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더니]재개발에 평당 1억 넘어간 ‘염리4구역’…씁쓸한 ‘도시재생’

조계원 / 기사승인 : 2020-09-23 05: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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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평 고시원 방 크기, 호가 4억5000만원

▲언덕에서 내려다 본 염리 4구역 골목길 

[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재개발 열풍이 다시 불고 있는 마포구 염리 4구역 집값이 들썩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가 기준 평당 1억원이 넘어가는 등 재개발 소식에 투자심리가 살아난 영향이다. 이처럼 재개발에 치솟는 집값은 여타 지역 주민들이 도시재생보다 재개발을 목 놓아 부르짖는 원인으로 풀이된다.

22일 방문한 마포구 염리동 9번지일대 ‘염리4구역’은 이대역 5번 출구와 바로 인접해 있는 초역세권이다. 지난 2003년 아현뉴타운의 일부로 재개발이 추진됐으나 2015년 주민들의 반대로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재개발을 마친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등 주변 아파트 집값이 치솟으면서 기대수익이 높아진 ‘염리4구역’도 다시 재개발에 발동을 걸었다. 염리4구역은 현재 지방자치단체의 사전타당성 검토를 통과했으며, 다음달부터 11월까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재개발 찬반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서울에서 흔치 않은 초역세권 재개발 예상 지역인 만큼 곳곳에 부동산 사무실이 자리잡고 있다.

5번 출구를 나와 언덕을 올라가다 보면 골목길 좌우로 다세대 주택들이 빼곡히 자리 잡고 있다. 건물을 수리하는 곳과 새로 건물을 올리는 곳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염리 4구역 일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곳은 공인중개사 사무실들이다. 많은 곳은 두세 집 건너 한 집마다 공인중개사 사무실이 들어서 있다.

거래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들어선 한 중개사 사무실에서는 “사전타당성 검토가 통과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이후 기존에 나와 있던 매물은 모두 거래가 완료 됐다”며 “현재는 매물을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개해 준 매물은 ‘3.5평’ 고시원 방 한 칸 수준의 4억 5000만원짜리 빌라. 공인중개사는 “이 매물도 계약이 완료됐는지 다시 문의해야 한다”며 “실거주 보다는 투자 목적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1평당 1억원이 넘어가는 가격으로 염리 4구역 주변 빌라 시세보다 2-3억 비싼 가격이다. 공인중개사는 프리미엄이 “2~3억원 가량 붙은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며 “나중에 가서는 프리미엄이 더 올라갈 수 있다”고 귓뜸했다.

염리 4구역의 경우 재개발 구역 지정을 위한 사전타당성 검토 통과만으로 집값이 2~3억원 뛴 셈이다. 주변 다른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도 중소형 매물의 재개발 프리미엄을 2~3억원 가량으로 제시했다.

▲우측 편으로 건물을 새로 올리는 곳이 보인다. 염리4구역은 월세 수익은 물론 향후 재개발 입주권을 노리고 소형 평형의 신축건물이 늘어나고 있다. 

2015년 재개발이 한 번 중단된 사례가 있는 만큼 도시재생 추진 가능성에 대해서도 알아봤다. 하지만 도시재생에 대한 현지 반응은 썩 좋지 못 했다.

인근의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염리동 소금길을 예로 들며 “도시재생 한다고 소금길 만들었지만 결국 어떻게 됐냐”고 반문하며, “길 예쁘게 꾸민다고 했지만 결국 동네만 낙후됐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러다 다시 재개발로 방향을 틀었다”며 “시간만 낭비한 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러는 동안 주변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데 어느 주민이 이를 좋아하겠냐”며 “특히 염리4구역은 이미 투자 목적의 외지인이 많이 들어와 있어 예전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진단했다.

다만 염리4구역에는 재개발을 반기지 않는 이들도 있었다. 바로 상가 입주민들이다.

작은 식당의 사장님은 “집주인들이야 재개발하면 집값 올라 좋겠지만 장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리 반갑지 않은 이야기”라며 “재개발이 언제 추진될지 모르지만 이곳이 헐리면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