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가장 혹독한 겨울 될까”…戰時 돌입하는 자영업자들 [가봤더니]

한전진 / 기사승인 : 2020-12-18 04: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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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덮친 연말…매출 절벽·폐업 위기 내몰린 식당가 [르포]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며 식당과 주점 등의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 사진=한전진 기자
▲오후 9시 마지막 손님을 받고 매장을 정리하는 점주와 종업원 / 사진=한전진 기자
[쿠키뉴스] 한전진 기자 = 지난 15일 오후 8시 30분 서울 종각역 젊음의거리. 한 닭갈비집 안에는 코로나19 국내 확산을 알리는 저녁 뉴스 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식당을 운영 중인 노부부는 마스크를 눌러쓴 채 초조한 눈길로 TV를 바라보며 걱정스레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이날 점심을 포함해 다섯 테이블 정도 팔았다”라면서 기자에게 두 팔로 엑스 모양을 지어 보였다.

국내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지 11개월째. 일일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서기 시작하자 식당 자영업자들의 주름도 깊게 패이고 있다. 정부의 거리두기 수칙에 따라 내부 영업 가능 시간은 오후 9시까지로 제한됐고, 재택근무와 휴교로 거리를 나서는 사람들 자체가 줄어 매출 절벽과 폐업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날 젊음의거리에서 만난 상인들은 “가장 혹독한 겨울이 될 것 같아 두렵다”면서 “IMF 외환위기 당시보다 심각한 사실상 전시(戰時)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예년 같으면 연말 술자리로 사람들이 술잔을 기울이며 북적거려야 할 모습이지만, 거리엔 찬바람만 가득했다. 

인근의 한 주점에서는 이날 장사의 마지막 손님을 보내고 있었다. 식사를 마친 중년 남성 2명은 주인에게 “많이 팔아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라는 말을 건네곤 자리를 떴다. 이날 이 가게의 총 매출은 15만원. 임대료 등 고정 지출비를 고려하면 적자인 금액이다. 인건비 부담에 아르바이트생도 전부 내보냈다. 현재는 가족 몇몇이 시간을 내 일을 돕고 있다.

남은 식기를 정리하던 점주는 “지난해 매출과 비교하면 80% 이상 급감했다”면서 “사실 연말에 바짝 벌어 1년을 버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새해에는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막막하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임대료를 묻는 질문엔 조용히 손가락 네 개를 펴 보였다. 이마저도 이곳에선 그나마 낮은 편에 속했다. 바로 옆 한식당의 경우는 1000만원에 달했다.

▲''예전에는 테이블이 다 꽉 찰 시간인데'' 한 점주는 토로했다. / 사진=한전진 기자
▲ 9시 이후 텅 비어버린 종각 젊음의 거리 / 사진=한전진 기자
코로나19는 한 조선족 여성의 코리안 드림에도 그늘을 드리웠다. 한국으로 귀화해 1년 반전 종각 거리에 마라탕 가게를 열었다는 이 사장은 “하루하루가 고통스럽다”라고 털어놨다.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처음으로 1000명이 넘었을 때는 우울감에 문을 여는 것을 포기하고, 가게로 오던 도중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정부 대출도 이미 한차례 받은 상황에서 이번 겨울을 어떻게 버틸지 그는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는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어렵게 문을 연 가게인데 포기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그저 시기가 좋지 않았다고 스스로를 위로하기엔 너무 속상하다”라고 말했다.  

밤 9시 이후 배달 영업이 가능하다곤 하지만 돌파구는 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에 기존 홀 장사만 하던 가게들이 배달 영업까지 뛰어들어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진 탓이다. 배달 기사 부족으로 음식 배달이 제시간에 이뤄지기도 힘들어 배달 앱엔 악플만 달리기 일쑤다.

건너편 곱창집에서 만난 종업원 A씨는 “배달 매출을 아무리 많이 잡아도 홀 매출의  3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라며 “간간이 주문이 들어와도 배달 기사 잡는 것이 어려워 포기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설명했다. 이어 “무리하게 주문을 잡았다가 다 식어버린 음식을 배달하면 가게 이미지만 나빠져 적극적으로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코로나19로 인한 자영업자의 폐업위기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외식산업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전국 42만개의 회원 업소 중 폐업한 곳은 2만9903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소상공인연합회가 소상공인 131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선 10명 중 7명이 폐업을 고민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자영업자의 임대료 부담을 덜어주는 '공정 임대료' 뿐 아니라 ‘5차 추경’까지 거론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16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코로나19로 영업을 하지 못하고 소득도 없는데 임대료를 그대로 내면 그건 너무 가혹하다”면서 “임대료를 포함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보호 대책을 종합적으로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종각역 내부 식당가도 오후 9시까지 조기 영업 마감을 하고 있다. / 사진=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