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A, 팝스타에서 아티스트로 [K/DA 과몰입편②]

이준범 / 기사승인 : 2020-11-26 07: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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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라이엇 게임즈

[편집자 주] 현실과 가상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 속 캐릭터에서 탄생한 K/DA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가상 그룹이다. EP 앨범을 발표하고 팬들과 SNS로 소통하는 K/DA를 위해 팬들은 컴백을 기념하는 옥외 광고에 응원 메시지를 남기고 2차 창작물을 쏟아낸다. 게임과 대중문화, 현실과 허구의 경계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는 K/DA를 쿠키뉴스가 [과몰입편]과 [현실편]으로 나눠 다각도로 들여다봤다.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지난 8월 그룹 K/DA가 2년 만에 컴백했다. 2년 전 데뷔곡 ‘팝/스타스’(POP/STARS)를 불렀던 멤버(아리, 이블린, 아칼리, 카이사)가 그대로 나왔고 세라핀이 객원 멤버로 합류했다. 2년 전처럼 11월 초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서 오프닝 무대를 선보였다. 라이엇 게임즈 뮤직 레이블에서 음악 작업을 맡은 것도, 공개된 뮤직비디오가 큰 호응을 얻은 것도 2년 전 그대로였다. 이번에도 ‘롤드컵’ 결승전을 끝으로 K/DA는 다음을 기약할 것처럼 보였다.

‘롤드컵’이 막을 내린 후에도, K/DA의 활동은 끝나지 않았다. 지난 7일 싱글 ‘더 배디스트’(THE BADDEST)와 타이틀곡 ‘모어’(MORE) 등 총 5곡이 수록된 첫 EP 앨범 ‘올 아웃’(ALL OUT)이 발매됐다. 수록곡 ‘빌런’(VILLAIN)과 ‘드럼 고 덤’(DRUM GO DUM)의 콘셉트 영상이 유튜브에 차례로 공개됐고, K/DA의 공식 SNS는 매일 각종 영상과 이미지를 공개하며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 홈페이지에선 K/DA 멤버 개인별 코믹스가 공개됐고, 수록곡은 각 멤버의 개인곡으로 제작됐다. K/DA는 ‘롤드컵’ 결승전은 컴백 무대에 불과했다는 듯,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년 전과는 다르다.

달라진 점은 또 있다. K/DA는 데뷔 싱글 ‘팝/스타스’에서 “우린 강하고”(We’re so tough) “넌 날 끌어내릴 수 없다”(You’re not bringing us down)고 노래했다. 곡의 화자가 ‘롤드컵’ 무대에 오른 프로게이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 같은 화법이다. 각 국가와 지역에서 좋은 성적으로 시즌을 마친 팀들이 ‘롤드컵’ 무대에서 대결하는 상황을 음악과 뮤직비디오를 이용해 스토리로 풀어내는 건 매년 반복되는 ‘롤드컵’ 주제곡의 커다란 테마이자 관습이다. 2년 전 K/DA 역시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신곡 ‘모어’에서 “더 많은 것”(More)을 원하는 주체는 ‘너’다.(You want More) 아칼 리가 부른 “눈을 못 떼. 모두 그래. 너도 그래”나, 세라핀이 부른 “난 네가 더 많이 원하는 걸 알아”(I know You want some more) 등의 파트엔 나(K/DA)와 너(프로게이머)가 구분돼 등장한다. ‘팝/스타스’에서 ‘나’와 ‘너’가 모두 프로게이머로 읽혔던 것과 다른 구도다. “내가 아는 건 왕좌에 오른 삶뿐”(All I’ll ever know Is life up on a throne)이라고 하는 대목에선 K/DA가 ‘롤드컵’이 어떤 무대인지 프로게이머들에게 소개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K/DA가 도입부에서 ‘K/DA’라고 자신들의 이름을 호명하는 것 역시 자신들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장치로 읽힌다. ‘팝/스타스’ 도입부에서 “누군지 알지”(You know who it is)라며 조심스럽게 자신들을 소개했던 것과 다르다.

K/DA가 이름과 정체성만 얻은 건 아니다. ‘팝/스타스’의 뮤직비디오에는 자동차와 지하철 같은 이동 수단과 터널 같은 통로의 이미지가 반복해서 등장한다. 라이엇 크리에이티브 팀이 밝힌 것처럼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지하철은 현실과 허구가 만나는 공간을 상징한다. 현실에 있던 멤버들이 캐리커처 등 비현실적인 이미지로 가득한 공간으로 이동하는 스토리로, 현실과 허구의 경계에 있는 ‘롤드컵’의 공간으로 현실의 대중을 유도하는 느낌이 강하다. 이 구도는 ‘모어’에서 정반대로 전복된다. 왕좌를 의미하는 커다란 의자에 모여있는 가상 현실 속 멤버들은 실제로 ‘롤드컵’이 열리는 상하이의 고층 빌딩으로 이동한다. 가짜로 만들어진 세트에 홀로 있던 세라핀이 경계를 넘어 현실 무대에 합류하는 이미지도 마찬가지다. ‘모어’ 뮤직비디오 첫 장면에서 하늘과 땅이 뒤집힌 이미지로 시작되는 건 거꾸로 뒤집는 ‘전복’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K/DA의 리더 아리는 쿠키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각자의 개성이 어떻게 하나로 뭉쳐지고 그걸 통해 저희가 어떻게 힘을 발휘하는지를 담았다”고 새 앨범에 관해 설명했다. 멤버들의 개성과 서로의 시너지를 자신들의 음악으로 표현했다. 세라핀을 피처링으로 영입하며 자신들의 음악 세계가 확장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나’라는 정체성을 얻고, 비현실에서 ‘현실’로 나왔다. K/DA는 ‘롤드컵’의 흥을 돋우는 ‘팝스타’에 그치지 않고 ‘아티스트’의 길을 걷고 있다. 2013년 어느 팬의 아이디어에서 탄생한 ‘팝스타 아리’ 캐릭터는 게임에서 가상 그룹으로, 가상 그룹에서 현실 그룹으로 지금까지 누구도 간 적 없는 길을 걷고 있다. 어쩌면 아직도 ‘탄생’의 과정일지 모른다. K/DA가 아티스트로서의 정체성을 완전히 갖추면 대체 어떤 걸 보여줄까. 현재 전 세계에 가장 많이 알려지고 가장 많이 진화한 가상 그룹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