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집주인·정부·서울시가 외면한 청년들…대학가 방쪼개기 ‘만연’

원룸으로 포장된 불법증축·개축 불법거축물 활개
위반건축물 알리지 않아...세입자, 불법 노출
세입자 살고 있어 철거 어려운 상태
단속 인원 늘이고 위반 적발 시 처벌 강화해야

기사승인 2020-10-20 06:4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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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집주인·정부·서울시가 외면한 청년들…대학가 방쪼개기 ‘만연’
▲사진=대학가 주변 방쪼개기를 한 2~3평형대 원룸. 사진=쿠키뉴스DB
[쿠키뉴스] 안세진 기자 =#“집이 필로티 구조거든요. 집 문을 열다 보면 문이 안 열릴 때가 있어요. 경사가 져 가지고. (중략) 한참 지진이 발생했을 때 굉장히 불안하더라구요. 기울고 있다는 증거들이 나오니까. 위에 증축을 해가지고.” (33세 남성, 취업준비생)

#“지금 (방이) 2.5평이니까 (손으로 주먹을 쥐며) 주방이 진짜 이만해요. 인덕션 꺼내고 하면 도마 둘 곳이 없어요. 방바닥에서 해 먹어야하는데 그렇게 해 먹고 싶지는 않고.” (37세 여성, 직장인)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대학가 원룸 등에서 방쪼개기와 같은 ‘불법건축물’이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시민단체와 국회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위반건축물 피해자 구제 및 사전 대처요령 안내 등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방쪼개기는 임대료를 늘리기 위해 건축허가를 받은 후, 세대수를 늘리는 위반건축물의 한 형태다. 방의 규모가 작고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낮아 주로 대학가 등에서 청년들이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시가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장경태 의원실(더불어민주당)에 제출한 ‘위반건축물 및 방쪼개기 현황’에 따르면 방쪼개기 시정율은 해마다 줄어 올해 8월 기준 2.39%다. 연도별로는 ▲2016년 11.0% ▲2017년 9.0% ▲2018년 7.1% ▲2019년 6.0% 순이다. 

시정율이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위반건축물이 줄었다고 볼 수도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서울시 자치구별 현황을 보면 철거되지 않은 기존 건수와 신규 적발 건수를 합쳤을 때 ▲동작구 105건 ▲노원구 81건 ▲관악구 77건 ▲서대문구 74건 ▲송파구 70건순으로 여전히 높은 적발건수를 보였다.

실태를 파악해보기 위해 청년 주거 시민단체 민달팽이유니온과 장경태 의원실은 지난 9월 관악구 대학동을 방문했다. 이날 이들은 직거래와 중개거래 2가지 방식으로 총 10곳의 건물을 조사했다.

조사가 진행된 총 10곳 중 2곳은 건축물대장상 ‘위반건축물’ 표시가 있었다. 각 2010년, 2011년에 위반건축물 판정을 받았으나 지금까지 복구가 진행되지 않은 채로 있었다. 건축물 용도 역시 모두 원룸 임대업으로 사용할 수 없는 제2종근린생활시설(소매점·고시원·사무소·주차장)에 해당했다.

또다른 2곳은 지난 2007년 위반건축물 표기가 해제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법증축·개축된 채 방쪼개기로 임대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남은 6곳은 아직까지 적발된 적은 없으나 위반건축물에 해당하는 시설이었다. 노유자시설, 사무소, 점포, 다중주택 등이 원룸 임대업에 사용되고 있었다.

장경태 의원과 민달팽이유니온은 위반건축물에 노출된 세입자들의 권리 보장 및 구제를 강력 촉구했다. 실제 민달팽이유니온 측은 실태조사 중 불법건축물을 소유한 집주인에게 옥탑방에 호수 명패가 붙어 있지 않아 전입신고가 가능한지를 물었으나, 돌아온 대답은 ‘00호로 가능하다’는 말 뿐 불법건축물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전했다.

장 의원은 “많은 위반건축물이 양지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며 “세입자들이 위반건축물인지 모르고 입주하는 이유 중 하나는 ‘위반건축’인 줄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겉보기에 멀쩡해 보인다며 임대인도, 중개인도, 건축물대장도 누구 하나 위반건축물임을 알리지 않고 있다. 모르면 당하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알려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위반 적발 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현재 정부는 불법건축물 적발에 한해 해당 건축물 소유자 등에게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 있다. 이행강제금이란 불법건축물에 대한 행정청의 시정명령을 기간 내 이행하지 않은 건축주 등에게 금전을 부과해 시정을 강제하는 제도를 말한다.

하지만 제대로 시정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장 의원실에 따르면 서울시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해도 현재 세입자가 살고 있기 때문에 철거가 어려운 상태라고 설명했다. 국토부 또한 임대인들이 이행강제금을 세금을 낼 것으로 생각하고 부과한다고 밝혔다.

점검 인력 충원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장 의원은 “지자체별로 1년에 4회, 3~5명이 위반건축물 정기점검을 시행하고 있어 단속 인력이 부족한 것도 단속과 시정이 잘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ktae9@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