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17일 오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코로나19 집단감염의 책임론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전 목사는 지난 2월 광화문 집회 등에서 특정 정당의 지지를 호소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 등으로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청구한 보석이 구속 50여 일 만에 받아들여지면서 풀려났고 당시 법원은 위법한 집회나 시위에는 일체 참여해선 안 된다는 조건을 달았다. 하지만 이날 전 목사는 확진 판정을 받았고 15일 광화문에서 열린 광복절 집회를 이끌었다.
전 목사의 확진 판정으로 정치권도 들썩이고 있다. 전 목사는 종교 집회를 비롯해 반정부 집회를 자주 이끌어 야권 정치인들과의 접촉이 잦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 미래통합당을 비롯한 보수 정당의 인사들로 전 목사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기 전에 접촉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전 목사는 지난 15일 광복절 집회에 수만명이 참석한 가운에 연사로 나서 불특정 다수와 접촉했을 가능성이 커 깜깜이 확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집회에 참여한 현역의원으로는 현재까지 미래통합당 홍문표 의원이 유일하다. 다만, 홍 의원 측은 전 목사를 알지 못하고 만나지 않았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유정복 전 인천시장, 김진태·민경욱 전 의원도 집회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정치권 내에서의 코로나19 확산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법원도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 목사가 광복절 집회에 참석함에 따라 서울중앙지검은 위법한 집회나 시위에 참여하지 말라는 보석 조건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16일 서울중앙지법에 보석 취소를 청구했다. 하지만, 전 목사가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음에 따라 재구금 여부 등을 판단할 재판 절차가 늦춰질 전망이다. 17일 법원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전 목사의 보석취소 심문 방식이나 시기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전 목사의 치료 진행 상황 등을 살피며 직접 심문을 할지, 서면 심리를 살지 등 방식과 시기를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24일에 속행 공판을 열고, 이후 한두 차례 더 공판을 진행한 뒤 9월 중에 심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24일 공판부터 전 목사 측의 요청 등으로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전 목사는 지난 11일 열린 재판에도 출석해 법정에 머물러 직접 증인신문에 나섰다. 이에 따라 재판부도 코로나19 노출 여부 등을 검토하기 위해 18일 자택 대기를 하면서 방역당국의 역학조사 결과에 따라 대응할 방침이다. 법원에 따르면 전 목사 이전에도 재판의 당사자나 증인 등 법정에 출석했던 사람이 이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경우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법원 직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적은 없다.
15일 전 목사의 재수감 촉구를 바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24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해당 청원인은 “전 목사가 보석으로 풀려난 후 수천명이 모이는 각종 집회를 지속적으로 열며 회비와 헌금을 걷기에 혈안이 됐고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애쓴 방역당국의 노력마저 헛되게 만들었다”며 “교회는 사회 안전망의 마지막 보루가 돼야 한다. 종교의 탈을 쓰고 우리 사회 안전을 해치는 전 목사를 반드시 재수감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광화문 집회 참가자 중 코로나19 확진자는 자비로 치료케 해야 한다는 청원도 올라왔다. 해당 청원인은 “집회 참가자들은 집회 참가 시 감염 확률이 높다는 것을 모를 수 없었다”며 “불법적 시위 참가도 모자라 거리두기를 실천하지 않고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은 채 대화, 취식 등을 했다. 스스로 위험을 자초한 사람들이 이후 코로나에 걸렸다고 국가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치료를 해준다는 것은 옳지 않다”라고 말했다. 해당 청원은 17일 오후 7시 기준 2만5000명이 동의했다. 이외에도 전 목사를 비판하는 청원이 다수 올라간 상태다
기독교계 내부에서도 전 목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 목사는 집회에서 “저를 이 자리에 못 나오게 하려고 중국 우한바이러스(코로나19) 테러를 했다”며 “바이러스가 점진적으로 일어나 난 것이 아니고 바이러스 균을 우리 교회에 갖다 부어버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사랑제일교회의 감염확산이 ‘외부의 바이러스 테러’ 때문이라는 궤변을 늘어놓은 채, 냉전적 광기를 발산하며 광화문 집회를 주도하는 전광훈 씨의 극단적 정치 행동이 비참하다”며 “생명의 안전을 위해 희생적으로 헌신하는 모든 사람들의 노력을 희화화 하며 자행되는 전광훈 씨의 반생명적 행동은, 민주시민의 이름으로 법에 의해 판단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재확산의 중심에 교회가 있음을 참담한 심정으로 인정하며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에게 깊은 사죄의 뜻을 밝힌다”고 밝혔다.
확진자가 다수 발생하면서 서울·경기는 지난 16일부터, 부산은 17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수위가 2단계로 격상됐다. 이로 인해 마스크 착용·출입자 명부관리 등 방역수칙을 반드시 지켜야 할 시설 범위가 넓어진다. 클럽 등 유흥주점, 단란주점, 노래연습장, 뷔페식당 등 총 12개 시설 및 업종을 고위험시설로 분류해 방역수칙을 의무적으로 따르도록 했던 것에 PC방 등도 포함됐다.
일정 규모 이상의 인원이 모이는 행사도 영향을 받는다. 정부는 향후 2주간 실내 50인 이상, 실외 100인 이상의 인원이 대면으로 만나는 모든 사적·공적 모임이나 행사는 자제하도록 권고했다.
국공립 박물관·미술관·도서관 등 공공시설도 평상시의 절반수준으로 이용객 입장을 제한하고 복지관 등 사회복지 이용시설, 어린이집에는 휴관할 것을 권고했다. 프로야구·프로축구 등 프로스포츠 행사도 최근 30%까지 관중의 입장이 허용됐지만, 다시 ‘무관중 경기’로 돌아가게 된다. 학교의 경우도 코로나19 집단감염의 정도에 따라 일부 지역은 ‘원격수업’으로 전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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