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끊임없는 러브콜 신라젠, 국내서는 찬밥신세

기사승인 2020-11-19 05: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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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끊임없는 러브콜 신라젠, 국내서는 찬밥신세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신라젠의 소액주주들이 집회를 열고 신라젠의 거래 재개를 촉구하고 있다. 바이오기업 신라젠은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올라 코스닥에서 7개월째 거래 정지 상태에 있다. 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 ‘밖에서는 잘나가는 가장이 정작 집에서는 온갖 구박에 시달린다’ 국내 바이오기업 신라젠의 처지가 이렇다. 최근 호주 정부가 투자하는 전립선암 연구 프로젝트에 신라젠이 개발 중인 항암바이러스 ‘펙사벡’이 임상 약물로 지정됐다고 알려졌다. 외국 정부와 기관에서 인정받은 유의미한 이벤트지만 정작 주가 변동은 없었다. 현재 신라젠은 주식 거래정지 중이며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적격 실질심사를 받고 있는 처지기 때문이다.

신라젠은 국내에서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게 덧 씌어진 상황이다. 한때 국내 바이오 업계의 선두주자이자 신드롬을 일으킨 장본인이지만 작년 8월 간암 임상 3상 실패를 기점으로 브레이크 없는 이미지 추락을 경험했다. 특히 지난 6월 검찰 조사 결과 무혐의로 밝혀진 전 대표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매도 혐의와 정치권 연루설은 치명타였다.

그런데 최근 신라젠의 행보를 보면 외국에서는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최근 호주 사례 직전에도 프랑스 국립암연구소에서 신라젠의 펙사벡을 면역항암제 바벤시오와 병용하는 임상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바벤시오는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와 머크가 공동 개발한 약물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기술을 자랑하는 프랑스 국책기관이 신라젠의 약물과 글로벌 제약사의 약물을 함께 연구한다는 소식이다. 호주, 프랑스뿐만 아니라 이미 미국 국립암연구소는 펙사벡과 면역항암제 임핀지를 병용하는 임상 연구를 수행 중이다. 임핀지 역시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약물이다. 또한 지난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펙사벡을 흑색종 대상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했다.

비단 국가기관뿐만 아니다. 신라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미국 대통령에게 약물을 공급한 리제네론의 아시아 유일의 공식 파트너다. 리제네론은 연 매출 10조원, 시가총액(나스닥) 70조원의 글로벌 제약사다. 현재 신라젠과 리제네론은 신장암을 대상으로 공동 임상을 미국, 호주, 한국에서 진행 중이다.

선진국의 국가기관과 글로벌 제약사가 러브콜을 보내는 신라젠에 대해 국내에서는 가혹한 비난을 보낸다. 작년 간암 임상을 실패하면서 펙사벡에 대한 의문부호가 끊이지 않았다. 사실 항암제는 공략할 수 있는 암종이 수십 가지에 달하며 그중 특정 암종에서 임상 실패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특히나 간암은 신라젠의 임상 실패 발표 직전 세계 1,2위 매출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옵디보도 임상에 실패했다. 하지만 국내 일반 국민들은 이런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리고 작년 10월 여의도를 중심으로 돌았던 신라젠과 여권 인사의 유착을 다룬 일명 지라시는 일부 보수 유튜버에 의해 확대 생산됐고 기업 이미지에 치명상을 줬다. 하지만 이 역시 10개월에 걸쳐 이어진 검찰 조사에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졌다. 문은상 전 대표가 임상 실패 이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도했다는 혐의 또한 검찰 조사 결과 무혐의로 밝혀졌다. 

신라젠이 임상 실패를 미국으로부터 통보받은 시점은 2019년 8월인 반면, 문 전 대표가 주식을 매도한 시점은 2017년 12월 31일부터 2018년 1월3일 까지다. 즉 20개월이나 차이가 난다. 문 전 대표는 참고로 2017년 12월 국세청으로부터 거액의 세금을 추징당했다. 시점을 고려하면 미공개정보이용에 대한 무혐의는 당연한 결과였다. 또한 문 전 대표가 주가 최고점에서 주식을 매도했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문 전대표는 2018년 1월 초 주당 8만원대에 매도했고 오히려 2개월 지난 같은 해 3월에는 주가가 장중 13만원을 상회했다. 

이처럼 사실과 아닌 내용으로 신라젠은 국내에서 과도한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본지 취재에 응한 신라젠 개인투자자는 “지금 신라젠 주주들 입장에서는 외국에서 들려오는 신라젠의 호재들이 반갑기보다는 매우 억울하고 분통이 터진다. 한국거래소가 지난 8월 심의를 속개하지 않고 거래를 재개 시켜줬다면 손실을 어느 정도 복구했을 개연성이 높았다”라고 현재의 심정을 토로했다. 지난달 31일 방송된 SBS 창사30주년 특집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신라젠 주주 단체 대표는 한국거래소가 신라젠의 거래 재개를 미루고 있는 이유가 내년 3월까지 발이 묶여 있는 공매도 세력을 보호하려는 의도라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도 “국내 기관이나 기업들은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신라젠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외국 기관이나 기업들이 신라젠의 펙사벡을 선택하고 손을 잡는 이유를 곱씹어 봐야한다”고 현 상황을 냉정히 바라볼 것을 주문했다.
juny@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