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400명대 예상되는데…"2+α단계? 방역하랬더니 숫자놀이" 비판 봇물

수도권 2.5단계 격상 범위에도 정부 '2+α' 조치

기사승인 2020-11-30 06:4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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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400명대 예상되는데…
[쿠키뉴스] 임지혜 기자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어느새 전국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 기준을 충족했다. 하지만 정부는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수도권의 경우 현재 2단계를 유지한 채 일부 시설 등에 방역조치를 강화하고 비수도권은 1.5단계로 일제히 상향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정부가 스스로 정한 지침을 어렸다" "겨울철 대유행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전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45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 연속 500명대(581명→555명→503명)를 기록하다가 400명대 중반으로 내려왔다. 하지만 보통 주말 검사 건수가 줄어 확진자 수도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확산세가 한풀 꺾였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오늘 발표될 신규 확진자 수 역시 400명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대본과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전날 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중간 집계한 신규 확진자 수는 총 328명이다. 

국내 코로나 확진자 수를 집계하는 사이트 '코로나 라이브'는 전국에서 발생한 확진자 수를 집계한 결과 30일 최소 356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올 것으로 진단했다. 이는 민간이 취합한 집계로 공식적인 근거 자료는 아니다.  

단계 격상의 기준인 최근 일주일(23~29일)간 코로나19 국내 신규 확진자 수는 하루 평균 416명에 달해 전국 2.5단계(400∼500명 이상 또는 더블링 등 급격한 증가시) 범위에 들어온 상태다.

하지만 중대본은 수도권에 대해 다음달 7일까지 2단계를 유지하되 사우나·한증막·에어로빅학원 등 감염위험 시설에 대한 핀셋 방역, 즉 '2단계 플러스알파(2+α)' 조치를 도입하기로 했다. 비수도권은 1.5단계로 일제히 상향하면서 부산, 강원 영서, 경남, 충남, 전북 등 5개 지역에만 2단계를 추진키로 했다.

그간 코로나19 3차 유행 우려로 인해 선제적으로 거리두기를 2.5단계로 격상하라는 요구가 많았지만 정부는 거리두기 격상으로 사회·경제적 활동에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만큼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시설과 젊은 층 중심 위험 활동에 대한 핀셋 방역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정부가 스스로 방역 기준을 어겼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앞서 정부는 1, 2, 3단계로만 거리두기를 구분했던 지난 8월 수도권 유행 때 확진자 수가 3단계 기준에 부합했지만 사회·경제적 피해를 고려해 당시 지침에도 없던 2.5단계를 사실상 새로 만들어 적용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기존 3단계에서는 단계별 방역 강도가 크게 달라 단계 격상 때마다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부담감을 토로했다. 결국 정부는 논의 끝에 기존 3단계에 1.5단계와 2.5단계를 추가, 총 5단계로 세분화했다.

하지만 새로 만든 거리두기 개편안도 정부가 또 어긴 꼴이 됐다. 정부의 방역 단계가 지침이 아닌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조정되고 있는 것이다.

2단계 플러스 알파 조치는 같은 수도권 2단계 거리두기지만 내용이 조금 달라졌다. 시민들 입장에선 2단계 조치 내용을 숙지한 지 일주일만에 추가된 내용이 생겼다. 이번 조치로 내달 1일부터 7일까지 일주일간 목욕장업과 실내체육시설, 학원·교습소 등 일반관리시설 내 방역이 강화된다. 

목욕장업은 현재 거리두기 2단계에서 이용 인원 제한과 음식 섭취를 금지하고 있으나, 이번에 사우나 한증막 시설(발한실) 운영을 추가로 중단한다.

실내체육시설은 오후 9시 이후 운영중단, 음식 섭취 금지, 이용 인원 제한에서 추가로 줌바·태보·스피닝·에어로빅·스텝·킥복싱 등 격렬한 GX류 시설의 집합 금지를 적용한다. 여기에 아파트·공동주택 단지 내 헬스장과 사우나, 카페, 독서실 등 복합편의시설 운영도 중단한다.

학원·교습소·문화센터에서 진행하는 관악기 및 노래 교습은 비말(침방울)이 생길 위험이 높고 학생·강사들이 마스크 착용이 어렵다고 판단해 운영을 금지한다. 다만 2021학년도 대학 입시를 고려해 입시생을 위한 교습은 제외했다.

호텔과 파티룸, 게스트하우스 등 숙박 시설에서 주관하는 연말·연시 행사나 파티 등은 모두 금지한다. 방역당국은 10명 이상이 모이는 회식과 동창회, 동호회 등 사적 모임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이처럼 어제의 조치가 오늘과, 또 내일의 조치와 달라지는 일이 허다하다 보니 국민들은 혼란이 적지 않다. 방역지침이 달라질 때마다 온라인 포털사이트에는 '코로나 2단계 커피숍' '코로나 2단계 헬스장' 등 거리두기 단계에 따른 조치 사항이 실시한 검색순위 상단에 오를 정도다. 

누리꾼들 사이에선 "방역하랬더니 숫자놀이 하나" "혼란만 주지 말고 원칙대로 해라" "3단계에서 세분화시켜 5단계 만들더니 이제는 2.25단계인가" "지키지 않을 기준을 왜 만들었나" "자영업자들에게 오히려 희망고문. 고통은 짧고 굵게 하자" 등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사회적 거리두기를 상향 조정하지 않았을 때 경제적으로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표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뉴시스를 통해 "5단계로 개편하면서 기준이 완화됐지만 정부가 정한 기준만이라도 지켜야 '정부가 원칙대로 하는구나' 하고 공감돼 거리 두기에 사람들이 따를 것"이라며 "경제를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를) 안 올린다고 하는데 안 올린다고 환자가 줄고 경제가 좋아지는 게 예상되면 이해되지만 지금 조치로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8~9월 생각해서 어느 정도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당시 2단계는 지금 2단계보다 훨씬 강했고 날씨도 따뜻해 계절 도움을 받았는데 지금은 그럴 수 없다"고 했다.

jihy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