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부자 꿈꿨는데, 현실은 빚 독촉만”…20대 투자수익률 마이너스

“주식부자 꿈꿨는데, 현실은 빚 독촉만”…20대 투자수익률 마이너스

기사승인 2020-11-12 0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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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부자 꿈꿨는데, 현실은 빚 독촉만”…20대 투자수익률 마이너스
그래픽= 윤기만 에디터

[쿠키뉴스] 지영의 기자 = “월급만으로는 항상 제자리걸음이에요. 적금 들어서는 평생 신세 고치기 어려울거 같고. 10원어치라도 나아져 보려고 주식 투자를 시작했는데 통장 잔고가 10원이네요?”

직장인 강모씨(28·여)는 주식투자 동기를 묻는 질문에 한숨부터 쉬었다. 강씨는 지난 2월 중순에 처음으로 주식계좌를 개설하고 투자를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높은 증시 변동성 속에 누구나 수익을 냈다는 지난 3월. 강씨도 이때는 주식투자로 수익을 냈다. 지난 상반기 강씨의 평균 수익율은 20%대에 달했다. 그러나 하반기로 들어서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수익률이 점점 떨어지고 상반기에 벌었던 돈도 대부분 잃었다.

그는 “주식 투자가 너무 어렵다. 주식 관련 책을 사서 밴드 보는 법 정도만 익혔는데 아직 모르는 것 투성이”라며 “요즘 다른 20대들은 어떻게 투자하고, 주식으로 돈은 벌고 있긴 한건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과연 다른 20대들은 수익을 내고 있을까. 현실적인 대답은 ‘아니오’다. 올해 국내 주식시장에 처음 뛰어든 20대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0대 투자자들은 대체로 취업 문턱을 넘어선 지 얼마 되지 않은 이들이 많다. 사회초년생의 적은 월급. 수중에 모아둔 돈도 적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주식투자자 중에서 20대가 가장 공격적으로 대출을 늘리고 있다. 투자시장 일각에서는 이들의 공격적인 ‘빚투(빚내서 투자)’를 보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주식부자 꿈꿨는데, 현실은 빚 독촉만”…20대 투자수익률 마이너스
그래픽= 윤기만 에디터 / 자료= 국내 대형 증권사 데이터 취합


“어서와 주식은 처음이지”…주식시장에 대거 뛰어든 20대, 마이너스 수익률에 ‘쓴맛’


12일 쿠키뉴스가 국내 대형 증권사의 연령별 고객 데이터를 취합해 분석한 결과 전 연령대에서 20대 주식투자자의 증가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전체 고객 중 20대 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증권사별로 전년 대비 평균 3~5% 안팎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데이터 제공 증권사 중 기존에 40대와 50대 고객 비중이 가장 높았던 한 대형사의 경우 올해 20대 주식계좌 증가율이 141%에 달했다.

“주식부자 꿈꿨는데, 현실은 빚 독촉만”…20대 투자수익률 마이너스
그래픽= 윤기만 에디터 / 자료= 국내 대형 증권사 데이터 취합


다만 증시에 대거 유입된 20대 투자자는 대체로 손실 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월부터 지난 10월 말까지 20대 투자자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 0.55%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기간 평균 수익률 3.26% 대비 악화된 수치다. 투자자 수익률 순위를 따져보면 40대(17.1%)가 가장 양호했고 60대(4.35%), 30대(1.74%), 20대(-0.55%), 50대(-7%) 순이었다. 




“주식을 빼앗겼다”…20대의 거침없는 대출과 불안한 하락세, 그리고 반대매매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는 안모씨(29)는 투자 성과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조용히 스마트폰을 꺼내 증권사에서 온 문자 메시지 기록을 보여줬다. 김씨의 문자메시지함에는 증권사에서 자동으로 발송된 ‘담보부족’ 경고 메시지가 수두룩했다.

증권사는 고객이 대출을 받아 주식을 매수할 경우, 고객 보유 자금에서 일정 비율의 담보(증거금)를 잡는다. 매수 종목의 주가가 매수가보다 일정 비율 이상 떨어질 경우 투자자는 마진콜(추가 증거금 납부 요구) 청구를 받는다. 여기 제때 응하지 못하면 증권사 시스템에서 자동적으로 해당 종목을 매도해버리고, 그대로 투자 손실이 확정된다.

김씨가 받은 마지막 메시지는 지난달 28일. 지난 9월부터 담보 부족 금액을 채워넣기를 반복하며 주가가 오르길 기다리던 김씨는 결국 반대매매를 당하고 말았다. 친구에게 돈을 빌려 입금하려고 미루다가 깜박해서 기한을 넘겨버린 게 문제였다.

김씨는 “주변 형들이 증권사 신용융자는 간단하다면서 쉽게 대출 받아서 주식 사길래, 일반 은행 대출처럼 까다롭지도 않고 해서 편하게 빌렸다”며 “그런데 분에 안 맞는 대출 때문에 자금 손실이 더 커져서 후회스럽다. 남은 건 갚아야 할 빚”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씨는 주식투자를 그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출도 또 이용할 계획이다. 투자금액을 늘려 한 번에 고수익을 내야 그동안의 손실금을 만회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주식부자 꿈꿨는데, 현실은 빚 독촉만”…20대 투자수익률 마이너스
그래픽=윤기만 에디터 / 자료= 금융감독원 제공

김씨처럼 생각하고 투자하는 20대 투자자들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신규 투자자 중에서 30대 미만이 가장 공격적으로 대출을 늘린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30대 미만 연령층의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해 말 1600억원에서 지난 9월15일 기준 4200억원으로 162.5% 폭증했다. 같은 기간 전체 연령 평균 증가율인 89.1%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금융권에서 젊은 투자자들의 빚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자본시장연구원 황세운 연구위원은 “신규 투자자들의 상당수가 주식시장 입문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고수익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으로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매우 공격적인 투자행태를 보이고 있다보니 수익이 아니라 손실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준비되지 않은 투자는 결국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는 점을 반드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투자에 대한 공부를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 시장, 산업, 종목에 대한 정보수집과 평가를 꾸준히 연습하는 자세가 필요하고, 기대수익률도 현실적으로 설정하는 자세가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조언했다.

ysyu1015@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