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금종 기자의 훈훈한 경제] 가을철 전세대란

기사승인 2020-12-14 10:4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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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금종 기자의 훈훈한 경제] 가을철 전세대란
[쿠키뉴스] 송금종 기자 = 김민희 아나운서 // 알아두면 좋은 경제 뉴스를 이해하기 쉽게 전해드리는 시간입니다. 쿠키뉴스 송금종 기자가 준비하는 훈훈한 경제 시작합니다. 송금종 기자, 안녕하세요.

송금종 기자 // 안녕하세요. 훈훈한 경제 송금종 기자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훈훈한 경제를 통해 다양한 경제 정보 챙기고 있는데요. 오늘은 어떤 경제 정보 전해주시나요?

송금종 기자 // 서울에서 시작된 전세난이 수도권과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전세에 이어서 월세까지 들썩이면서 시장이 극도의 혼란으로 빠져드는 양상인데요. 전·월세난, 과연 언제쯤 풀릴지, 대책은 없는 건지 오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전셋집 직접 구하러 다니시는 분들은 씨가 말랐다는 말을 실감하실 것 같습니다. 부동산 알림판 보면 전세 문구는 많이 붙어 있는데 텅 비어 있기도 하고요. 또 전셋집 구하기 위해서 줄을 섰다, 제비뽑기를 했다, 가위바위보 했다 별별 이야기가 다 들립니다. 현장에서 정말 이런 일들이 벌어지나요? 어느 정도 심각한가요?

송금종 기자 // 전세 찾기 어렵다 보니까 세입자분들이 중개업소에 대기번호를 받고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어쩌다가 전세 물건이 나오면 집주인이 보여준다고 전화한 시간에 한밤중에 달려가는 사례도 있다고 하고요. 집을 보지 못하고 계약금을 먼저 보내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또 계약이 성사된다 하더라도 갑자기 집주인이 다시 가격을 더 올려달라고 해서 결국에는 계약을 포기하고 돌아서는 경우도 최근의 현장에서는 많다고 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심각하긴 심각하네요. 그러니까 거래할 물건 자체가 지금 없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실제 거래량은 어떤가요?

송금종 기자 //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8월~10월, 서울 전세 거래 중 아파트 비중은 지난해보다 7%나 줄었지만, 다세대와 빌라는 6% 늘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이렇게 물건이 없다보니 한동안은 집값이 비정상적으로 뛴다고 해서 걱정이 많았는데 요즘은 전월세 가격이 전국적으로 그렇게 많이 뛰고 있다면서요?

송금종 기자 // 네. 주택담보대출을 낼 때도 기준으로 삼는 대표적인 두 개의 부동산 통계 한국감정원과 KB국민은행의 최근 주간 동향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일단 감정원 통계로 전국의 전세가, 5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서울 전세가 69주 연속 상승하고 있고요. 인천과 경기도의 오름폭도 크지만 수도권을 뺀 지역을 보면 더합니다. 올 들어서 매매가 전세가 할 것 없이 폭등한 세종시를 비롯해서 7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렇군요. 한 가지 궁금한 게, 집이 갑자기 줄어든 것도 아니고 전세 수요가 그렇다고 갑자기 늘어난 것도 아니고, 지금까지는 전세 시장이 어느 정도는 맞춰져 왔잖아요. 왜 갑자기 이렇게 전세 대란이 벌어지는 건지 원인이 뭘까요?

송금종 기자 // 최근에 계약갱신청구권을 쓰는 분들 늘어나고 있죠. 임대차 3법 시행된 이후에 기존 계약자분들이 2년 계약을 연장하면서 기존 계약에서 물건이 회전되지 않고 묶이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새로 전세를 구해야 하는 신규 세입자들이 물건 찾기가 어려운 상황인데요. 새 아파트에서도 최근에 전세가 잘 나오지 않고 또 저금리에 세금 부담 때문에 월세나 반전세로 돌리는 집 주인들도 늘어나면서 새로운 전세를 찾는 세입자분들이 특히 고충을 겪는 상황, 그러다 보니 몇몇 나오는 전세 물건이 아주 높은 가격을 부르더라도 거래할 수밖에 없어서 계속 새로 계약되는 전세 가격이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부르는 게 값이라는 얘기네요. 사정이 이렇자 지난 10월 열린 국정감사장도 전세난이 이슈가 되었죠 국감장에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송금종 기자 // 부동산 정책 수장인 김현미 장관은 연이은 부동산 정책 질타에 일단 고개를 숙였습니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처음으로 사과했지만 전세 시장이 안정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현장과 정부의 상황 인식 차이가 큰 것 같습니다?

송금종 기자 // 그렇습니다. 시장 중심론자들은 임대차보호법 등 정부 정책에 문제가 있고, 전세 시장이 매우 혼란스러운 것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 입장은 다릅니다.

국토부는 지난 10월 20일 전세난의 주요 원인을 저금리로 인한 과도한 유동성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물론 자극적인 사례나 과장으로 현실을 부풀려서도 안 되겠지만, 안정화를 전망하는 정부의 근거는 무엇인가요?

송금종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최근 비공개회의에서 현재 주택 시장에 대해 "전세 거래 실규모가 늘고, 매매시장은 보합세 내지는 안정세"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홍 부총리가 근거로 제시한 전세 거래량 통계를 보면 일부 설득력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지난 10월 20일, 국토부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9월 서울 전세 거래량은 3만 2,600여 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7.7% 늘었습니다. 또 일각에서는 전세의 월세화를 경고하지만, 통계는 다르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9월 기준 서울 주택의 전세 거래 중 월세 비중은 2018년 41.5%, 2019년 41.4% 올해 41.0%로 큰 변화가 없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전세 거래량이 늘었다는 부분 좀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지난여름,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되고 '전세 구하기 어렵다', '전세 품귀다'라는 말이 있었는데 통계상 거래는 오히려 늘었네요. 어떻게 봐야 합니까?

송금종 기자 //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세입자들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 매물이 줄어들고 거래량도 감소할 수밖에 없는데, 통계상 서울의 경우엔 반대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여기에는 통계상 확정일자 신고가 의무 사항이 아니라는 점, 또 일부 2~3개월 전 거래 내용이 반영됐을 가능성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아직 전세난 안정세를 이야기하기에는 과한 측면이 있습니다. 또, 거래량만으로 최근의 전세난을 진단하는 건 무리가 따를 수 있는데요. 홍 부총리의 전세 거래 증가 발언에 대해서도 한 기재부 관계자는 “비공개회의 석상에서 이런 통계가 나왔다는 차원의 보고 정도”라고 귀띔했습니다. 즉, 정부가 통계를 근거로 안정세를 전망하면서도 현장 상황을 고려해봤을 때 추가 대책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겁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정부 설명을 들어보면 지금의 혼란은 임대차 3법 시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과도기적인 현상이다, 라는 건데 정말 정부 말대로 이게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까요?

송금종 기자 // 과도기 상황인 것은 맞지만 일시적으로 끝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일단 계약갱신청구권으로 묶인 물건은 짧게는 2년, 길게는 4년까지 묶일 수밖에 없고, 계속해서 공급되지 않고 내 집 마련으로 전환되지 못하면 수요자들이 계속해서 전세 시장에 머물면서 4년 단위로 반복해서 계속 전세난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요. 특히나 내년과 후년에는 서울에서 아파트 입주 물량이 전년보다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새로 출시되는 전세 아파트 물건 찾기도 더 어려워서 단기간 해소되기 어려워 보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내년에는 더 심각해질 수도 있다는 말씀이시네요.

송금종 기자 // 네, 맞습니다. 그래서 아파트뿐만 아니라 연립 다세대, 월세 시장까지 계속해서 물건 부족과 가격 상승이 나타날 우려가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전세난은 매매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전세 낀 매매 물건의 가격 하락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요?

송금종 기자 // 네, 매매시장에서는 전세 낀 물건의 인기가 뚝 떨어졌습니다. 전세 낀 매물은 지역에 따라 1억 원 정도 싸게 나오기도 했는데요. 여기엔 최근 정부가 내린 유권해석도 한몫했습니다. "실거주를 목적으로 전세 낀 집을 샀어도 기존 세입자가 이전 집주인에게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했다면, 추가로 2년 더 거주할 수 있다"고 해석을 했습니다. 다시 말해, 전세 낀 집을 사면 상황에 따라 입주를 못 할 수도 있다 보니 매매시장에서 가격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전세 구하기가 어렵다 보니 무리해서 아예 집을 사려는 사람들도 있다고요?

송금종 기자 // 네, 전세난에 지친 일부 무주택자들은 이른바 공황 구매에 나서기도 합니다. 한 인터넷 부동산 카페에는 한 예비부부의 글이 올라왔는데요.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받는다는 일명 ‘영끌’로 매매를 해야 할지 조언을 구하는 글이었습니다. 조언의 방향은 달랐지만, 심각한 전세난의 단면을 엿볼 수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렇다면 이런 전세난에 대해 세입자, 즉 임차인들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나요?

송금종 기자 // 치솟는 전세가를 감당하지 못하는 세입자 중에 전셋값이 상대적으로 싼 서울 외곽이나 경기도로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자연히 이 지역의 전세가도 오르고 있습니다. 지역을 옮기지 않고 다세대 주택을 택하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렇군요. 이런 와중에 또 정부가 추가 대책 발표를 예고했습니다. 전·월세 시장의 안정이 핵심이 될 것 같은데 어떤 대책들이 거론되고 있나요?

송금종 기자 // 대표적으로 월세 세액 공제를 확대하는 부분입니다. 현재 소득과 주택 가격 기준에 따라서 연간 750만 원까지 월세로 내는 비용에 대해서 세금 공제를 해 주고 있는데, 이 부분을 확대하는 방식을 통해서 월세 부담을 낮춰주겠다는 겁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런데 월세 세액 공제 확대는 결국 이제 전세가 부족하니까 월세 살라는 얘기잖아요. 지금 사람들이 원하는 건 전세인데 번지수를 잘못 짚은 거 아니에요?

송금종 기자 // 맞습니다. 그래서 현장에서 세입자들이 전세 공급이 부족하다는 건데 월세를 지원해 준다는 거는 아무래도 곁다리를 공략한 정책이 아니냐, 전세 대책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공급 대책은 어떤가요? 홍남기 부총리는 지분적립형 분양 주택, 이런 걸 대책으로 제시를 했는데 어떤 방식인 건가요?

송금종 기자 // 분양 대금을 균등 분할해서 조금씩 지분을 계속해서 구입해 나가는 제도입니다. 처음에 분양가의 20% 정도만 내고 분양을 받은 후에 4년 단위로 계속해서 쪼개서 지분을 매입하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짧게는 20년, 길게는 30년 정도 지나면 100% 지분을 모두 매입해서 내 집이 생기는 구조라고 보시면 되죠.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종잣돈이 부족한 서민들이 일단 적은 돈 내고 들어가서 좀 안정적으로 살게 해 준다는 거잖아요.

송금종 기자 // 맞습니다. 한 4억~5억 대의 공공분양아파트의 경우에 최초 분양 때는 한 1억 정도만 있으면 되고 나머지는 단계별로 계속 구입을 해서 내 집이 될 수 있다는 건데, 문제는 이게 워낙 오랜 기간이 걸리다 보니 국내 세입자들이 자녀의 취학 등에 맞춰서 계속해서 이사를 다니는 이런 생활 패턴을 맞출 수 있을지도 문제로 지적이 되고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어쨌든 20~30년을 내다보고 길게 살려면 입지가 중요할 텐데, 어디에 이런 걸 짓는다는 계획인 건가요?

송금종 기자 // 중요한 지적이신데요. 서울이나 수도권 공공분양택지 그리고 공공정비사업을 통해서 공급되는 기부채납 쪽에서 이런 지분적립형 분양 주택을 2023년부터 공급하겠다는 건데, 만약에 장기 거주를 해야 되기 때문에 입지나 인프라가 좋지 않을 곳일 경우에는 아무래도 계속 거주하는 세입자들이 불편을 호소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일단 분양 시기가 2023년부터면 당장에 전세난 불 끄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데요

송금종 기자 // 그것도 문제입니다. 아무래도 분양이 2023년이기 때문에 실제 입주 등으로 전세 수요를 분산시키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과거에도 비슷한 반값 아파트라든지 보금자리 아파트, 이런 정책이 있었지만 흐지부지됐잖아요. 사업의 지속성은 유지가 될까요?

송금종 기자 // 최초에 공급되는 지분적립형, 워낙 적은 금액으로 분양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인기를 끌 가능성이 있는데, 위치라든가 공급량이 계속되지 못하면 과거처럼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큽니다. 정부 재정도 투입되기 때문에 충분한 물량을 공급할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내년부터는 세금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이 되죠. 중과세, 1가구 2주택자 이상은요. 이런 효과가 실제로 전세난 해소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요?

송금종 기자 // 일부 처분하시는 다주택자분들이 있으실 것 같지만 양도세 부담이 크기 때문에 팔지 않고 전·월세에 전가할 우려도 여전히 지적되고 있습니다. 그럴 경우에는 물건 출시가 많이 되지 않고 오히려 전·월세 가격이 더 오르는 불안 양상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어서 정책의 실효 부분에 대해서는 추진하면서 계속된 모니터링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최근에 공시가격도 시세 90%까지 현실화하겠다, 이런 정책을 내놨는데, 이 역시 임대료 전가로 이어질 거다, 이런 우려도 나오더라고요.

송금종 기자 // 2030년까지 시세 90% 수준까지 공시가격 올리게 되면 세금 부담이 늘어나서 일부는 처분하겠지만 처분 못 하는 다주택자의 경우에는 결국 세금 부담을 전세나 월세, 반전세에 전가할 수 있어서 결국에는 이런 조치들이 전·월세 시장에 충분한 공급이 이어지지 않으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 계속 지적이 되고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지금까지 나온 대책과 규제, 또 관련 입법들 의도는 모두 좋지만 자주 여기저기서 만들어서 나오다 보니까 서로 상충되는 지점들이 생기고 있는데요, 대책과 입법들이 조화가 되도록 교통정리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훈훈한 경제 마칩니다. 송금종 기자였습니다.

송금종 기자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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