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드컵] '월즈 챔피언' 담원, LCK 전체의 노력이 모인 쾌거

기사승인 2020-11-01 08:5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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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드컵] '월즈 챔피언' 담원, LCK 전체의 노력이 모인 쾌거
사진=라이엇 게임즈 제공


[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농구 만화 '슬램덩크'에는 이러한 장면이 나온다. 작중 '정대만'과 함께 북산고교 농구부에서 패악질을 부리던 '철이'는 '신오일'과 '정병욱'을 구타한다. 이후 분노한 '강백호'는 철이를 참교육하며 이같은 말을 한다.

"이것은 오일이의 몫, 이것은 병욱이의 몫."

담원 게이밍은 31일(한국시간) 중국 상하이 푸동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리그오브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에서 쑤닝 게이밍(중국)을 세트 스코어 3대 1로 꺾고 ‘소환사의 컵’을 들어올렸다. 

우승을 목전에 둔 4세트 마지막, 담원 선수들은 올해 롤드컵에 출전한 젠지 E스포츠, DRX의 인장을 띄우며 승리를 자축했다. LCK 10구단 팬과 관계자들이 모두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담원의 우승 이후 T1, 젠지, DRX 등 LCK 구단도 진심어린 축하를 보냈다. 

경기가 끝난 후 진행된 방송 인터뷰에서 '너구리' 장하권은 "LCK가 다시 일어서는 시작점에 있어 매우 기쁘다"고 벅찬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어진 미디어 인터뷰에서 '제파' 이재민 감독은 “LCK는 앞으로도 더 강해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쇼메이커' 허수 역시 "이번 우승으로 LCK 팀들이 자신감을 얻을 것 같다며"며 "내년에도 LCK가 롤드컵에서 우승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서머 스플릿부터 담원은 '어나더레벨'이라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발군의 경기력을 보여주며 '1황'으로 부상했다. 후반 높은 기대치를 바탕으로 최대한 성장 시간을 벌며 소위 '눞는' 메타가 주류였던 스프링과 달리 서머 스플릿 들어서는 초반 교전의 중요성이 높아진 메타가 도래한 것이다.

변화의 시작은 지난 6월 미드시즌컵(MSC) 참패 이후였다. 당시 LPL(중국) 참가팀이었던 탑 E스포츠(TES), 징동게이밍(JDG), 펀플러스 피닉스(FPX), 인빅투스 게이밍(IG)는 빠른 속도로 스노우볼을 굴리고, 교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LCK 대표로 출전한 T1, 젠지, DRX, 담원 역시 LPL팀의 변화무쌍한 플레이에 혼이 빠진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가장 먼저 변화한 것은 담원이었다. 스프링 스플릿과 비교해 괄목상대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준 담원의 각성은 LCK내에도 적지않은 파급효과를 가져왔다. 상하위권을 나눌 것 없이 싸움을 회피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돈된 한타가 아닌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LPL식 난전도 자주 등장했다.

이같은 흐름은 지표상에서도 드러난다. 올해 스프링 스플릿 평균 경기시간은 33분 38초이며 게임당 평균 22킬이 나왔다. 서머 스플릿의 경우 평균 경기시간이 2분가량 단축됐다. 반면 게임당 킬 수는 오히려 2킬이나 늘었다. LCK 리그 자체가 교전을 피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메타를 제일 확실하게 이해하고 담원이다. 하지만 만약 서머 스프링 당시 대다수의 LCK팀이 변화를 거부하고 기존의 방식을 고집하려 했다면, 담원 역시 지금같은 교전 판단력과 전투력을 키우기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팀 다이나믹스의 탑 라이너 '리치' 이재원은 "lck에서 탱커가 안 나오는 이유는 담원의 존재감이 너무 크다"며 "탱커를 뽑으면 뚫어버리기 때문에 그나마 칼챔으로 맞서는게 낫다"고 밝힌 바 있다. 결과적으로 이번 롤드컵에 진출한 젠지의 '라스칼' 김광희, DRX의 '도란' 최현준 역시 기존보다 더욱 발전한 모습을 보이며 '너구리 수련법'이 어느정도 일리가 있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2017년 롤드컵 우승 이후 LCK는 2년 연속으로 결승 진출에 실패하며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누군가는 LCK를 '한물간 리그'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LPL과 LEC(유럽)의 부상에도 어쩔 수 없이 숨죽여야 했다. 하지만 2년 동안 LCK는 패배 속에서 배우고, 왕좌 탈환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2020 월즈 챔피언' 담원은 LCK 전체의 노력이 모여 만들어진 쾌거다.

sh04khk@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