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지금까지 이런 아이돌 그룹은 없었다. 지난 25일 정식 데뷔한 혼성그룹 싹쓰리(SSAK3)의 이야기다. 멤버 수보다 멤버의 자녀 수가 더 많은 그룹, 그런데도 인터뷰에선 결혼 사실을 비밀에 부쳐달라며 시치미를 떼는 그룹! 멤버들의 별명도 천지개벽 수준이다. 팀의 맏이인 유두래곤(유재석)은 존재감이 없다는 이유로 ‘듣보’(듣지도 보지도 못한 사람)라고 불리고, 린다G(이효리)와 비룡(비)는 각각 ‘싸가지’, ‘밉상’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얼굴 천재’ ‘무대 장인’ 등 별명을 통해 매력을 강조하는 여느 아이돌과는 차원이 다른 행보다.
싹쓰리의 파격이 통한 걸까. 선공개곡 ‘다시 여기 바닷가’가 지난 18일 발매와 동시에 주요 온라인 음원사이트의 실시간 차트 정상을 석권한 데 이어, 25일 공개된 신곡 ‘그 여름을 틀어줘’도 무서운 속도로 치고 올라오면서 1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들의 정식 데뷔 무대가 펼쳐진 25일 자 MBC ‘쇼! 음악중심’은 시청률 2.1%를 나타내며 올해 최고 성적을 달성했다. 지상파 음악방송 시청률이 대체로 1% 안팎을 오간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놀라운 기록이다.
앞서 MBC ‘무한도전’ 가요제를 통해 결성된 퓨처라이거(타이거JK·윤미래·유재석)와 명카드라이브(박명수·제시카), KBS2 ‘언니들의 슬램덩크’가 낳은 언니쓰(티파니·김숙·홍진경·민효린·라미란·제시)도 음악 방송에 출연한 적 있지만, 당시는 특별무대의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싹쓰리는 다르다. 정식으로 데뷔한 팀이기 때문에 음악 방송에서 다른 가수들과 순위 경쟁을 벌인다. 실제로 지난 ‘쇼! 음악중심’에서 싹쓰리는 그룹 블랙핑크·마마무와 정상을 놓고 경합한 끝에 2위를 차지했다. 음반이 출시돼 판매량이 더해지면 추후 1위가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유재석·이효리·비 등 시대를 호령하던 톱스타들이 한데 뭉친 건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 덕분이다. 사라진 혼성그룹의 댄스 음악을 되살리자며 시작한 프로젝트가 지금의 ‘싹쓰리 신드롬’을 낳은 것이다. 이는 세 멤버의 ‘스타 파워’만으로 이뤄낸 성과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멤버 각자의 서사와 노래에 담긴 메시지, 30~50대가 가진 뉴트로에 대한 갈망이 어우러져 화학 반응을 일으켰다고 분석한다.
실제 이효리와 비는 최근 음반 성적이 부진했지만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재조명됐다. 이들이 새 음악으로 팬들을 만나는 것도 3~4년만이라 반가움이 컸다. 10년 넘게 국민MC로 위상을 떨치던 유재석은 한때 ‘무한도전’의 종영과 함께 커리어에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놀면 뭐하니?’에서 여러 ‘부캐’(부캐릭터)를 보여주며 또 한 번 전성기를 누렸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화려한 시기를 지나 보내고 다시 떠오르는 세 사람의 모습을 ‘놀면 뭐하니?’가 잘 담아냈고, 그것이 노래에 담긴 메시지와도 연결된다. 각자의 서사, 음악, 캐릭터가 일맥상통하면서 시너지를 발생시킨 것”이라면서 “또한 좋았던 과거를 떠올리는 노랫말과 뮤직비디오가 쓸쓸한 느낌을 주면서도 마음을 위안해준다. 여기에서 느껴지는 정서적인 카타르시스가 크다”고 봤다.
싹쓰리의 인기 행진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들은 오는 30일 Mnet ‘엠카운트다운’에 출연해 ‘다시 여기 바닷가’ 무대를 선보인다. 내달 1일에는 유두래곤과 광희가 함께 부른 ‘두리쥬와’를 비롯해 비룡과 린다G의 솔로곡도 줄줄이 나온다. 싹쓰리의 실물 음반은 현재 예약 판매 중이고, 동영상 애플리케이션 틱톡을 통해 ‘다시 여기 바닷가’의 안무 챌린지 이벤트도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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