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더니] "내 스윙폼이 게임에?"...컴투스 모션캡처면 '풍선타법'도 OK

기사승인 2020-11-17 06:11:02
- + 인쇄
[가봤더니]
▲ 컴투스 모션캡처 스튜디오를 방문한 쿠키뉴스 게임&스포츠팀. 사진=김찬홍 기자


[쿠키뉴스] 강한결, 문대찬 기자 = 지난 9월 컴투스는 야구게임 IP(지식재산권)의 리얼리티를 높일 첨단 모션 캡처 스튜디오를 사내에 구축했다. 모션 캡처는 게임 내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움직임과 동작을 실제 상황에 기반해 구현하는 기술이다. '컴투스 프로야구 시리즈(컴프야)', 'MLB 9이닝스 시리즈'에 발전된 모션 캡처 기술을 적용해 자사 스포츠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10일 쿠키뉴스 게임&스포츠팀 기자들은 컴투스 본사를 방문해 ‘모션 캡처 스튜디오’의 촬영 장면을 직접 관람하고, 모션캡처 슈트를 입은 뒤 체험을 진행했다. 또한 현장에 있던 유경종 연출 팀장, 김지호 사원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도 가졌다.

스튜디오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띈 건 천장 부근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설치된 28대의 광학식 카메라였다.

[가봤더니]
▲ 컴투스는 모션캡처 스튜디오에 광학식 카메라가 28대을 설치했다. 사진=김찬홍 기자


컴투스는 이번에 광학식 카메라를 이용한 모션 캡처 기술을 도입했다. 캐릭터의 섬세한 움직임을 잡아 내기 위해 대상에 광학식 마커를 부착하는 방식이다. 이는 현재까지 나온 모션 캡처 형태 중 가장 정교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자기식이나 기계식 모션 캡처에 비해 촬영 환경에 제약이 적은 편이다.

기존에 사용하던 관성식 모션 캡처는 가속도 센서, 자이로 센서가 조합된 관성 센서로 신체의 관절 및 주요 부위에 부착된 전용 슈트를 통해 캡처 대상의 움직임, 회전, 방향을 읽어내는 방식이다. 다만 광학식에 비해 정확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며, 자이로 센서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캡처 시간이 길어질수록 오차 범위가 넓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와 같은 독립적인 모션캡처 스튜디오를 제작한 계기에 대해 유경종 팀장은 "기존 방식의 경우 촬영 인원에 제한이 있어 1인 촬영 이외에는 불가능했다"며 "이번에 광학식 장비를 도입한 뒤에는 다중 촬영이 가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독립 스튜디오가 생기면서 일정의 제약이 해소됐고, 더욱 심도 깊은 리얼한 촬영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유 팀장은 "최대 10명이 함께 촬영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특히 이닝 교체, 투수 교체, 승리 연출, 대기 타석 등 여럿이 모여 진행되는 연출장면 촬영에 용이하다"고 덧붙였다.

[가봤더니]
▲ 호쾌한 타격폼을 선보인 김지호 사원. 사진=김찬홍 기자


스튜디오 한켠에선 김지호 사원이 마커가 부착된 전용 슈트를 입은 채 타격 동작 촬영에 열중이었다.

김지호 사원은 2009년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한 이후 NC 다이노스를 거치며 포수로 활약했고, 은퇴 후엔 스포츠 캐스터로 활동했다. 현재는 컴투스 소속 '컴프야' 모션 캡처 담당 직원으로 근무 중이다. 호쾌한 타격 동작도 물론이지만 스윙 이후의 루틴과 감정선에 집중하는 등 디테일적인 요소를 챙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연출팀 내부에서는 김지호 사원을 '액터'라고 칭한다. 야구선수들의 모습을 묘사하는 것을 굳이 배우라고 표현하는 것에 대해 잠시나마 의아함이 들었지만,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난 뒤엔 고개가 끄덕여졌다. 김지호 사원은 "컴투스 측에서 처음에 '액터'라는 표현을 쓰길래 의아한 부분이 있었지만, 실제로 해보니 이같은 표현을 한 이유를 알겠다"며 "야구 공을 던지고 배트 돌리는 것은 선수 시절 수없이 했기에 문제는 없었는데, 세레모니와 같이 외적인 부분이 의외로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션 캡처 안에서 감정을 넣어서 해야 되는 것들이 되게 많은데,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다만 초창기에는 이런 부분을 연기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며 "예를 들어 타격 후 소리를 지르는 등 무의식적으로 하는 동작을 모션 연기를 통해 의식적으로 해야하는 부분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컴프야' 전담 액터라는 타이틀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얘기한 김지호 사원은 "모션 캡처 액터는 전문성을 갖고 있으면 좋다"고 웃으며 말했다. 

유 팀장은 "애니메이션의 어원은 생명을 창조한다는 의미, 즉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라며 "매번 모션 캡처 촬영 때마다 어떻게 하면 캐릭터의 감정을 더욱더 리얼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연출팀"이라고 설명했다.

[가봤더니]
▲ 강한결 기자의 슈트에 마커를 붙여주는 문대찬 기자. 사진=김찬홍 기자


정기 모션 촬영 일정이 끝난 뒤 쿠키뉴스 기자들도 모션 캡처 체험에 나섰다. 문대찬 기자는 스몰 사이즈, 강한결 기자는 미들 사이즈의 슈트를 입었다. 유경종 연출 팀장은 "슈트 자체가 조금 조일 수 있는데, 몸과 최대한 밀착돼야 정확도 높은 촬영이 가능하다"고 귀뜸했다.   

[가봤더니]
▲ 슈트를 착용한 강한결·문대찬 기자. 사진=김찬홍 기자


슈트가 생각 이상으로 타이트해 착용하는 데도 상당히 애를 먹었다. 체형도 적나라하게 드러난 탓에 민망함에 가슴을 펴고 서 있기 힘들었다. 쭈뼛거리며 서 있는 기자들에게 관계자들이 다가와 마무리 작업을 해줬다. 이후에는 30개 이상의 마커를 부착했는데, 가슴·어깨·골반·무릎 등 관절 부분에 정확하게 위치해야 움직임을 정확하게 감지할 수 있다고 했다. 컴투스 측의 설명을 듣고 두 기자는 서로의 슈트에 마커를 직접 붙여줬다.

[가봤더니]
▲ 프로야구 선수 출신 김지호 사원의 깔끔한 투구폼. 사진=김찬홍 기자


모자와 신발, 장갑까지 착용한 이후 본격적인 체험을 시작했다. 먼저 사회인 야구 경력이 있는 강한결 기자가 방망이를 힘차게 돌렸다. 말도 안되는 어설픈 스윙이었지만, 김지호 사원은 "그래도 사회인 야구를 하셔서 그런지 어느정도 폼이 나오는 것 같다"는 선의의 거짓말로 강 기자를 격려했다. 

몇 차례 배트를 돌려본 강한결 기자는 "선수들이 쓰는 배트를 직접 써보니 너무 미끄러워 손에서 빠질 것 같다"며 "생각보다 정말 어렵고, 멋지게 해보려 했는데 카메라로 배트가 날아갈까봐 사실 조금 걱정이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유경종 팀장은 이에 대해 "아직까지 장비와 관련된 문제는 없지만, 실제로 제일 걱정되는 부분이 공을 던지거나 '빠던(배트플립)'을 할 때 카메라 쪽으로 날아가는 것"이라며 "촬영 시에도 조심은 하지만, 배트가 어디로 날아갈지 모르기에 보통 플라스틱 배트를 사용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가봤더니]
▲ 겉멋이 잔뜩 들어간 강한결 기자의 투구폼. 사진=김찬홍 기자


막간의 휴식을 이용해 두 기자는 투구 동작을 체험하면서 구속 체크도 진행했다. 언더핸드로 투구한 문대찬 기자의 구속은 75km/h. 강한결 기자는 오버핸드 투구폼으로 90km/h를 기록했다. 문 기자는 "제구를 신경써서 구속이 저렇게 나온 것이고, (강한결 기자는) 땅으로 패대기를 쳤기에 구속에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강 기자는 "구속 체크에 제구는 필요없고, 빠르면 그만"이라고 항변했다.

어느정도 몸을 푼 뒤, 본격적인 게임영상 촬영도 진행했다. 강 기자는 타자로 타석에 들어섰고, 문 기자는 포수석에 앉았다. 두 사람은 타석에서 포수와 타자가 이야기를 나눈 뒤 스윙이 진행되는 장면을 연출하기로 했다. 투구는 김지호 사원에게 도움을 받았다.

문 기자는 몸을 날리는 블로킹으로 바운드 볼을 완벽히 막아냈다. 반면 강 기자는 '무근본 타격'을 선보였다. 홈플레이트를 두 번 치고 양준혁의 '만세타법'을 흉내냈지만, 결과는 바운드볼에 삼진이었다. 스윙 이후 배트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풍선인형' 같은 모습을 보여준 것이 백미였다. 

[가봤더니]
▲ 강한결 기자의 '풍선인형' 스윙. 영상=컴투스 제공


강 기자는 "양준혁 선수와 박석민 선수가 헛스윙을 한 뒤 움직임을 시도해 본 것"이라고 궁색한 변명을 남겼지만, 마음씨 좋은 컴투스 연출팀은 "생동감 있는 액션이 나온다"며 "너무 정적인 것보다는 동적인 움직임이 오히려 낫다"고 말했다. 

'컴프야 2020' 인게임 그래픽으로 변환된 영상은 제법 그럴듯했다. 블로킹을 하느라 빠르게 움직인 문 기자의 움직임도 캐치됐고 발을 동동 구르는, 강 기자 특유의 타격 버릇까지 고스란히 담겼다. 강 기자의 스윙폼을 게임 내 선수에 합성한 모습을 확인한 문 기자는 "헛스윙 후 발을 동동 구른 것이 신의 한 수가 됐다"며 "앞선 루틴이 프로선수처럼 디테일했던 것이 주효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가봤더니]
▲ 강한결 기자의 폼을 모션 캡처와 인게임 그래픽으로 적용한 모습. 영상=컴투스 제공


타격폼이 고스란히 게임 내로 옮겨지는 것을 확인하니, 양준혁·박석민 등 자신만의 시그니처 타격폼을 게임에 이식하는 과정이 궁금해졌다. 실제로 '컴프야'는 모바일 야구게임 최초로 선수 고유의 투구·타격 폼을 구현하며 게이머들의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특정 선수의 모습을 완벽히 구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 

특별한 애로사항은 없냐는 질문에 김지호 사원은 "사실 야구를 정말 사랑하는 게이머분들께서 강하게 피드백을 주시는 경우도 있다"며 "그렇기에 선수들을 따라하는 것을 넘어 정말로 레퍼런스 영상을 똑같이 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김 사원은 "예를 들어 박한이, 박석민 선수 같은 경우 누구나 봐도 알 수 있는 폼은 말그대로 복사 후 붙여넣기를 한다는 심정으로 촬영에 임한다"며 "뚜렷한 폼이 없는 선수들의 경우 최대한 느낌을 살리려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가봤더니]
▲ 모션 캡처가 끝난 뒤 질문에 답하고 있는 김지호 사원·유경종 연출팀장. 사진=김찬홍 기자


그렇다면 이러한 모션캡처 기술을 다른 게임에도 적용할 수 없을까.

최근 PC와 콘솔뿐 아니라 스마트폰의 성능도 급격히 향상되면서 모바일 게임의 그래픽도 정교해지고 있는 추세다. 그렇기에 게임사 역시 게이머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실사에 가까운 그래픽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 컴투스 연출팀 역시 이같은 의견에 동의했다. 

유경종 팀장은 "모바일 게임 같은 경우 타격감과 액션감이 중요한데, 모션캡처를 통해 이모션을 표현하는데 많이 사용되고 있다"며 "감정 표현, 춤과 같은 요소에 모션 캡쳐를 활용한다면 더욱 생동감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h04khk@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