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하나, 다음은 어디 은행 점포가?” [사라지는 은행지점②]

“신한·하나, 다음은 어디 은행 점포가?” [사라지는 은행지점②]

“우리는 스마트 뱅킹 모릅니다”
“디지털 소외계층 위한 속도조절 필요하다”

기사승인 2020-07-31 05:34:01

[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그동안 흔히 접할 수 있었던 은행 점포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디지털 시대라는 대격변 속에서 은행들은 점포를 빠르게 줄여 나가고 있다. 

한쪽에서는 스마트폰에 설 자리를 잃은 은행 점포의 폐쇄를 당연한 수순으로 받아들이지만 디지털에서 소외된 이들은 이제 금융서비스에서 마저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사라진 은행 점포 주위에서 점포 폐쇄에 대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하나은행 전농동 지점이 위치했던 장소, 현재는 공사가 한창이다. /사진=조계원 기자
“먼저 신한은행 없어지고 이제는 하나은행 없어졌다”

동대문구 전농동 사거리에는 현재 우리은행, 농협은행, 신협 점포가 위치해 영업을 하고 있다. 다만 얼마전까지는 여기에 하나은행의 점포도 있었다. 

하나은행은 지난 6월 1일 전농동 지점을 폐쇄하고, 전농동 지점을 1.2km 떨어진 답십리역 지점으로 통합했다. 현재 전농동 지점이 있던 건물에는 하나은행이 남겨두고 떠난 ATM기기만 남아있다. 건물을 관리하던 할아버지 한분은 “사람들은 다 답십리역으로 떠났다”며 “여기는 기계만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 전농동 지점의 폐쇄에 대한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방문했다. 뒤편 아파트 단지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던 중년의 한 여성 사장님은 뜻밖의 이야기를 했다.

그는 “얼마전 하나은행 점포가 없어진 것을 알고 있다. 주민들도 신경쓰고 있다”며 “하나은행 점포가 없어지기 전에 신한은행 점포가 먼저 없어졌다”고 말했다. 확인 결과 신한은행 전농동 지점은 지난해 1월 폐쇄됐다. 

그는 “다음에는 다른 은행 점포가 또 없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면서 “점포가 계속 폐쇄되면서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불편을 많이 겪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지금은 하나은행을 가기위해 버스를 타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전농동지점 대신 답십리역 방문을 안내하는 내용 /사진=조계원 기자
“우리는 (스마트 뱅킹) 그런거 모릅니다”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나오는 길에 나이가 지긋한 세탁소 사장님도 만날 수 있었다. 내후년이면 70세가 된다던 세탁소 사장님은 주변 은행의 점포 폐쇄에 대해 “없어지면 찾아가야 지요, 우리는 (스마트뱅킹) 그런거는 잘 몰라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나은행도 쓰기는 했는데 주로 농협은행을 주로 사용한다”며 “하나은행 점포가 없어진 후에는 농협은행만 사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여기에 폐쇄된 은행 점포 인근에서 만난 할머니 한분도 여전히 은행을 직접 방문해 모든 업무를 처리한다고 답변했다. 할머니는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지 뭐 달라질게 있냐”며 “옛날 사람들은 전화가지고 은행 업무 못 본다, 좀 멀더라도 버스타고 가서 은행 업무 보고있다”고 밝혔다.

▲하나은행 답십리역 지점, 전농동 지점과는 1.2km 떨어져 있다
“72세 할아버지, 나는 다 스마트폰으로 처리 해”

인터뷰를 진행했던 노년층 분들이 대부분 은행의 점포 폐쇄에 불편을 호소하며 점포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다만 스마트뱅킹을 통해 은행 업무를 모두 처리한다는 답변도 없지는 않았다.

한국전력공사에서 정년퇴직 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72세의 할아버지는 “요즘 은행 점포가 많이 필요한가”라고 반문하며 “점포가 많이 없어지기는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은행 업무를 모두 스마트폰으로 해결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스마트뱅킹 사용법을 따로 교육받았는가’라는 질문에는 “친구들과 서로 모르는 건 물어보면서 사용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용하게 됐다”며 “따로 교육은 받지 않았다”고 말해 다른 어르신들과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쿠키뉴스 DB
“디지털 소외계층 위한 속도조절 필요하다”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점포수는 지난 2012년 7681개에서 2016년 7086개로 500개 넘게 감소했다. 뒤이어 올해 3월말 6652개로 줄어들면서 지난 8년간 1000개 넘는 은행 점포가 폐쇄된 것으로 집계됐다.

금감원은 이에 은행들을 대상으로 점포 폐쇄에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21일 “최근 코로나19 영향에 따라 은행들의 비용절감 노력 등으로 점포 폐쇄가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단기간에 급격히 점포수를 감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29일에도 “최근 은행 점포가 빠른 속도로 폐쇄되고 있는데 걱정이다”라고 재차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다만 은행들은 디지털화의 가속화에 따라 속도 조절이 쉽지 않다는 반응을 보여 좀처럼 속도조절이 이루어 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chokw@kukinews.com
조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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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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