과도 같은 기존의 플레이 방식을 버리고 갑작스레 변화를 시도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을 터다.

김 감독도 데일리e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이상혁과 ‘테디’ 박진성은 정돈된 싸움을 선호한다”면서 “오래 선수 생활을 하면서 몸에 배어 있는 단어가 ‘천천히, 천천히’이기에 한 순간에 바꾸기는 쉽지 않지만 차츰차츰 싸워서 이기는 법도 익혀가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선 T1에게 들이미는 잣대가 유독 엄격하다고 지적한다. T1이 기존 LCK 운영의 교과서이자 상징과도 같은 팀이기에 변화를 갈구하는 팬들의 집중 표적이 된다는 것이다. T1은 현재 리그 4위다. 이제 막 1라운드 막바지로 접어든 LCK다. T1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단정 지을 단계는 분명 아니다. T1에겐 시간이 필요하다. 위기 속 해법을 찾고 돌아와 수차례 리그 정상에 올랐던 팀이 아니던가. 

mdc0504@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