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지난 4월 11일 이후 약 20일간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며 ‘사망설’까지 나돌았던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번엔 국가정보원의 업무보고 과정에서 밝힌 북한 내 권력이양 정보가 뿌리였다.
국가정보원 박지원 원장은 20일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업무보고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등 일부 측근들에게 권한을 이양하는 방식으로 위임통치를 하고 있다’는 정보를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위 비공개 회의에 참석한 여당 간사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야당 간사인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회의를 마치고 나와 “(국정원에서) 위임통치라는 말이 나왔다. 김 제1부부장이 (북한) 국정 전반에 있어 위임통치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 같은 북한 내 변화가 김정은의 건강이상에 따른 결과가 아니냐며 앞서 건강 이상설 또는 거동 불편설 등을 제기했던 탈북민 출신 국회의원인 태영호·지성호 의원과 위독설을 주장한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전 국회의원)의 발언이 재조명 되고 있다.
앞서 CNN과 블룸버그 통신 등이 보도하고 이들 전·현직 의원들이 힘을 보탰던 것처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사망했거나 건강에 문제가 있어 북한의 강경대응과 권한 분산이 이뤄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론이다.
CNN이 지난 4월 20일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을 보도한 당일 지성호 당시 당선인은 “확인해봤는데 건강이상설이 사실”이라며 “김 위원장이 다시 복귀하기 어려울 것 같다. 현재는 섭정체제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역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태영호 의원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김정은이 스스로 일어서거나 제대로 걷지 못하는 상태라는 것”이라고 한 바 있다.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은 4월 23일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가 매우 위독하다. 이날 오전 북한 권력 핵심부에서 김 위원장이 회복 불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면서 “김 위원장이 정상적인 국정 집행자로 등장하기 전까지는 사실상 사망 상황이라고 가정하고 이에 대한 선제적 외교활동에 돌입해야 한다”고 사망설을 제기하며 김 위원장의 사후를 준비하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 사망설이 제기된 지 11일만인 5월 2일 조선중앙방송이 전날인 노동절(5·1절)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김 위원장이 참석한 장면을 공개하며 이들의 말은 잘못된 정보에 의한 주장으로 치부됐다. 태영호 의원은 “거동하기 어려운 지경일 것이라는 저의 분석은 다소 빗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사과에 가까운 말을 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은 끊이지 않고 거론되고 있다. 당장 태 의원은 자신의 분석이 빗나간 것 같다는 사과와 함께 “그러나 과연 지난 20일 동안 김정은의 건강에 아무 이상이 없었던 것일까”라며 “저의 의문은 말끔히 지워지지 않았다”고 의혹의 시선을 완전히 거두지 않았다.
다음 달인 6월 14일에는 장 전 의원이 “김정은의 국정리더십 실종사태로 최고통치자는 김여정”이라며 “그것은 김정은이 더 이상 대남사업의 총책임자로 전면에 설 수 없는 상황을 맞았기 때문”이라고 건강이상설을 간접적으로 다시 거론했다. 같은 달 25일 일본 방위장관인 고노 다로도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에 힘을 싣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국정원은 김정은의 건강이상설에는 계속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날 정보위에서도 국정원은 “(김여정의) 후계 통치는 아니다. 후계자는 결정하지 않았다. 김정은이 여전히 절대 권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과거에 비해 조금씩 권한을 이양한 것”이라며 “김여정에게 이양된 권한이 많지만 혼자 위임통치를 하는 것이라 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북한의 권한이양은 김여정이 대남·대미정책를, 박봉주·김덕훈이 경제 분야를, 신설된 군정지도부의 최부일 부장과 전략무기 개발전담하는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이병철이 군사 분야의 권한을 나눠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정원이 밝힌 권한이양의 배경으로는 ▲통치 스트레스 경감 ▲정책실패 시 책임 회피 등을 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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