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코로나 시대 은행, 끼워팔기로 청년·소상공인 희망 ‘꺾기’ 

유수환 / 기사승인 : 2020-11-27 06: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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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원, 실적 압박에 거짓말 서슴지 않아
“대출한도 늘리려면 IRP 등 금융상품 가입해야”
시중은행에서도 자성 목소리...“금융당국 제재를 받을 수 있다”

▲ 사진=픽사베이
[쿠키뉴스] 유수환 기자 = # 결혼을 앞둔 안산 거주 A씨(28세)는 최근 신혼집 마련을 위해 전세대출을 받으려 했다. 큰 돈이 없었던 만큼 대출을 받을 수 있는 한 최대한 받아야 했다. A씨는 모 은행에 전세대출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이 처한 상황을 설명했더니 은행 직원은 최대한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며  IRP(개인형 퇴직연금) 계좌 개설을 권유했다. A씨는 내키지 않았지만 대출을 신청하는 입장이기에 어쩔 수 없이 가입했으나 사실 본인에게 전혀 필요없는 상품이었다. 게다가 이후에도 해당 은행원은 A씨에게 전화를 통해 카드 가입을 꾸준히 요구했다고 한다.

훗날 A씨는 이 같은 은행원의 상품 가입 권유는 이른바 ‘끼워팔기(꺾기)’라는 실적 달성 방법이라고 지인에게서 듣게 됐다. IRP 가입을 한다고 해서 대출 한도가 늘어난다는 것도 사실과 달랐다. A씨는 “카드와 계좌를 개설했을 때 받을 수 있는 대출금과, 그렇지 않았을 경우 대출금의 차이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믿고 만들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사회초년생, 그리고 신종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여파로 경제적 위기를 맞고 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은행의 꺾기(끼워팔기)가 여전히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코로나19 관련 1, 2차 전체 대출 가운데 34%가 신용카드, 예·적금 등 다른 금융상품과 함께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전대미문의 바이러스 여파를 극복하기 위해 범은행권이 ‘코로나 공동선언’까지 했으나 여전히 실적 쌓기를 위한 끼워팔기 행태는 여전했다. 

실제 SNS(사회네트워크서비스)에서는 은행들의 끼워팔기 행태를 질타하는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결혼 관련 커뮤니티에 활동하는 B씨는 “전세대출을 받을려는데 안 쓰던 은행 카드도 신규로 발급하고, 적금 계좌 개설도 요구하더라”고 성토했다. 

또한 최근 코로나19 충격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에 대한 끼워팔기 영업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 시민단체 금융정의연대가 은행들의 코로나19 관련 대출에 대한 불공정 영업에 대해 규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 활동하는 한 네티즌은 “대출을 받으려는데 은행원이 노란우산공제 가입을 권유했고, 전화로 적금 가입을 또다시 요구했다. 현재 코로나 때문에 힘든데 대출을 약점으로 잡고 부담을 주고 있다”라고 글도 올렸다. 

은행의 ‘끼워팔기’ 행태가 만연한 것은 영업 실적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본점에서 실적을 강요하며 직원들을 압박하는 등 여신거래를 하면서 추가 상품 가입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만연된 것이다. 때문에 금융지식이 부족한 일반인들을 상대로 IRP 가입이 대출 한도가 늘어난다는 거짓말을 은행원은 서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권 관계자는 “전세대출을 받을 경우 IRP 가입을 한다고 해서 대출 한도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주거래 은행의 경우 우대금리는 적용할 수 있지만 한도액수와는 상관이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대표도 “현재 은행에서 IRP가 마케팅에 핵심 가운데 하나”라며 “때문에 은행에서 연계 영업을 강화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꺾기 논란은 (자금력이 부족한) 기업들에게 행해지고,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며 “대출을 받는 입장에서는 은행의 이 같은 요구를 거부하기 어렵고, 이런 문제를 공론화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도 은행들이 대출 대상자를 상대로 IRP 가입 요구는 금융법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대출 시 카드가입 권유는 금리와 연동되기에 혜택이 있지만 IRP 가입은 그것과 다르다”며 “만약 차주(대출을 받은 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IRP 가입을 요구했다면 이는 은행법에 위반되고,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은행법 제52조의2에 따르면 은행은 공정한 금융거래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행위는 ‘불공정영업행위’에 적용된다. 여신거래와 관련해 ▲차주의 의사에 반한 예금 가입 강요 행위 ▲차주에 담보나 보증을 요구하는 행위 ▲은행 혹은 임직원이 업무와 관련해 부당한 편익을 요구하는 행위 ▲은행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은행고객의 권익을 침해하는 행위 등이 있다.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