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시행 일주일을 맞았다. 정부는 처벌이 아닌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목적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자영업자는 과태료 부담에 마스크 착용 안내에 잘 따라주지 않는 손님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어 제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는 지난 13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실내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 시설에서 마스크 미착용 시 당사자는 횟수에 상관없이 1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 이용자에게 마스크 착용 의무 등을 안내하지 않은 관리자나 운영자는 1차 위반 시 150만원, 2차 이상 위반 시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 시설에는 클럽과 헌팅포차 등 유흥시설 5종과 노래연습장, 식당, 카페, PC방, 결혼식장, 장례식장, 교습소를 포함한 학원, 영화관, 마트와 백화점 등이 포함됐다.
시행 일주일을 맞은 20일. 마스크 착용은 제대로 지켜지고 있을까.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는 사흘 연속 300명대를 기록했다. 정부는 3차 유행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공식 인정했다. 그러나 긴장의 끈은 다소 누그러진 듯 했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 시행으로 식당과 카페에서는 음식을 먹을 때 빼고는 마스크 착용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날 서울 은평구와 종로구 카페, 음식점에서는 손님들이 음료를 마시거나 식사 중이 아님에도 ‘턱스크’(턱에 걸친 마스크 착용)를 하거나 아예 마스크를 탁자에 내려놓은 채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가게 내부 곳곳에 ‘마스크 의무화’ 안내문이 곳곳에 붙어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아예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가게에 들어오는 손님, 실내에 들어오자 착용하고 있던 마스크를 벗는 이도 눈에 띄었다.
자영업자들은 자칫 과태료를 물어야 할 수도 있는데 마스크 착용 권고를 무시하는 일부 손님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은평구 소재 한 카페 업주 박모(30·여)씨는 “음료를 다 마신 뒤에는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안내하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다. 매번 말하기가 눈치 보이고 불편하다”면서 “코로나19로 가게 영업도 어려운데 한두푼도 아니고 300만원에 달하는 과태료 부과는 자영업자들에게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종로구에 있는 한 카페 관계자는 “마스크 착용을 안내해도 ‘좀 있다가 쓰겠다’고 미루거나, 아예 무시하는 손님들이 종종 있어 골치가 아프다”고 했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고충을 호소하는 업주가 잇따랐다. 한 업주는 “마스크 착용을 아무리 말해도 안 쓰는 분이 많아 테이블마다 안내문을 붙여놨다”면서 “말을 하면 좀 들어주셨으면 좋겠는데 일부 손님들 때문에 입만 아프고 스트레스가 더해졌다”고 토로했다.
다른 업주들도 “식사 전까지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안내문을 붙이고, 직접 가서 말도 하는데 고개만 끄덕이고 결국 착용을 안한다. 더 이상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가게 들어오자마자 마스크 벗길래 식사 전까지 착용 부탁드린다고 했더니 손님이 기분이 나쁘다며 일어나서 나갔다”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켰더니 손님을 코로나19 환자 취급한다는 말을 들었다” 등의 글을 올렸다.
마스크 착용 권고로 인한 불만은 폭언, 폭행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 13일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한 프랜차이즈 카페 매장에서는 40대 남성이 ‘마스크를 써달라’고 권유한 직원 4명에게 발길질을 하고 멱살을 잡는 등 폭행해 경찰에 넘겨졌다. 1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박진환 부장판사는 지난 9월18일 서울 종로구 한 편의점에 마스크를 미착용 상태로 들어가려다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출입할 수 없다”고 제지한 점장을 폭행한 40대 남성에게 징역 8월을 선고했다.
지자체는 마스크 미착용으로 인한 과태료 부과에 소극적인 실정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19일까지 마스크 적발 과태료가 부과된 건수는 ‘0건’이다. 서울시 안전총괄실 관계자는 “과태료가 부과된 건은 아직까지 한 건도 없다”면서 “다만 현장 계도건수는 2주마다 전체 자치구에서 취합을 하는데 다음주에나 나올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마스크 착용 의무화는 처벌 목적보다는 국민의 건강을 지키려는 목적이 우선”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종로구 한 음식점 아르바이트생 김모(21·여)씨는 “가게 앞에 ‘마스크 미착용 시 출입 불가’라고 붙여 놨는데도 마스크를 안 쓰고 가게에 들어오는 손님이 여전히 적지 않다”면서 “또 가게 내에 들어온 뒤에는 어차피 먹을 건데 꼭 써야 하냐고 불평하기도 한다. 이러다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건 아닌지 솔직히 무섭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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