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치료까지 산정특례?…대형병원 쏠림 이유 있었네  

중증환자 경증진료에 특례 적용, ‘의원급’ 본인부담금이 더 높아 

기사승인 2020-10-30 04:4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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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 치료까지 산정특례?…대형병원 쏠림 이유 있었네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상급종합병원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산정특례를 받는 중증질환자가 경증질환까지 대형병원에서 받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의료전달체계 개편에 나선 정부도 이를 인지하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방안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산정특례(본인일부부담금 산정특례 제도)란 진료비 부담이 큰 중증질환인 암, 희귀질환, 중증난치질환, 중증치매, 결핵, 심뇌혈관질환, 중증화상 등에 대해 환자가 부담하는 진료비를 경감하는 제도다. 특례 적용기간 동안 본인부담금을 5~10%로 줄여주기 때문에 많은 중증환자가 경제적 부담을 덜게 됐다. 

특히 중증질환으로 인해 합병증 등이 발생할 경우 동반질환에도 특례를 적용할 수 있는데, 문제는 이를 이용해 대형병원에서 경증진료를 받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의료법상 산정특례 적용 질환과 관련되지 않은 동반상병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본인부담금이 발생하고, 중증환자라도 상급종합병원에서 경증진료를 받는다면 최대 100%(이달부터 기존 60%에서 확대)의 본인부담금이 발생한다. 하지만 산정특례를 적용받게 되면 오히려 1차 의료기관에서 경증진료를 받았을 때 진료비가 더 많이 나올 수 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이를 테면 암환자는 암 때문에 산정특례를 받지만 해당 병원에서 고혈압 등 다른 치료를 받는 경우 이를 암과 함께 묶어서 5% 본인부담이 적용되게 하는 식이다”라면서 “의료전달체계상으로 경증치료는 동네의원으로 가야 하지만, 오히려 외래 본인부담금 30%가 발생하기 때문에 진료를 받던 대형병원에서 치료하는 게 더 싸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대형병원에서 동반질환에 대한 진료비를 받아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의사와 환자 사이에서 갑자기 (경증질환이라고) 돈을 추가로 내야 한다고 말하기도 어렵고, 실제 임상적으로도 산정특례 대상 질환으로부터 발생한 질환인지 아닌지를 구분하기도 어려워 의사 재량에 맡길 수밖에 없다”며 “또 처음부터 경증질환 때문에 큰 병원을 가진 않았을 거고 중증질환이 의심돼서 갔을 것이기 때문에 사후에 불법 행위를 조사해서 불이익을 주는 것도 어렵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상급종합병원에서 외래진료를 받을 경우 전액 본인부담금이 발생하는 경증질환은 당뇨병이나 고혈압, 결막염, 비염, 감기, 피부질환, 일부 소화기질환 등 100개인데, 항암치료의 부작용으로 감기나 설사질환 등의 증상이 흔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질환 연관성을 구분하기 쉽지 않다. 또 환자들이 추가 진료비나 다른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는 것에 부담감을 호소하거나, 되려 1차 의료기관에서 위험 부담을 이유로 환자를 받지 않아 다시 대형병원을 찾는 일이 비일비재한 상황이다.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암 진료를 받던 환자가 다른 질병이 생겨서 동네의원을 갔다 다시 오는 케이스가 많다”면서 “적극적 치료를 끝낸 상태라고 해도 항암치료 등으로 인한 여러 부작용을 우려해 다시 돌려보내는 것이다. 경증진료를 1차의료에서 하는 게 맞지만 선뜻 암환자를 봐주겠다는 사람도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산정특례 제도가 본래 취지에 맞지 않게 적용되고 있는 상황을 인지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중규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산정특례 제도의 원래 취지는 암이면 암, 희귀질환이면 희귀질환에 대해 진료비를 줄여주는 거지만 사실 산정특례 질환으로 인해 당뇨나 고혈압이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의료진이 주진단명을 특례 적용 질환으로 청구하면 이를 구분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과장은 “원 취지에 맞지 않게 제도가 적용되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질환을 구분하는 게 간단하지 않고, 심사에서 잡아내기도 쉽지 않아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라면서 “현재 대형병원의 책임감을 높이는 방향으로 의료전달체계를 개편하고 있다. 큰 병원이 환자를 설득해야 1차 의료기관으로 가기 때문에 의료회송수가를 높이고 경증환자 비율을 낮추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 교수는 “동반질환에 대해 산정특례 적용을 못하도록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suin92710@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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