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꿈은 텐텐 마음껏 먹기’ 숙원 푸는 어른들, 왜?

‘어릴 적 꿈은 텐텐 마음껏 먹기’ 숙원 푸는 어른들, 왜?

레트로 문화 유행 영향… '월경 부작용' 우려도

기사승인 2020-10-07 03:00:03
그래픽=한성주 기자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송모(26·여)씨는 최근 텐텐을 대량구매 했다. 그는 어릴 적 엄마 몰래 서너 개씩 집어 먹은 텐텐의 맛을 잊을 수 없었다.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어른이 된 지금, 송씨는 “텐텐을 캐러멜처럼 실컷 먹으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텐텐츄정’(이하 텐텐)이 어른들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되고 있다. 텐텐은 비타민 A, B1, B2, B6, C, D, E가 함유된 비타민공급제다. 한미약품이 제조·판매하는 일반의약품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제품명을 검색하면 ‘텐텐을 먹고 싶을 때 먹는 건 어른의 특권’, ‘진정한 어른이라면 텐텐 정도는 먹어줘야지’, ‘대용량 텐텐을 손에 넣은 사람, 그것이 어른이니까’ 등 어릴 적 갈망을 해소한 어른들의 진술이 쏟아진다. 자신의 블로그에 대용량 제품 구매 후기를 게시한 성윤경(30·여)씨는 “어른이 되니까 텐텐을 깡통째 살 수 있어서 즐겁다”고 말했다.

제품이 뜻밖의 연령대에서 인기를 끄는 현상을 회사도 포착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텐텐의 어른 팬층이 형성됐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며 “대용량 제품을 샀는데, 쑥스러워서 쇼핑백으로 감춰 들고 왔다는 내용의 소비자 SNS 글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워낙 오랫동안 판매된 제품인 만큼, 텐텐이 어른들에게 향수를 일으키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어린이용 비타민공급제는 어쩌다 어른에게 행복을 공급하게 됐을까. 임명호 단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애착감과 ‘레트로’ 문화를 이유로 꼽았다. 

임 교수에 따르면 텐텐은 어린 시절 좋아했지만, 충분히 즐기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 대상이다. 이에 대한 애착이 형성된 어른들은 자유롭게 텐텐을 먹는 행동을 통해 만족감과 즐거움을 얻는다. 또한, 과거의 추억을 상기시키는 물건을 소비하는 레트로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유치한 장난감이나 먹거리를 즐기는 행동을 숨길 필요가 없어졌다. 이에 따라 SNS에 텐텐을 먹는 모습을 자랑하고, 어린 시절 기억을 공유하는 것은 어른들의 놀이가 됐다.

사진=한성주 기자
인기가 높아지자 일각에서는 부작용에 대한 걱정이 나왔다. ‘여성들은 월경 기간 텐텐을 먹으면 안 된다’는 우려가 SNS를 통해 확산했다. 제품 포장에 기재된 복용 시 주의사항 중 ‘이 약의 투여에 의하여 생리가 예정보다 빨라지거나 양이 점점 많아지거나, 출혈이 지속될 수 있다’는 내용이 주목을 받으면서다.

권장 사용량을 지키면 부작용 위험성은 낮다는 것이 한미약품 측 설명이다. 텐텐에 함유된 비타민 E는 월경주기에 관여하는 성분 프로게스테론과 구조가 비슷하다. 따라서 비타민 E를 장기간 과다 복용하면 월경주기가 변할 수 있다. 다만, 텐텐에 포함된 비타민 E는 월경주기에 문제를 일으키지 못할 정도로 소량이다.

텐텐의 권장 사용량은 만 36개월 이상~만 8세 미만 1일 2회·1회 1정, 만 8세 이상 1일 2회·1회 2정이다. 부모님의 감시가 없더라도 어른에게 허락된 텐텐은 하루 4정이다.

아울러 장기간 텐텐을 즐기고 싶은 어른들에게는 전문가 상담이 권장된다. 김예지 대한약사회 여약사이사는 텐텐에 지용성·수용성 비타민이 모두 들어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몸에 축적되는 지용성 비타민과 배설되는 수용성 비타민은 인체에 각각 다른 영향을 미친다. 김 약사는 특정 비타민을 장기간 복용하면 개인의 신장 기능, 간 용적, 연령 등에 따라 몸에 무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개인이 기존에 복용해온 약들과 상호작용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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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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